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곤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 이사장( 前 섬유기술사회장) 발간 책자 발췌 특별 기고

다음은 섬유공학계의 권위자이자 면방을 비롯, 섬유산업 실물경영의 대가인 김해곤 전 섬유기술사회장(현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 이사장)이 한국 기술사회가 이달중 발간하게될 산업 각 분야별 특성을 다룬 특집책자에 특별 기고한 내용이다.

전남대 섬유공학과를 졸업, 국내 굴지의 면방회사 최고 경영자를 두루 거친후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섬유공학과 경영의 대가인 김 회장의 특별기고 내용을 3회에 걸쳐 전문 소개한다. <편집자 주>

물레라는 도구가 있다. 14세기 중반 우리나라에 처음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이 발명한 틀로, 목화씨에서 실을 잣는 기계다. 원래 이름은 ‘문래’였다고 한다. 우리네 여인들은 물레를 돌려 솜에서 실을 자아냈다. 물레를 통해 길게 뽑아지는 면사, 그 한 줄기 실로부터 우리네 의생활은 혁명적인 변화를 맞았다.

섬유산업을 이야기하면서 ‘물레’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바로 ‘혁명적 변화’라는 데 주목하기 위해서다. 나뭇잎에서 천으로의 의생활 변천은 인류 문화의 발달과 궤를 같이하며, 우리나라에서의 목화씨 도입과 물레, 베틀의 사용은 중세 조선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근대 이후 섬유산업은 곧 산업이 발전을 이끌었다. 산업혁명을 통한 서구의 방직산업의 진전이 그렇고, 해방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대한민국의 섬유산업이 또한 그렇다. 그리고 21세기 미래 산업을 이끌 총아로 다시 부상하고 있는 신소재 산업 역시 인류의 문명에 ‘혁명적 변화’를 이끌 섬유산업이라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글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섬유산업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섬유 기술의 미래를 전망하고, 우리가 나아갈 길을 짚어보기 위한 것이다.

 

1.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개황

1.1 섬유산업의 정의

섬유(纖維, fiber)란 무엇인가. 가장 쉽게 정의할 수 있는 개념은 ‘실’이다. 한국공업규격의 섬유용어에는 섬유란 “실, 직물 등의 구성단위로 두께에 비해 충분한 길이를 가지며, 길이가 단면적의 최소 100배 이상이며 부드러워 쉽게 굽힐 수 있으며, 적당한 강도를 갖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섬유는 유기계(有機系) 고분자로 되어 있으나 금속이나 세라믹이라도 이런 정의를 만족하면 섬유라고 볼 수 있다. 즉, 섬유는 가늘고 긴 형태적 특징을 갖는 소재이다.

이런 정의를 바탕으로 섬유는 옷의 소재로 쓰이는 의류용 섬유와 산업자재 용도로 사용하는 산업용 섬유로 대별할 수 있다. 산업용 섬유는 응용 분야가 매우 다양해 인테리어, 가구, 카펫 등 가정용으로 사용되는 것에서부터 필터, 벨트 등 산업 분야에 사용되며 자동차시트와 부품, 타이어코드 및 비행기의 부품 등 복합재료에 들어가는 보강포, 토목용 섬유까지 있다.

섬유산업(纖維産業, textile industry)은 섬유의 제조, 가공, 판매, 서비스 등과 관련된 산업을 지칭한다. 섬유산업을 전방산업과 후방산업으로 나누어보면, 전방산업은 의류용 제품을 생산하는 의류·패션산업과 산업용 섬유를 소재로 하는 전기·전자산업, 항공우주산업, 토목건축산업, 운송산업, 스포츠레저산업, 포장산업, 의료산업, 기계산업, 군수산업 등 거의 모든 산업과 연계된다. 나아가 후방산업으로서의 석유화학산업과 정밀화학산업, 고분자산업까지를 보았을 때, 섬유산업은 다른 산업과의 연계성이 높은 핵심 소재산업이다.

우리나라 섬유산업은 섬유원료, 섬유원사, 원단, 염색·가공, 제품제조, 유통으로 이어지는 생산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재의 1/3을 해외에서 수입, 가공해 완제품을 만들고, 완제품의 2/3를 해외로 수출하는 수출주도형 산업이다.

1.2 한국의 섬유산업

한국의 섬유산업은 1960~1970년대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함으로써 오늘날 한국 경제력의 기반을 다질 수 있게 한 주역이다.

섬유산업의 업체 수는 2016년 기준 4만 7899개로 제조업 내 11.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고용인원은 약 30만 2000명으로 전체 제조업의 7.5%이다. 생산액은 약 41조 원으로 전체 제조업의 2.9%이며, 부가가치액은 약 16조 원이다. 섬유 기술 수준은 미국, 일본, EU 다음으로 4위에 올라 있으며, 생산기술도 고르게 발달되어 있다.

섬유류 수출은 세계 15위이다. 이를 소재와 의류로 나누어 보면 섬유 소재 수출은 세계 7위, 의류 수출은 세계 31위이다. 특히 스판덱스, 타이어 코드, 저융점 섬유(LMF) 등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1위이다.

무역수지 측면에서는 1987년 단일 품목 중 가장 먼저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한 이후 2001년까지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한 최초의 산업이기도 하다. 2011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16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는 수출 효자 산업이다.

다음에서는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발달과정을 면방과 화섬(화학섬유)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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