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조변석개다. 진득하니 기다려 주지않고 금새 뜨거웠다 다시 식는다. 그럼에도 국민 지지율은 대통령 국정운영 동력의 핵심이다. 지지율 하락은 민심 이반의 전조등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지 6주만에 국정수행의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국정 수행능력의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6.6%인데 비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47.7%로 나타났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조급성도 문제지만 인사와 정책 혼선이 몰고온 후유증에 실망한 것으로 보여진다. 국민이 열렬히 지지한 법과 원칙과는 달리 지난번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산업현장이 마비상태가 됐는데도 속수무책이었던 상실감도 컸다.

역사는 시대의 거울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명확하고 구체성이 없고 개념마저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던 어중간한 통치는 안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도 없고 성장도 없는 얼치기 경제학자의 이단 논리도 안된다.

지금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시대의 글로벌 복합불황 위기다. 기업과 가계 모두 벼랑끝 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경제계는 이미 성장경제를 포기하고 생존경영으로 화두를 바꿨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아직 뚜렷한 정책대안이 안나온데 대한 국민의 불만과 실망감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복합불황 성장전략 아닌 생존전략으로

본질문제로 돌아가 우리가 속해있는 한국의 섬유산업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시난고난 앓아오면서 내년을 기약하며 버티어 왔지만 이젠 막다른 길에 몰렸다.

섬유산지의 상징이자 대들보인 대구산지부터 중증 증세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로 맷돌에 갈려 찢기고 할켜 만신창이가 됐다.

하나의 예증으로 대구에서 비교적 잘 나가던 감량가공 화섬직물 업체의 실상을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충격과 애석함을 떨칠수 없다. 혁신직기 60대 규모면 대구에서 중견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2년 2개월 모진 코로나 사태로 월평균 9000만원씩 적자를 봤다. 2년 2개월동안 20억원의 누적적자를 봤다. 이같은 현상은 대다수 기업이 대동소이하다.

개인 부동산을 저당잡혀 급한 불을 꺼왔지만 고금리 정책에 이자부담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 공장가동을 위한 최소한의 필수 인력마저 고갈된 상태다. 대구직물업계에 요즘 직수 스카웃전이 가관이다. 뺏고 뺏기는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다.

중견 某 직물업체는 2교대 조건에 외국인근로자 1명당 월 350만원을 주고 고용해왔다. 지난 6월초 경쟁업체에서 월급 400만원 조건에 외국인근로자를 빼갔다. 업계에서도 신망이 높아 중진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 회사 대표는 인력이 담당하던 직기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화가 치밀어 빼앗긴 외국인근로자를 되찾아 왔다. 이번에는 월급을 450만원으로 올려준 조건이었다. 바이어 납기가 급하다보니 종전보다 100만원을 더 주고 데려왔지만 사달이 생겼다. 다른 직원들도 같은 대우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는 부작용을 수습하느라 안간힘을 쏟고 있다.

내국인은 금을 줘도 생산현장에 얼씬도 않는 풍토에서 외국인근로자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코로나 사태로 들어왔던 인력이 빠져나간데다 해외 송출국에서 출국을 막았기 때문이다. 올해 제조업에 도입된 외국인근로자 쿼터는 4만4500명이지만 4월말 기준 겨우 1만334명이 들어왔다. 2년전에 4명을 신청한 기업에게 겨우 한두명이 배정되고 있다. 올해 신청기업은 내년에나 차례가 올 수 있을지 가물가물하다.

사람이 귀하다보니 외국인근로자가 상전이다. 월급을 조금만 더줘도 빠져나가고 ‘기숙사에 에어컨을 달아라’, ‘식사메뉴를 늘려라’ 온갖 투정을 하고 있다. 생산성을 늘리라고 독촉하면 ‘기분 나쁘다’며 태업한다. 하는 짓거리가 가당치 않지만 돈보다 더 급한 인력난 때문에 꾹 참고 견딘다는 것이다. 외국인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백면서생 정치인과 관리들이 저지른 업보다. 내국인 일자리 감소와 무관한 외국인근로자 도입쿼터제부터 폐지하고 과감히 늘려야 한다.

답답하고 분통이 터진 것은 주무당국과 협단체·연구소 등 관련 단체들의 불구경이다. 섬유산업연합회를 비롯한 수많은 협단체의 존립 명분은 업계와 회원사의 권익보호와 발목잡는 모래주머니 해소에 있다. 대구산지나 경기북부 산지가 이같이 아비규환인데도 건의서 한두장 보낸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태도다.

섬산련 회장단과 각 단체 대표들은 방안퉁수로 지낼것이 아니라 주무장관을 조찬모임에 초청해 현상을 알리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열정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장관이 시원찮은 반응이면 총리를 면담하고 안되면 대통령실을 노크하는 뱃짱과 강단이 있어야 한다.

섬유단체의 총본산이고 섬유패션의 싱크탱크인 한국섬유산업연합회부터 팔소매를 걷어올리고 뛰어야 한다. 백면서생 관리들은 건의서 몇장 올리는 것으로는 눈도 깜짝 안한다. 목마른 자가 샘 파고 성질 급한자가 술값 먼저 내듯 목타는 산업현장의 아비규환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전달해야 한다.

중언부언하지만 섬산련이나 협단체·연구소가 업계 눈치보고 봉사해야지 산업부 눈치보고 거북스런 내용은 깔아뭉개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민주국가에서는 의회의 힘이 절대적이다. 대구산지 출신 국회의원이 팔소매를 걷고 발등의 불을 해소하려는 각오만 있어도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대구부터 스스로 변해야 한다.

인력문제뿐 아니다. 소재개발 없는 섬유산업 미래는 없다. 자동화·성력화·디지털화를 앞당기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강한 임팩트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섬산련·협단체 불구경 할때인가

지금 이순간 한국의 섬유산업 전체가 백척간두 벼랑 끝에 몰려있다. 이미 모세혈관은 다 터졌다. 지난 2년간 모질게 덮친 코로나 후유증이 소멸의 속도를 가속화 시켰다. 과거처럼 천수답 경영으로 안주해도 회복되던 호황과 불황의 경기순환적인 흐름이 아니다. 한국의 대표산지인 대구와 경기북부가 중국이 주춤한 사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 규모경쟁의 중국이 글로벌 시장을 다시 휘둘기 시작하면 한국섬유산업은 그길로 졸도할 수밖에 없다.

업계의 각자도생이 절대관건이지만 협단체·연구소도 산업이 소멸되면 그길로 끝이다. 대구산지가 없으면 한국의 섬유산업은 끝장이란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두고쓰는 말이지만 잠업이 사라진 대한민국의 국회앞에 웅장한 잠사회관이 존재하고 있는 웃음거리가 돼서는 안된다. 섬유산업이 사망선고를 받으면 금싸라기 섬유센터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성장경영이 어려우면 생존경영을 위해 함께 분골쇄신 전력투구해야 한다. 언제까지 강건너 불구경하며 청맹과니로 일관할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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