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섬유업계 인사들은 홍준표 시장을 가리켜 “난세의 영웅인지 혹세무민의 선동가”인지 헷갈린다고 한다. 산업 정책에 대한 온당하지도, 합리적이지도 못한 편견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홍 시장이 작년초 시장 선거 캠프를 차린지 3일만에 “대구 발전을 저해하는 사양산업 섬유산업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고 폭탄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그의 유튜브에는 “대구시 로고를 사양산업 섬유 이미지가 강한 ‘컬러풀’에서 ‘파워풀’로 바꿨다”고 서슴없이 질러대고 있다.

아직도 대구경북에 4500개(1인 이상) 섬유기업이 군웅할거하는 지역 기간산업이고 대구 전체기업의 20% 이상을 섬유가 점유하는 상황에서 섬유인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물론 하산(下山)길에 들어선 대구 섬유산업에 모세혈관이 터진 심각한 국면을 두고 국외자들이 쉽게 내뱉을 수 있는 섬유사양론이 가슴속 깊이 자리하고 있을 수 있다.

섬유사양론 망령 되살아난 듯

홍 시장뿐 아니라 전임 권영진 시장도 취임초 대구시 섬유과를 폐지하려다 업계가 시의회에 호소해 살린 전철이 있다. 지지리도 복이 없는 대구 섬유업계는 ‘안에서 깨진 쪽박 밖에서도 새는’ 엄혹한 상황에서 지역 산업정책을 주도할 시장마다 섬유사양론의 궤변을 일삼고 있어 부아가 치민다.

필자는 홍 시장에게 “산업의 특성과 진면목을 정확히 알고 시정을 펼치라”고 충고하고 싶다. “사양산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양기업이 있을뿐”이라고 따끔하게 질타하고자 한다.

어떤 첨단산업도 대체재에 기민한 대응을 못할 경우 사양화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산업의 쌀’이라며 영원불멸할 것 같던 반도체마저 지금 비틀거리고 있는 것이 하나의 예증이다. 하지만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성장동력을 갖춘 첨단 생활문화산업이 섬유패션산업임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변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고성장기업과 사양기업이 바뀌는 것이다.

바로 대구 섬유산업이 사양이어서가 아니라 변화에 둔감한 천수답 경영으로 일관하다 오늘날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다. 구조를 개혁하고 혁신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고 특히 반제품에 목을 맬것이 아니라 패션과 접목해 과감히 변신하면 시장성·성장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인류는 본질적으로 멋을 추구하는 특성이 있다. 패션에 대한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3년전까지만 해도 세계 섬유패션 시장규모는 1조달러 규모였다. 그 자체로 반도체 세계 시장규모 4000억 달러보다 배 이상 많았다.

최근 유럽의 권위있는 전문기관 보고에 따르면 2026년까지 세계 섬유패션 시장규모는 2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의류시장에서 세계 GDP의 2%를 차지해 의류시장이 국가였다면 세계 14위 경제대국이 됐을 것으로 전망했다. <본지 1월 30일자 5면 톱 ‘패션산업이 국가라면?’ 참조>

의류패션용 스마트 섬유가 소득이 높아질수록 수요가 급증할뿐 아니라 산업용 섬유 영역은 거의 무한하다. 비행기 날개, 자동차용 소재 등으로 탄소섬유가 각광을 받으면서 일본 도레이는 일취월장하고 있다.

건축용, 의료용을 포함해 산업용 섬유시장이 거의 무한대다. 중후장대(重厚長大)에서 경박단소(輕薄短小) 전환은 산업용 섬유의 무한질주를 보장하고 있다. 이 광활한 시장중 고급품은 선진국에, 범용품은 중국·베트남 등지에 뺏기고 있는 것이다.

섬유사양론을 주창한 얼빠진 인사들에게 보다 정확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 세계의 부호들 순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미 소개했지만 최근 포브스 발표에 따르면 세계 1위 부자는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73)이다. 순자산가치는 무려 1909억 달러다. 한화 약 248조원이다.

패스트패션 선두주자인 ‘자라’ 브랜드의 스페인 인디텍스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은 세계 부자 랭킹 23위이다. 순자산이 596억 달러(약 74조원)다. 일본 유니클로 창업주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세계 재벌 랭킹은 54위 261억 달러(약 34조원)다. 스웨덴의 H&M 최대주주인 스테판 페르손 자산은 176억 달러(23조원)로 세계 재벌 순위 94위다.

패션제품의 영업이익률은 반도체를 뺨친다. 섬유패션을 제대로 접목하면 마르지 않는 금맥임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속절없이 붕괴되는 대구 섬유산업의 외양을 보면 섬유 사양론자들의 시각을 잘못이라고 나무랄 수 없다. 더구나 지난 3년간 코로나 사태로 찢기고 할퀸 대구 섬유산업의 참상을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단정은 나무만 보고 숲을 못보는 어리석음이다. 금맥이 널려있는데도 옛날 옛적 채굴방법으로 일관해 춥고 배고픈 것이다.

섬유산지 대구는 옛부터 섬유 각 스트림별 전후방 산업이 골고루 갖춰졌고 노하우도 있다. 코카콜라보다 더 많은 세계 220개국에 시장 네트워크도 구축돼 있다.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십년이 걸려도 쉽지 않은 산지 기반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다만 어떻게 구조를 고도화 하느냐가 관건이다.

단순 논리로는 쉽지 않은 영역인것도 사실이다. 우선 중국과 베트남보다 10배나 비싼 고임금에도 인력이 없다. 어용 경제학자의 생체실험인 소득주도 성장이 몰고온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기업하기 나쁜 나라 노동하기 좋은 나라의 상징인 주52시간제까지 덮쳤다.

무슨 축지법을 쓰지 않는 한 단순논리로는 중국과 베트남 등에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널려있는 황금 시장을 넘겨주고 외통수에 몰린 것이다.

바로 지금의 생산구조와 상품기획, 마케팅 전략으로는 백약이 무효이기에 변화와 혁신이 발등의 불이다. 각자도생의 냉엄한 환경에서 기업 스스로의 사즉생(死卽生)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파격적인 구조 고도화 지원이 시급하다.

잘못된 선입견 바꿔 구조 고도화 지원해야

생산설비의 자동화·디지털화와 100년 가까이 울궈먹는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의존에서 벗어나 획기적인 소재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 유니클로처럼 직물과 패션이 접목돼 반제품에서 완제품을 병행하고 무신사 같은 온라인 마케팅 체제를 과감히 전개할 필요가 있다. 신기술, 디자인 패션 개발을 촉진시켜 중국·베트남산보다 훨씬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한시바삐 전환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장관, 대통령 참모들이 사양론이란 잘못된 지식을 맹종할 때 그 최악은 온통 섬유산업이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 편견과 궤변으로 판단을 흐리게 하는 참모들부터 읍참마속을 불사해야 한다.

항간에는 홍 시장이 한번 고집을 세우면 ‘좀처럼 사고의 회로를 바꿀줄 모르는 독선적 스타일’이라고 지적하지만 산업의 특성과 잠재력을 정확히 파악하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지금부터 골든타임은 불과 2년이다. 파워있는 홍 시장이 중앙정부를 설득해 섬유패션산업 중흥기를 선도해야 한다.

대구에는 국방섬유 국산화와 섬유산업 뿌리산업 지정에 앞장서는 정치인이 있다. 노송(老松)이 무덤을 지킨다고 했다. 하기에 따라 영원한 성장동력인 섬유패션산업의 중흥기를 주도해 주길 당부한다.

 

 

조영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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