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괴이쩍다. 임기 초반 수직상승해야할 대통령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했다. 임기 시작 3개월째인지, 남은 임기 3개월인지 당최 알수가 없다. 국정운영의 핵심 동력인 지지도가 마지노선에 왔다는 것은 대통령 령이 안서는 심각한 위험수위를 의미한다.

인사가 만사인데도 망사가 되고 경험, 자질부족, 경제·민생 소홀, 독단적 태도, 소통 미흡 등이 켜켜히 포개졌다. 설상가상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의 버팀목인 집권여당마저 버벅거리고 있다. ‘권불십년·화무십일홍’인데도 당대표 직무대행의 거친 입과 경거망동이 지지율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집권 2개월여만에 뜬금없는 비대위가 거론되지만 수습은 커녕 내홍만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인두로 이마 지지는 가마솥 더위에 숨이 막힐 지경인데 집권여당에서 복날 개잡는 파열음이 연일 계속돼 국민 혈압을 올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휴가를 자택에서 보내고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마차를 이어 붙인다고 기차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확실히 변해야 한다. 가장 먼저 야당과 소통하고 협치해야 한다. 그 바탕에서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지지율은 저절로 올라간다.

60년만에 섬유사업 접는 삼성물산

본질문제로 돌아가 역사는 시대의 거울이며 미래를 제시하는 나침판이다. 하지만 역사에서 교훈을 못얻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설마했지만 종합상사중 유일하게 섬유사업의 끈을 유지하던 삼성물산이 60년만에 섬유사업을 접기로 했다. 이같은 사실이 지난 7월 25일자 본지 1면에 처음 보도되자 섬유업계가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솔직히 지난 반세기 이상 삼성물산은 대우와 함께 한국의 섬유산업 성장을 주도한 견인차였다. 2006년 섬유쿼터제가 폐지되면서 규모와 역할이 축소됐지만 기여도가 대단했다. 삼성물산의 종합상사 기능 중 섬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연 으뜸이었다. 4개 섬유제품본부와 원료사업본부 등 5개 본부에 관련 임직원만 1000명 가까웠다. 신사복 생산을 중심으로 1·2·3 공장은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삼성그룹 자체가 섬유를 시발로 재벌축성을 이룬거나 다름이 없지만 동시에 수많은 국내 섬유제조업을 일으킨 일등공신이었다. 현존하는 섬유기업중 크건 작건 삼성물산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기업이 부지기수다. 전성기 삼성물산의 섬유수출규모는 수십억달러로 한국 섬유산업 성장동력의 견인차였다.

지금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축소지향을 거듭하며 원사·원료 수입을 통해 국내 다운스트림에 여신을 제공하고 지원하고 있다. 기껏해야 연간 3만5000톤 규모의 원료·화섬사를 중소제조업에 공급하고 있지만 상징성에서 국내 재벌중 가장 큰 기여를 해왔다.

삼성이 섬유사업에서 손을 뗀 것이 충격으로 받아들인 것은 원사나 원료 공급차원을 넘어 종합상사의 폭넓은 글로벌 정보망을 통해 국내 산업에 접목하는 기능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섬유패션산업의 추세와 동향을 한발 먼저 입수해 국내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순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물론 국내 화섬메이커들이 중국산을 비롯한 수입사를 들여와 공급한데 따른 경쟁력 문제로 시비를 걸어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화섬메이커 입장에서는 아직도 “삼성이 섬유사업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고 시비를 걸었지만 국내 다운스트림업계 지원이란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어찌됐건 주사위는 던져졌다. 연말까지 섬유사업을 접는데 따른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할 것으로 보여진다. 삼성은 글로벌 복합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섬유뿐 아니라 액정표시장치(LCD)까지 비주력·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삼성뿐 아니라 현대자동차·SK·LG·포스코 등 5대 그룹까지 요즈음 글로벌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주력만 빼고 다 팔거나 정리하는 생존 몸부림이 한창이다. 삼성이 고작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원사·원료 수입공급사업에 연연하기에는 분초를 다투는 변곡점의 꼭대기에서 볼때 오히려 늦은감이 있다.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G2)의 성장세가 뒷걸음치고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악재가 짙어지면서 재벌그룹까지 생존을 걱정할 정도다. 하물며 중증 기저질환을 앓으면서 ‘훅’ 불면 날아갈 섬유산업은 과연 어떤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는지 앞이 캄캄하다.

제너럴일렉트릭(GE), 코닥, 노키아, 제록스 같은 전설적인 기업들이 몰락했다. 제벌그룹이 미래가 불투명한 사업을 매각하거나 손을 떼는 급박한 상황에서 섬유산업은 여전히 천수답경영에 안주하고 있다.

기업은 구조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비상구가 안보이지만 자력으로 돌파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에 찢기고 망가진 후유증이 너무 크다. 오더가 없어서 울고 오더가 와도 인력이 없어 생산이 불가능한 네모꼴 삼각형 꼴이다.

말이 좋아 AI·디지털 전환과 혁신이지 그물로 바닷잡는 장밋빛 정책이 주류다. 생일에 잘먹자고 일주일 굶으면 죽기 마련이다. 죽은 나무는 물을 줘도 못살린다.

답답하고 분통터지는 것은 정부나 단체·연구소가 산업현장을 모른다. 벽이 갈라졌는데 고작 벽지만 새로하는 식이다. 산업현장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온다. 장밋빛 청사진이 죽은 나무를 살릴수 없는 것이다.

섬유산업 소멸 이대론 못막는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판을 다시 짜야한다. 산업현장의 구석구석을 정확히 판단해 왜 거미줄과 곰팡이가 가득 찼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우리 내부뿐 아니다. 적어도 섬유강국인 일본·이태리·대만·중국이 섬유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깊은 고찰이 병행돼야 한다. 그 바탕에서 우리가 어디로 가야한다는 대전제를 마련해야 한다.

솔직히 중증 기저질환에 시난고난 버티어온 국내 섬유산업은 코로나 사태로 더욱 할퀴고 망가졌다. 대구와 경기 제·편직, 염색가공 기업이 이정도 생존해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가만 놔두면 저절로 소멸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죽기전에 물을 줘서 살려야 된다.

반도체와 휴대폰, 밧데리만 첨단이 아니다. 섬유패션은 그에 못지않은 고부가 첨단산업이다. 선진국일수록 섬유산업을 고도화시키고 있는 이유다. 일반 범용품은 후진국에 이미 시장을 잃었다.

기업의 각자도생 못지않게 정부가 비빌 언덕을 제대로 제공하면 한국의 섬유산업은 재도약할 수 있다. 업계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백면서생의 정부당국을 앉아서 기다릴 수 없다. 더구나 하로동선(夏爐冬扇)은 안된다. 일각이 여삼추다. 기업은 물론 단체·연구소가 팔소매를 걷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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