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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컬럼> “결국 터질 고름이 터졌다” 새벽배송, 꼭 필요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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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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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생 구두를 닦아 모은 돈 7억원을 어려운 시국에 잘 써달라며 국가에 헌납한 어르신, 수중의 50만원을 모두 기부한 할머니, 자신도 어려운 처지임에도 평소 아끼고 아껴둔 마스크를 모아서 주민센터 문 앞에 놓고 간 지체장애인, 여덟살 때부터 고사리손으로 모았다는 돼지저금통을 가져와 마스크가 필요한 분들께 써달라는 초등학생.

코로나19가 낳은 풍경은 어렵고 힘들 때 더욱 강해지고 단합하는 아름다운 시민들의 기부 행렬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마스크 기부행렬을 비롯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꼭 필요한 곳에 마스크를 보내주자며 ‘마스크 덜사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대한민국 시민들의 선진시민의식 행렬은 훈훈한 사회적 풍경과 더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이제 선진시민의식이 다시 한번 발휘될 때가 왔다.

지난 19일 심정지로 사망한 쿠팡맨의 죽음은 과로사 즉, 예견된 인재라는 여론이 팽배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관련 소비가 두 자리수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쇼핑공간을 방문하기 꺼려하는 심리가 팽배해지면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제품은 집앞까지 배달’하는 서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벽배송 서비스 수요도 크게 늘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이사위한(以死爲限) 즉, 죽음을 각오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평소 쿠팡맨 한 명당 하루 평균 배달 물량은 약 240박스에 달한다. 문제는 코로나19사태가 발생한 최근 몇 달 사이 하루 평균 배달박스만 390개까지 늘었다는 것. 이는 2~3분에 한 개 배송이라는 인간의 능력 한계치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어마 무시한 극한 직업 환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새벽배송 서비스까지 가세하면서 하루 10시간 밤샘근무로 새벽 6시 전에는 배달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택배기사들은 밤잠까지 설치며 막대한 배송물량을 소화하느라 하루 30분 휴식시간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현실이 반복되어왔다는 것. 특히 새벽배달은 어두운 배송 선별 작업부터 근무 환경 자체가 취약하다. 새벽 6시안에 모든 배달이 끝나야 한다는 유통사가 정해놓은 기준에 목숨을 담보로 과속운전도 서슴지 않으면서 쿠팡맨 과로사는 당연한 결과였다  인원 확충대신 근무시간 초과를 선택한 기업들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배달 직원들의 몫이었다.

“빨리 빨리” 습성이 낳은 참사
쿠팡맨 노조위원회는 “새벽배송을 아예 없애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이 와중에 유명 패션업계까지 “오늘 사서 오늘 입는” 의류 총알배송에 나섰다.

이쯤되면 새벽배송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

서울 송파구 홍수연(43)씨는 “직장맘들이 선호한다는 샛별배송은 정작 배송물품을 이른아침에 배송박스와 포장재를 정리하느라 출근시간을 더 바쁘게 만들기도 한다”.며 “굳이 새벽배송보다는 여유를 두고 주문하는 편”이라고 했다.

필요 이상의 ‘신속함’을 요구하는 소비자 습성도 되돌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가 너나 할 것 없이 새벽배송 경쟁에 혈안이 된 원인은 결국 소비자 탓이다.

기본적인 인권 보호나 규제 없이 사지에 몰리는 열악한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 ‘빨리 빨리’ 소비행태에 대해 깊이 고찰해 봐야 한다.

재난은 어렵고 힘든 환경에 처한 이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간다.“살기 위해 들어갔다가 죽어서 돌아오는 곳”이라는 웃지 못할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새벽배송만이라도 제대로 된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

조정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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