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수는 언제나 컬렉션의 오프닝이 기대되는 디자이너다.지난 12일 COEX 신관 아셈컨벤션홀에서 열린 '2001 S/S 박윤수 컬렉션'도 이같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이날 쇼는 70년대를 풍미하던 그룹 벤처스의 기타연주와 함께 박진감 넘치는 모델들의 활기찬 워킹으로 시작됐다.총 90벌의 의상을 선보인 이번 컬렉션에 계속해서 등장한 오브제는 바로 '코르사주'였다. 데님·코튼·린넨·망사·실크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 코르사주는 원색의 깃털, 프린지, 파스타처럼 납작하게 눌린 프릴 등과 매치되어 강렬한 열대풍의 이미지로 연출됐다.무엇보다 디자이너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건 팬츠의 실루엣이다. 80년대의 펑크, 디스코를 회상케하는 판탈롱과 넉넉한 스트레이트 팬츠는 깃털 장식의 코르사주 벨트와 매치되거나 패브릭 자체에 형형 색색으로 징을 박아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그의 컬렉션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매니쉬한 수트류는 브론즈 코팅된 데님, 보일드 울, 쿨 울 등 고감도 패브릭을 사용해 세련된 피팅감을 선보였다.또한 지난 시즌 레드 컬러에 대한 심도 있는 해석력을 보여주었던 그는 이번 시즌, 쇼의 한 부분을 할애해 블랙 컬러를 소개했다. 남성적인 재킷과 팬츠, 플리츠 미니 스커트는 가슴을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화려한 브라톱과 매치되어 섹시함과 매니쉬란 상충된 이미지의 결합을 이루었고, 톤온톤으로 면분활된 셔츠, 블라우스 등과 함께 성숙함을 표현하기도 했다.'디지털리안 이브'라는 테마를 지적인 디테일로 표현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박윤수는 극도의 여성스러움과 섹시함, 그리고 고급스러운 매니쉬 룩으로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현대 여성상을 제안한 것이다.메일 테마 송으로 등장한 첨바왐바의 '메리'란 곡과 모던 록, 하드 코어, 펑크 록 등 음악적 조예가 깊은 디자이너 박윤수의 순발력이 쇼의 흥을 한 층 돋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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