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지지율을 먹고 산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의 핵심은 국민 지지율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 지지율이 30%대에서 간당간당 유지되고 있다. 자칫 국정운영의 마지노선인 20%대까지 추락할까봐 겁난다. 그쯤되면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령이 안선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원칙과 공정의 의도는 장대하지만 민감한 인사문제에서부터 태클이 걸렸다. 핵심 측근 인사들의 설화도 포개졌다. 헌정사에 보기드문 여당 대표 자격정지 처분도 한몫 거들었다. 무엇보다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위기에 ‘이거다’하는 위기대처의 한방이 없다.

시장은 숫자가 말한다. 인수위때부터 따지면 집권한지 3개월이 지났다. 원인제공의 전말을 따지는 것도 군내나기 시작했다. 전 정권에 대한 복수혈전도 국민은 별 관심이 없다.

사방에 벙커와 해저드가 널려있는 복합 글로벌 위기에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가 불안하다. 발등의 불인 이 절박한 숙제를 현 정부가 풀어야 한다. 지지율은 저절로 올라간다.

제주 CEO 포럼 통합의 용광로 되다

본질문제로 돌아가 와해됐지만 섬유수출로 재벌을 축성한 대우그룹 전성기에 창업공신 중의 한사람인 윤영석 대우실업 사장이 있었다. 섬유로 폭풍성장을 주도했던 그가 어느날 대우조선 사장으로 발령이 났다. 그가 서울 출장길에 필자와 식사하며 들려준 한마디가 귀에 선하다.

“섬유는 인간미가 넘치는 업종입니다. 쇠붙이 만지는 업종은 그야말로 분위기 자체가 살벌합니다.”

요즘도 극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우조선 하청근로자의 행태를 보면서 산업의 특성이 극명함을 실감한다. 물론 과거 대구 직물업계에서 성공한 기업인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설립한 한국합섬·금강화섬·대하합섬이 민노총 등쌀에 고꾸라진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2022 섬유패션 CEO 포럼’에서 섬유인들은 모처럼 동질성과 함께 의기투합했다. 섬유업종만이 가질 수 있는 따뜻한 정과 의리가 통합의 용광로가 된것이다.

CEO건 아니건 섬유패션가족 370명이 함께한 제주 포럼은 코로나에 골병든 모든이에게 잠시나마 시름을 뒤로하고 재충전의 값진 기회를 제공했다. 전·현직 섬산련 회장이 대거 참가해 격려했고 국회 홍석준 의원과 양금희 의원 등 대구 출신 의원이 참석하는 성의를 보였다. 역대 행사중 처음으로 오영훈 제주지사가 참석해 환영사를 하며 섬유패션인의 제주방문을 반겼다.

이상운 섬산련 회장이 8년만에 복귀한 제주행사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곳곳에서 역력히 나타났다. 명예회장인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스스로 공개하듯 시간당 1억원씩 세금을 내는 금쪽같은 시간을 할애해 “선진국일수록 섬유산업을 중시하며 고도화 시킨다”며 “섬유사양론은 국외자의 편견”이라고 지적하며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직접 설파했다. 노희찬 고문과 경세호 전 회장도 기꺼이 참가해 섬유패션인의 화합과 사기를 높이는데 앞장섰다.

이번 행사에서 더욱 평가받은 것은 글로벌 트렌드인 디지털 전환과 급격하게 변화하는 무역·통상환경이 섬유·패션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한 대응책을 폭넓게 제시했다. 경영·인문분야의 전문가와 저명인사의 특강은 섬유패션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공유하는데 많은 참고가 됐다.

더불어 참가자들은 각기 희망대로 골프와 관광레저를 통해 건강과 소통의 장을 마련해 일상에서 벗어난 기쁨을 만끽했다. 그야말로 섬유패션인의 화합과 단결을 다지는 재충전의 값진 기회였다. 섬유패션 행사중 가장 큰 규모의 제주 CEO 포럼을 주관한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노고를 치하한다.

