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섬유산업혁신포럼, 정부 지원정책 선진국 벤치마킹 절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속가능한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나서는 모습은 적신호가 켜진 우리 섬유산업에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26일 국민의 힘 소속 대구 달서구갑 소속 홍석준 의원의 주도로 제2회 국회섬유산업 혁신포럼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장맛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빽빽하게 가득 채워진 이날 포럼 현장은 안철수 의원의 축하인사처럼 ‘진심(眞心)’이 느껴지는 행사로 마무리됐다.

정부와 학계, 현장전문가들이 ‘섬유산업의 혁신’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해 1회 국회섬유산업 혁신포럼에 이이 두번째 행보다. 홍의원을 대표로 이인선 정경희 허은아 의원 등 여야 8명의 국회의원들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서울대학교 추호정교수, 그리고 5명의 전문가 패널(산업부 김종주 과장, 한솔섬유 유영균이사, 효성티앤씨 박노만부장, FITI 김유겸 박사, 섬개연 호요승 원장)이 우리 기업들의 지속가능 순환경제 전환을 위해 심도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혁명적인 변화를 통해 세상을 바꿔온 전세계 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닌 미래를 견인할 핵심사업”이라며 “1세대 생산혁명, 2세대 소재혁명, 3세대 공급 소비 확산을 지나 이제 4세대 순환경제 전환을 앞두고 2025년 패러다임 대전환에 직면했다”며 우리 업계의 시급한 체질개선에 목소리를 함께 했다.

그동안 본지가 창간이래 30년간 펼쳐온 ‘섬유를 살리자’ 캠페인이 무색하게 취약한 원가 경쟁력과 생산시설 해외 이전 등으로 ‘사양산업’이라며 수십년간 지원을 외면했던 정부가 이제는 앞장서 ‘고부가가치 첨단 혁신산업’이라며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주는 모양새라 어느때보다 반기는 분위기다. 사회적 인식의 변환은 정부 정책도 변화시킨다. 사양이라는 말 대신 고부가가치 혁신산업으로 인식이 전환된 섬유산업은 이제 또다른 숙제를 안았다.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기업들은 또다시 새로운 변혁을 위한 바람에 연구와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시점에 봉착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며, 연간 미세플라스틱 발생량 4만2천543 kton, 연간 79조 리터의 수자원 고갈과 9200만톤의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골치아픈’ 산업은 다름아닌 ‘섬유패션산업’이다.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천덕꾸러기가 된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해를 더할수록 심각함을 넘어 테러수준이다. European Paliament와 보스턴컨설팅 그룹 등 환경 분석 전문가에 따르면, 전세계 섬유패션분야 대량생산과 의류소비로 인해 2030년이 되면, 물소비량, 탄소배출량, 폐기물배출량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폭발적인 수치에 이를 전망이다. (Keit 발표, 표참조)

산업부는 지속가능한 환경 규제로 시급한 섬유업계의 어려운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손잡고 ‘섬유산업의 지속가능한 순환경제기술포럼’을 발족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최근 순환경제 활성화를 통한 산업 신성장전략을 확정하고 철강, 석유화학, 배터리 등 9대산업의 순환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CE9 프로젝트’ 발표와도 일맥 상통하는 행보다.

하지만 우리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은 여전히 구체화된 방법론에서 사뭇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섬유산업의 지속가능한 순환경제기술법’ 발족

“세밀하고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지원 필요하다”

순환경제란 제품 사용후 폐기하는 기존 선형 경제에 비해 자원을 지속 순환시키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말한다. 즉, 제품생산에 자원은 적게, 사용은 오래, 사용후 자원을 재생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 우리 섬유산업에서 지속가능한 섬유패션산업은 기존 Bottle to Fiber에서 Fiber to Fiber로 가야한다는 방향은 수립됐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론도 정확치 않다.

이에 반해 선진국의 행보는 발빠르다. 이미 EU는 순환섬유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R&D 산업 역량에 초집중하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친환경 디자인을 의무화하고 ▲섬유제품 폐기 금지,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 ▲디지털 제품 여권 도입, ▲그린워싱에 대한 엄격한 통제, ▲생산자 책임확대 및 재활용 촉진에 나섰다.

