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호랑이 앞에서 웃통벗는 격’이다. 하마스의 군사력은 이스라엘에 비해 ‘장기판의 졸’ 수준이다.

실제 하마스의 병력은 2만~3만명이 고작이다. 무기라야 이란제 다연장 미사일과 시리아제 로켓 1만기 정도다. 이스라엘 선제 공격때 7000발을 사용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정규군 17만명에 예비군 46만명을 포함 63만명의 최정예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투기가 600대에 달하고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 초음속 F35 전투기가 50대에 이른다. 전차 대수가 2200대에 달한데다 비공식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마스가 힘으로 안되니 200명 가까운 인질을 방패삼아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막강 이스라엘 방공망이 뚫리는 것을 보고 우리의 군사력을 재조명 해봤다.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1위는 미국, 2위 러시아, 3위 중국, 4위 인도, 5위 일본, 한국은 6위다. 박근혜 정부때 7위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첨단화로 한계단 올라섰다. 반면 북한은 핵을 과시하고 있지만 군사력 순위는 세계 28위에 불과하다. 방심은 안되지만 북한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군 피복류 소재 국산화법 발의 강건너 불

전시뿐 아니라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첨단무기 못지않게 병사들이 착용하는 군 피복류도 중요한 전략품목이다. 세계 1위 군사대국인 미국은 군이 사용하는 전투복과 군복, 내의, 군화, 장구 등 피복류의 중요성에 따라 솜과 실, 원단, 염색, 완제품 모두를 100% ‘메이드 인 USA’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이 대치상태인 한국은 아직도 원사와 제·편직, 염색공정의 군 피복류를 중국과 동남아산으로 사용하는 아주 위험한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2021년에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 사실을 보고 받고 버럭 화를 내며 국방부를 채근해 1차 전투복부터 국산소재 100%로 바꿨다. 군 피복류(장구, 신발 포함) 연간 예산 6800억원 규모중 520억원 규모인 전투복에 한해 국산소재가 이뤄졌을뿐 6000억원 규모는 실과 원단, 염색제품을 중국산으로 사용하는 위험천만한 관행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면방·화섬·직물업계 대표 14명으로 ‘국산소재 활성화 위원회’가 발족 운영되고 있으나 국방부나 방위사업청 설득이 녹록치 않다. 국방부 실무자들은 예산 타령을 하며 ‘왜 국산소재를 사용해야 하느냐?’는 식이다. 직제상 보직이 자주 바뀌어 필요성과 당위성을 이해할만 하면 사람이 바뀐다. 국산소재 활성화 위원들이 장차관이나 담당 국장을 만나 설득하고 채근하는 열정도 부족하다.

섬산련 사무국 직원 수준으로는 끗발이 안먹힌다. 사무국 상근 책임자의 능력도 한계 상황이다.

중언부언하지만 국방섬유 국산화의 시급성은 국가 안보차원에서도 필요충족 요건이 절실하다. 산업경제면에서도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연간 6000억원 규모의 군 피복류중 원사와 제·편직 생지 생산, 염색가공까지 생산 유발효과는 줄잡아 3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국방섬유가 국산화되면 곧 이어 경찰복, 소방복, 거기에 공기업 단체복까지 국산화 명분이 생기고 이렇게 되면 조(兆) 단위 신규시장이 창출된다.

면방·화섬과 대구·경기 산지에 조 단위 신규 물량이 쏟아지면 일감이 넘치고 가동률이 급상승할 수 있다. 그만큼 치열한 수출시장에서의 출혈 과당경쟁도 피할 수 있다. 엊그제 대구 화섬직물업계가 일본 후쿠이 도레이 클러스터 시찰단이 내린 결론도 국내 업계가 살길을 찾는데 쉬운것부터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바로 소홀했던 내수시장을 집중 개발하기 위해 의류벤더와 패션브랜드를 찾아가는 영업전략과 국방섬유 같은 광범위한 물량을 국내서 생산하자는 것이 주류였다.

이같이 시급하고 절박한 국방섬유의 국산화가 안되는 것은 현행 방위사업법 19조 단서조항 때문이다. ‘국산소재를 우선 채택한다’는 19조에 단서조항으로 국산소재 사용이 여의치 않으면 외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어정쩡한 단서 규정 때문이다.

물론 국방부장관의 결심이 확고하면 시행령을 원용해 전투복처럼 국산소재 사용으로 전환할 수 있으나 공무원의 특성상 법을 개정하기 전에는 적극성을 띠지 않는다. 그동안 여·야 의원들이 간헐적으로 국방부 예산심의 과정에서 국방섬유 국산화 필요성을 질의했으나 장관 답변은 “검토해 보겠다”는 정도였고 그때가 지나면 함흥차사였다. 근본적인 문제는 방위사업법 19조 단서조항을 개정해 법률로 국산화를 제도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때마침 국회 안규백 의원(민주 동대문갑)을 대표 발의자로 민주당 의원 14명이 국방섬유 국산화를 위한 방위사업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해 섬유업계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야당 의원이 발의했지만 여당 의원들도 국방섬유 국산화를 전폭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파를 떠나 입법에 성의를 다할 것으로 일단 기대한다.

문제의 방위사업법 19조 1항인 ‘방위사업청장은 국내에서 생산된 군수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한다. 다만, 국내구매가 곤란한 경우에는 국외에서 생산된 군수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고 있다. ‘국외에서 생산된 군수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규정도 대통령령으로 엄격히 정해 국산소재 사용원칙을 확실하게 입법화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법률안은 이제 국방위에 발의돼 소관상임위에 이달초 회부된 초기 단계다. 앞으로 국방위에서 심의과정을 거쳐 법사위 통과와 본회의 통과까지는 많은 관문이 도사리고 있다.

협·단체·업계 천재일우 호기 살려야

국방섬유 국산화를 위한 법률안 제정에 따른 천재일우의 호기를 업계와 단체가 제대로 살려 성취하기 위해 총력을 경주할때다. 그럼에도 단체와 업계가 법률안이 발의됐는지, 소위에 회부됐는지조차 모르는 깜깜이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방위사업법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다”고 필자가 섬산련 이사회 참석자 몇명에게 공개했으나 섬유업계가 법안 통과를 위한 노력과 접촉도 아직 없는 실정이다.

국방섬유 국산화는 위기의 섬유산업 기사회생 일환으로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임에도 국회 법안발의자와 소관 국방위원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일에 강건너 불구경 식이다. 이 법률안 입법을 위해 도시락 싸들고 국회 문턱을 드나들어야할 섬산련 사무국과 국산소재 활성화 위원들이 아직도 미적거리고 있다. 필자가 벼랑 끝에 몰린 국내 섬유산업의 기사회생을 위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필요성을 강조해도 ‘기찻길옆 개짖는 소리’로 듣는 작태가 한심하다.

본지 조영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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