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곤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 이사장(前 섬유기술사회장) 발간 책자 발췌 특별 기고

다음은 섬유공학계의 권위자이자 면방을 비롯, 섬유산업 실물경영의 대가인 김해곤 전 섬유기술사회장(현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 이사장)이 한국 기술사회가 이달중 발간하게될 산업 각 분야별 특성을 다룬 특집책자에 특별 기고한 내용이다.

전남대 섬유공학과를 졸업, 국내 굴지의 면방회사 최고 경영자를 두루 거친후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섬유공학과 경영의 대가인 김 회장의 특별기고 내용을 3회에 걸쳐 전문 소개한다. <편집자 주>

 

4. 기후변화와 섬유산업의 대응 기술

4.1. 기후변화와 그 영향

탄소 중립· 폐의류 이슈, 그린 오션 제품으로 이어져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세기인 21세기를 맞은 인류는 새로운 위기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산량을 급격히 증대해 산업을 발달시킨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풍요의 시대를 안겨 주었지만 화석연료 확보를 위한 무분별한 자연파괴와 그로 인한 환경오염이라는 문제를 낳았고, 이는 곧 지구온난화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의 사용 급증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심화된 지구온난화는 기온이란 단순한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기준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1.1℃ 상승했고, 특히 최근 5년간은 0.2℃ 상승하였다. 그 결과 해수면 상승과 식량부족, 폭염과 자연발화(산불) 등 기상재해 및 생태계 파괴가 일어났고, 전에 없던 신종 바이러스도 출몰하였다. 2020년부터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곧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막대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해 인류 사회의 전반, 즉 의식주 모든 부분에서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EU를 중심으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 등에 대한 국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15년 195개국이 참여해 파리협정을 채택하고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고, 특히 1.5℃ 이하로 제한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어 2018년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이 1.5℃ 이하로 온난화를 제한하면 가뭄, 해수면 상승, 홍수 및 극심한 더위 등 기후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한 특별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하였다.

이 같은 목표 수준의 달성을 위해서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에 2010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에는 0(Net-zero), 즉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EU, 미국 등 선진국을 필두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 탄소 감축 목표를 발표하고, 탄소국경제 도입 계획도 발표할 계획이다.

탄소 배출 규제는 곧 섬유산업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대표적인 굴뚝산업으로 여겨지는 섬유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산업이다. 세계 섬유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21억 톤으로 세계 전체의 4% 수준이며, 생산구조의 변화나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 현재의 트렌드가 유지될 경우 2030년에는 27억 톤으로 연평균 2.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어 섬유산업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기후변화와 관련, 섬유산업과 연관된 또 다른 이슈는 의류 소비 증가에 따른 폐기물의 문제이다. 세계 의류소비량은 전 세계적인 중산층 인구 증가 및 1인당 의류 소비 증가 등에 힘입어 크게 증가하였다. 2000~2015년 기간 동안 세계 의류생산과 소비량은 2배 정도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GDP 증가보다도 빠른 증가세이며, 앞으로도 세계 의류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의류 소비량이 급증하면 의류 폐기물 배출량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2017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의류 폐기물 발생량은 2015년 9200만톤에서 2030년 1억 4800만 톤으로 연평균 3.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류의 소재를 생산하는 섬유산업이 다량의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막대한 양의 폐수를 배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폐의류의 증가는 온실가스, 폐수, 해양 미세 플라스틱 등 환경오염물질이 다량 배출된다는 말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섬유의 원료인 셀룰로오스 섬유를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의 목재가 사용되어 삼림자원의 고갈을 야기시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최근 거론되는 것이 리사이클 섬유이다.

결국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는 인류 생활 전반에 새로운 도전을 불러왔고, 의식주의 한 축인 섬유산업에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섬유산업계에서는 그린 오션 제품 개발이라는 카드로 맞서고 있다. 그린 오션 제품이란 환경을 보호하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제품으로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재생섬유, 친환경섬유, 환경보전 및 정화 진단용 섬유 등이 있으며, 에너지 측면에서는 대체에너지 생산용 섬유, 비석유계 그린바이오 섬유,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섬유 등이 있다.

이 장의 나머지 절에서는 기후변화에 맞서는 섬유산업의 신기술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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