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업계의 사활은 신기술 발굴을 통한 신제품 개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대구광역시와 경북도청이 각각 추진하고 있는 밀라노 프로젝트와 섬유기계개발센터 및 신합섬기초소재개발센터는 섬유 관련 업체들에게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여건들을 하나하나 제공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본지도 신제품 개발 고취 및 국내 섬유 기계의 국산화 정착이라는 대의적 차원에서 연구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업체들을 지속적으로 발굴, 지면을 통해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신기술로 승부건다1-한남FAS"장기적 안목의 끊임없는 연구 개발만이 국내 섬유기계 국산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올 해 42세의 젊은 엔지니어 김태기 사장의 하루는 설계 도면에서 시작해 설계 도면으로 끝을 맺는다. 김 사장은 잠자리에서도 설계 도면을 그리는 꿈을 꾼다고 한다. 이처럼 김 사장에게 연구 개발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그러한 관계가 없었다면 현재의 한남FAS는 탄생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여타 섬유 기계 업체처럼 카피 문화 홍수 속에서 자생력을 상실하였을 것이라며 국내 양말 메이커들은 김 사장을 높이 평한다. 지난 92년 한남정밀을 창업, 섬유 자동화 기계 제작에 뛰어든 김 사장은 자금 압박 등 수많은 어려움을 끊임없는 연구 개발 의지로 극복하고 양말와꾸기계(양말자수준비기)의 선두 주자로 우뚝섰다. 지난 95년 4월 국내 첫 선을 보인 양말와꾸기의 개발은 양말 업계에선 하나의 혁명으로 일컫어 질 정도로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미숙련자도 쉽게 작동할 수 있는 작업의 용이성,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작업의 정확성, 15명 작업팀을 3명으로 축소한 높은 생산성, 깨끗한 작업 환경과 저소음 등의 장점에 매료된 무등, 동산, BYC 등 국내 유명 양말 메이커들은 앞다투어 와꾸기를 주문했다. 지금도 120대의 와꾸기가 일본산 제품을 완전히 몰아낸 채 가동되고 있다.하지만 김 사장은 와꾸기의 가장 큰 장점을 양말자수준비기의 국산화 정착에서 찾는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당시만 하더라도 대다수 양말 업체들이 일본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었다"며 "와꾸기의 탄생으로 양말 업체들은 작업성, 생산성, 인건비 절감 등에서 큰 이익을 보고 있지만 무엇보다 외산 제품의 국산화 대체라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연구 개발 노력이 없었다면 양말와꾸기의 국산화는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김 사장의 두 번째 히트작은 지난 97년 6월 개발 착수, 99서울국제봉제기계전시회에서 모습을 드러낸 가마식컴퓨터퀼팅기(누비기). 현재 특허청에 10가지 특허를 출원 중인 퀼팅기는 다양한 무늬 표현이 가능한 이중의 전후바늘 배치, 기존 체인 벨트 형식을 기어 박스로 대체, 일정한 텐션 유지 등 기존 누비기에 비해 경쟁력, 생산성 등 모든 면에서 탁월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전시회 출품 이후 국내 및 해외 업체로부터 각각 6대, 2대 주문을 받은 한남FAS 직원들은 납기일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지만, 김 사장은 그 와중에도 세 네 번째 돌풍을 가져올 신기계 설계를 위해 또 다시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장기적 안목의 꾸준한 연구 개발만이 국내 섬유 기계 국산화를 하루빨리 앞당길 수 있다"는 김 사장은 "이제 업체들도 카피에만 몰두하지 말고 젊은 엔지니어 영입, 연구 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 등 신기술을 통한 신제품 개발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며 말을 맺었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