미국은 기존의 ‘오픈루프(Open-loop)’의 리사이클 섬유기술개발에서 나아가 ‘폐쇄루프(close-loop) ‘리사이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eit자료: EastMan의 고품질 화학재생 기술 사업화, Paperlogic의 나노 셀롤로스 섬유, Bolt Threads 바이오 매스 기반 비건섬유생산)

지난해 일본도 지속가능에 초점을 두고 F2F 리사이클, 바이오매스 섬유, 휴먼 인터페이스 섬유, 스마트 섬유 등 6대 중점기술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를 발표했다.. 우리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구체적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이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환경 규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심화되고 깐깐하며 스피드하게 바뀌고 있다. 어제의 규제에 오늘 또다른 규제가 더해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라는 국제적인 스탠다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원천기술 부족, 원료 및 경제성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선진국 사례를 빠르게 벤치마킹 해야한다.

우선,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50% 감축시키고, 재생섬유를 100% 사용하며, 넷제로를 달성하는 것은 공통분모다. 이는 ‘대세’라고 부른다.

세밀한 차별화는 기업의 생존 요건이다. 후발기업들은 발빠르게 선두 기업들을 모방해야하며, 선두기업들은 글로벌 브랜드를 모방하는 것을 넘어 이제 시장을 리드해야한다.

최근 한솔섬유의 행보는 아주 좋은 예다. 한솔섬유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벤더 기업으로서 월마트, 타깃, 유니클로, VS&Co, 콜스, A&F, 언더아머 등에 연간 10억불의 의류를 공급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공급망 총배출량의 1기가톤을 감축하고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대응 및 탄소감축 목표에 따라 벤더사인 한솔섬유 역시 강력한 기준을 부여받게 됐다. 즉, 2030년까지 온실가스 59%감축(2016년대비)와 2050년까지 넷제로를 목표로 수립하고 2024년 3월까지 SBTi(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 승인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설정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DE&I'라는 새로운 윤리적 기준에 발맞춰 기업의 ESG 경영 시스템을 완성해 가고 있다. 전세계 3만여명의 해외 법인 근로자가 양성평등과 함께 여성 근로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한 프로젝트 WISE를 통해 KPI를 설정 및 달성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환경후원 프로젝트로 2027년말 탈석탄화, 식수개선, 나무심기, 생물다양성 보전 등 타깃 월마트 A&F 등 바이어들의 까다로운 목표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기업의 변화로 청렴하고 투명하며 윤리적인 ESG 경영과 일맥 상통한 글로벌 벤더 기업으로서 변모하고 있다.

이 회사 유영균 이사는 “우리의 주요바이어들은 자신들의 공급망 내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DE&I 이슈를 해결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벤더에게도 책임을 부여하면서 벤더사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방증해준다.”고 제언했다.

이처럼 공급자와 수요자가 동일한 지속가능한 기준 성립은, 나아가 윤리적인 기업의 변모로 발전해 기업의 생존과 차별화를 동시에 만족시켜 준다.

정부의 지원도 기업별 차별화가 필수다. 자원순환형 생태계 조성을 밑바탕으로 각 기업이 ‘그린워싱’을 하지 않도록 독려하고 실질적인 현장의 세분화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생산을 실천하는 기업에게는 전기세와 법인세 등 각종 세금과 금융지원 혜택은 물론, 친환경 섬유소재 기술개발과 체질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전문가 컨설팅 역시 정부차원에서 이뤄줘야 한다. 기업이 오로지 기술개발과 제품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전문가들은 “세계 6위의 섬유 수출대국이자 글로벌 공급 체계 구축으로 의류 생산 기술과 품질,가격경쟁력을 함께 보유한 대한민국 섬유산업은 순환경제 혁신을 통해 글로벌 판도가 바뀌는 2030년이 새로운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일갈한다.

이제 2025년을 기점으로 순환경제 전환이 이루어지는 4세대 섬유산업 혁명을 코앞에 두고 지속가능과 순환 제조공정은 우리 기업들의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국내 섬유산업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함을 넘어 순환경제를 리딩할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본지 조정희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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