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서양철학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쇼펜하우어’가 최근 교양서적분야를 장악하며 대한민국 서점가는 물론 전 세계의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16세기 독일 태생의 오랜 철학자 한 명이 왜 작금의 2024 현대사회 문명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걸까.

한때 비관주의자로 유명했던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독일 경제가 황금기일때는 빛을 보지 못하다 독일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후 경제침체와 암울한 상황에 직면하면서부터 그의 통찰력은 위대한 평가를 받기 시작한다. 니체, 아인슈타인, 톨스토이, 바그너 등 세계 거장들에게 수많은 영향과 영감을 준 비결은 ‘소극적 염세주의’를 벗어나 오히려 ‘적극성’을 띠고 있기 때문인데, 비관주의적 사고가 이 시대에 환영받는 이유 역시 그것이 상당 부분 능동적인 사고를 거쳐 도출되기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즉, 쇼펜하우어는 고난을 혼자 힘으로 스스로 헤쳐 나아가야 할 새로운 전환점으로 바라봤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현재 비관주의적인 냉철함으로 사고하고 의심하며 부정으로 가득차야 가능하다는 논리다.

극도의 비관적 상황을 예측하고 긍정적으로 이를 준비해가는 쇼펜하우어의 독특한 철학은 대한민국의 암울한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 시대 지도자들의 기본 소양과도 일맥 상통한다. 비관적 판단과 통찰력은 리더에게 필수다. 가장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 내는 쇼펜하우어의 지혜는 도처에 시급하다.

 

“지금 왜 버섯 균사체인가?”

伊 알칸트라 및 도레이 해도사 대체소재 ‘바이오 비건’

대한민국 미래 친환경 섬유 먹거리 주도할 ‘초격차’ 시대

 

바야흐로 전방위 ‘초격차’ 선점 시대다.

‘초격차’의 사전적 의미는 “넘을 수 없는, 2등이 아예 1등이 되고자 하는 의지마저 꺾어 놓을 만큼 큰 격차를 벌려 놓는다”는 뜻으로, 삼성전자가 경영전략으로 채택해 현재는 대다수의 기업들이 경영 목표로 삼고 있다.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려 아예 추격이 불가능하도록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절대적 기술 우위와 격을 뜻한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국내 섬유산업분야의 경쟁력 우위를 위해 정부가 앞장서 ‘섬유 초격차 시대’를 선언한 것은 가히 주목할 만 행보다.

최근 산업부는 대한민국의 섬유탄소분야 신규 과제로 R&D 부문에 ‘초격차’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탄소섬유는 물론, 친환경 섬유소재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바이오매스’ 기반 ‘비건레더’ 개발과 실증 클러스터 구축사업에 국비와 지방비, 민자 등을 합쳐 2028년까지 약 5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기로 했다,

그 배경에는 현대자동차와 CJ가 있다.

세계 1위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현대차의 가장 시급한 기술력은 내장재 섬유재의 경쟁력 확보다.

선인장, 오렌지, 사과껍질, 한지섬유, 대나무 등 각종 친환경 원료의 비건 레더가 새롭게 개발되고 양산됐지만, 정작 내구성과 내마모성 등이 취약해 자동차 내장재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천연가죽의 품질에 버금가면서도, 변색, 탈색, 내마모성, UV광선까지에도 거뜬한 바이오매스기반 ‘비건레더’의 개발은 21세기 ‘초격차’ 기술력으로 급부상했다.

 

정부주도 세계시장 석권 위한 강력한 의지 승부수

기업 연구기관 학계 민간 모두가 손잡아야 가능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친환경 자동차 내장재에 천연가죽을 대체할 소재로 이탈리아 알칸타라 소재를 값비싼 가격으로 공급받고 있지만 이 마저도 공급량이 부족해 국가경쟁력이 크게 하락하고 있어 바이오매스 기반 비건레더 선개발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자동차 실내 마감재 중 가장 고급 소재로 통용되는 ‘알칸타라(Alcantara)’는 일본의 도레이사가 개발한 동물성 가죽 천연 스웨이드의 대체물이자, 피복 마이크로 섬유소재다. 즉 인조가죽임에도 불구하고, 대체제가 없어 전세계 자동차 산업 고급 내장재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현실.

이와 함께 최근 국내 대표기업 CJ가 대량 생산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버섯 균사체’는 바이오 매스 섬유의 핵심 원료로 급부상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김태헌 공학박사(KEIT 수석연구원)은 “연구결과 버섯 균사체는 섬유 적층에 가장 최적합한 원료로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면서 “농림부에서 버섯폐배지에 연간 수십억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 버섯 균사체와 폐배지를 모두 활용한 비건 레더가 천연가죽의 성능에 부합된다면 국내 기업의 초격차 기술개발 성공은 물론 국가산업의 경쟁력까지 제고시켜주는 효과를 보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버섯균사체는 다양한 섬유 원료로 개발이 가능하면서도 바이오매스 기반 최적의 원료인 만큼 ‘비건레더 개발 분야가 시급하지만, 올해 섬유탄소 분야 신규 과제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과제로 손꼽는다.

내구성 등 완벽한 성능을 갖춘 비건레더 양산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실제로 미국 유수의 기업들이 버섯균사체를 통한 비건레더 시장 선점을 위해 매년 수천억불을 이 분야에 투자하고 있음에도 아직 성공사례가 없다.

이에 정부가 내세운 ’초격차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서는 핵심분야별 ’최고+최초‘를 캐치프레이즈로 R&D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정부와 기업, 연구소, 학계 등 민·관·학이 모두 제대로 힘을 합쳐야 가능하다는 것.

2025 넷제로 선언으로 각국 기업들이 촌각을 다투며 미래 친환경 먹거리 산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때, ’탄소 제로‘에서 가장 시급한 산업인 섬유패션분야는 작금의 불안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최적의 호기를 맞이한 셈이기도 하다.

600억불에 달하는 인조피혁 시장규모에 비해 이제 겨우 6억불 시장에 불과한 규모지만, 어느 누가 ’초격차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는가에 따라 900억불 시장의 주도권은 물론 새로운 신흥 시장까지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어렵지만 가야할 길이면 ‘쇼펜하우어의 지혜’로 모두가 힘을 모아 제대로 노력해야 한다. 초격차 비건레더 프로젝트가 정부의 계획대로 2028년까지 반드시 성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조정희 총괄국장 fashio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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