하지만 목적과 취지가 좋아도 모든 행사에는 뒷말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아쉬운 점이 적지않게 드러나 내년 행사에는 빈틈없는 준비와 진행이 요구된다.

이미 지적했지만 섭섭하고 안타까운 것은 역대 섬유패션 CEO 포럼에 한번도 보지 못한 주무당국의 장·차관이 철저히 외면한 사실이다. 과거에는 제주이건 평창이건 산업부 장·차관이나 정 안되면 실장급이라도 참석해 섬유패션인의 노고를 위로하고 격려하는데 성의를 다했다. 이번 제주 CEO 포럼에 철저히 발길을 끊은 이유를 당최 알수가 없다. 더구나 같은날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주최 포럼에는 이창양 장관이 참석했다. 성의만 있으면 대한상의 행사 참가길에 섬유패션 CEO 포럼에 잠깐 들려 격려사 한줄 읽고 갈수도 있었다. 반도체·밧데리 등만 눈에 보이고 섬유는 안중에도 없이 미운 오리새끼 취급같아 섭섭하다 못해 분개하는 마음을 떨칠수 없다.

또 제주 CEO 포럼은 소통과 교류의 장을 통해 각 스트림간 협력체제를 강화하는데 큰 목적이 있다. 아무리 해외로 투자 엑소더스가 심하다 해도 섬유산업 뿌리인 면방업계가 철저히 외면했다. 놀고 즐기기 위해 같이 가자는 뜻이 아니라 소통과 교류를 통해 고통을 분담하고 상호이익을 도모하자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패션업계도 여전히 외면했다. 그만큼 우리 내부에 소통이 부족하고 보이지 않는 간극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아쉽다.

면방·패션업계뿐 아니다. 글로벌 경제위기속에 오더 기근으로 비상이 걸렸다고 해도 어느덧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선 의류 수출벤더들도 외면했다. 벤더들의 해외 대규모 소싱공장에 애로가 있으면 섬산련이 앞장서 외교채널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애써왔다. 해외공장 관리자가 부족하다고 애걸복걸할 때 섬산련이 무역협회와 노동부 지원을 받아 관리자 교육을 실시해 파견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얄팍한 행태다.

더욱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이번 행사 참가자의 대부분은 서울의 섬유수출협회 회원사인 직물 수출업체와 경기 니트, 그리고 경기·안산·시화·대구·부산 염색업체다. 그것도 단체·연구소·시험원 관계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한국의 섬유산지 대구 직물업계가 대거 불참했다.

대구직물 불참, 참가비 때문 아니다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을수 있다. 주최측인 섬산련이 만찬과 강사료 등 기본 참가비를 1인당 45만원씩 징구한데 따른 반감도 있을수 있다. 만찬비와 강사료를 참가자에 부담시킨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처사였다.

항공료·숙박비·골프·관광비는 당연히 자비 부담이지만 강사료 등은 주최측이 선심을 썼어야 했다. 물론 이상운 회장이 1000만원을 지원했고 이영관 도레이 회장, 최재락 세왕섬유 회장 등이 수백만원을 지원했다. 영원무역이 통크게 기념품을 지원했고 30개 기업이 상품지원에 나섰다.

본지가 참가비 45만원 징구는 잘못이란 지적에 막판 부부 참가자 한명에게 절반값을 인하 적용했다. 대구 직물업계가 불참한 것은 외양상으로 참가비를 지적했을뿐 45만원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만큼 섬산련과 보이지 않는 갈등이 컸기 때문이다. 작년 섬유의날 포상자에 대구 섬유업계가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처사에도 불만이 많다. 이런저런 보이지 않는 갈등이 많이 쌓인 것이 원인이다. 섬산련이 대구를 적극 보듬어야 한다. 대구 직물업계도 내년에는 대거 참석할 것으로 본다. 화합은 말이 아니라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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