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곤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 이사장(前 섬유기술사회장) 발간 책자 발췌 특별 기고

다음은 섬유공학계의 권위자이자 면방을 비롯, 섬유산업 실물경영의 대가인 김해곤 전 섬유기술사회장(현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 이사장)이 한국 기술사회가 이달중 발간하게될 산업 각 분야별 특성을 다룬 특집책자에 특별 기고한 내용이다.

전남대 섬유공학과를 졸업, 국내 굴지의 면방회사 최고 경영자를 두루 거친후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섬유공학과 경영의 대가인 김 회장의 특별기고 내용을 3회에 걸쳐 전문 소개한다. 마지막 편. <편집자 주>

 

6. 맺음말: 섬유산업의 미래

혹자는 섬유산업이 대표적인 굴뚝산업이며 이미 저무는 산업이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의 의견은 다르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섬유산업은 더 이상 옷감이나 짜는 업종이 아니다. 오래 전 목화씨로부터 실을 자아내고, 그 실로 옷을 만들어 입음으로써 인류가 추위로부터 해방되었듯이, 이제 섬유산업은 미래 기술과 결합하며 인류에게 의식주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앞서 살펴본 산업용 신소재들이다. 몇 천 도의 불에서도 견딜 수 있는 아라미드 섬유와 가벼우면서도 철의 몇 백 배의 강도를 갖는 탄소섬유는 디지털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와 항공우주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소재이다. 섬유산업의 미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래된 경험이고 앞에서도 언급된 바 있지만 신소재 개발이 어떻게 기업과 사회의 위상을 바꾸느냐를 알 수 있게 한 경험이 1987년 필자가 소장으로 재직하던 층남방적기술연구소의 ‘적외선 위장가공직물’의 개발이었다. 당시 이 기술의 개발로 우리나라는 연간 100억원이 넘는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었으며, 국방 수행 능력도 한 차원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신소재의 개발은 이렇듯 새로운 세계를 연다.

최근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도 필자는 섬유산업의 미래를 그려보았다. 바로 방충, 항바이러스 기능을 갖는 특수기능성 소재의 개발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나 모기 또는 독사 같은 파충류가 아주 싫어하는 냄새가 나는 식물 또는 물질을 섬유와 혼방하여 옷을 만들어 입고 다닌다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신종 감염병도 무섭지 않을 거란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가 요즘 전력을 다하고 있는 칡섬유 개발도 이런 발상에서 시작되었다. 산림녹화의 골칫거리인 칡을 섬유와 혼방하여 섬유사를 만들어 칡의 특성이 가미된 Textile garment를 만들어보고자 노력 중이다. 이 역시 미래 섬유 개발의 테마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지난 2022년 11월 2일 필자는 일본기계학회에서 개최한 제29회 추계세미나에 참석한 바 있다. 이 세미나의 농식품산업종합연구기구의 신소재그룹의 발표 내용에서 또한 미래 섬유산업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발표의 제목은 “사람의 건강을 밑받침하는 섬유기술”이며, 수술용 봉합사는 물론 나아가 생체조직 보충용재로 섬유가 쓰일 수 있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실크를 이용한 의료용 재료로서 누에가 생산한 단백질 섬유 실크피브로인은 수술용 봉합사로서 사용된 지 오래되었지만 최근 비섬유 형태로 성형 가공한 실크피브로인이 생체 조직 보충용 재료로서 유방의 재생수술에 활용되어 72%의 성공 시술시험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인류의 건강과 섬유산업의 미래에 또 다른 가능성이 제시된 것과 다름없다. 이와 같이 섬유 신소재의 연구는 무한히 전개될 수 있다.

그 섬유의 미래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타 분야와의 연계다. ICT는 물론 의료, 무기, 항공우주, 자동차 등 산업 전 분야와 긴밀히 연계해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 그러면 영화 <아이언 맨>이 멀지않은 미래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새로운 섬유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 첨단 기술과 디자인을 강화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하이테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기존 의류용 소재를 탈피하여, 고기능성 및 친환경성 소재, 산업용 섬유 소재인 타이어코드, 건축자재, 자동차 소재, 그리고 첨단 메디컬 섬유 소재, 수퍼 소재 융합 제품 등의 개발에 박차고 있다. 섬유는 가볍고, 질기거나, 견고한 특성이 기존의 철, 플라스틱 등을 대체할 만큼 그 가공기술력이 무한하다. 다른 산업 분야 제품의 활용 효율성, 기능성, 친환경성 등을 강화할 수 있고,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이는 곧 미래에도 섬유산업이 인류 문명을 견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의류산업에 있어서도 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이 수립되고 있다. 섬유 소재 분야는 기술적으로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하는 반면에, 섬유제품 생산업체의 생산시설과 인력, 기술력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지만 섬유 수요의 다양화, 고급화에 따라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만들어져 수요자 중심의 생산 유통 과정이 재정립되고 있다. 섬유 및 제품의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섬유부터 완제품까지의 섬유패션 종합 클러스터 단지를 육성하고 있다. 이런 모든 일들이 섬유한국의 미래를 밝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섬유산업의 굴뚝산업이나 사양산업이라고 칭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섬유산업은 ICT와의 융합을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나갈 주력 산업이다. 항공우주시대도, 초연결사회도 첨단 섬유 소재에서 시작되고 견인될 것이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