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섬직물 부도대란 시작" 이란 주먹만한 활자 위에는 "올 것이 왔다.. 대구산지 초비상" 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며칠 전 본지의 1면 톱 기사 이다. 2면을 넘겨보아도 "화섬업계 직물 줄초상 비명", "두바이 시황 테러 충격 장기화" 라는 어두운 내용들 뿐 이다. 우리섬유산업의 현주소를 말하는 것 같아 답답할 뿐이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 후진국들의 발 빠른 추격, 특히 중국의 급성장 등으로 예견하지 못한 것은 이니었지만, 엎어진데 덮친 격으로 최근 발생한 테러 사건이 미국과 아프카니스탄 간의 전쟁으로 발전함에 따라 우리의 주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동의 수출길이 막힐 뿐 아니라 전쟁에 따른 이 지역의 소비가 위축되어 우리의 섬유산업이 어려워질 것이 불을 보듯 뻔 한일이다. 우리나라 섬유산업은 산업의 불모지였던 1960년대부터 수출 주종산업으로 성장하여 60년대 와 70년대에는 우리나라 총 수출고의 1/3을 차지하는가 하면, 1987년에는 섬유단일 품목으로 수출 100억불을 돌파하는 등,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뿐만 아니라 IMF 관리 하에서도 매년 130억불 이상의 무역 흑자를 기록해 IMF 관리를 조기에 벗어나게 하는데도 한 몫을 담당한 찬란한 전력을 가지고있다. 물론 우리의 섬유산업이 지금까지 항상 순탄하였던 것만은 아니었다. 한 때 생산성을 능가하는 급격한 임금상승, 과잉생산에 의한 과당경쟁, 3D업종, 첨단산업에 밀려 사양산업이라는 잘못된 인식 등이 이 분야에 종사하고있는 사람들의 의욕 저하는 물론 기회만 있으면 빠져 나 갈려고 하는, 그래서 투자를 기피하고 연구 개발을 소홀히 한 결과,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날로 심화되고 급기야 세계의 고급시장은 선진국에 의하여 석권되고, 중저가 시장은 저임금으로 추격해오는 동남아 후발국들과의 가격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때마다 "죽는다, 죽는다" 하면서도 그래도 잘 버티어 오늘까지 온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느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의 주 수출 시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주지역, 홍콩을 통한 중국, 두바이를 통한 중동지역 이라면, 중국은 이미 어려워진지 오래고, 미국과 중동이 우리의 주된 시장이었는데 이런 상황이 되었으니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선 막막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전쟁을 끝나기만 앉아서 기다릴 수 만 없는 것이다. 우리가 섬유산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위하여 어떻게든지 해야 한다. 누가 해결해주기를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 하나 하나 해나가야 할 것이다. 먼저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정관리 및 구조조정, 나아가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한 연구 개발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현 상태에서의 생산원가 절감은 효율적인 공정관리와 구조조정 뿐이다. 섬유산업은 방사에서부터 방적, 제직, 염색, 가공을 거쳐 어패럴까지 수많은 공정을 필요로 한다. 각 공정에서 사용하는 처리제나 약제는 적정량 사용하고 있는가? 에너지의 낭비는 없는가? 로부터 시작하여 운전인원과 관리요원은 적정한가? 등을 정확히 점검하여 필요 이상의 약제나 처리제의 사용을 억제하고, 유휴노동력은 줄이고 부족한곳은 과감히 늘려 생산성을 극대화하여야 한다. 어느 현장 전문가에 의하면 염색 가공공장에서 각 공정에 투입되는 염료 및 조제만이라도 최적량을 사용한다면 현재의 생산원가 중 직접비를 10%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생산원가 절감 이외에도 제품의 품질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므로 그 효과는 바로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잠시도 지체할 일이 아니다. 고부가가치의 제품개발은 재정적인 면에서나 인적인 면에서 취약한 중소기업으로선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더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행히 정부가 섬유산업의 인프라를 위하여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한국염색기술연구소를 설립하여 집중지원 중에 있고, 이를 예측이나 한 것처럼 밀라노프로젝트를 3년째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긍정적인 자세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어려움은 우리만이 겪는 것이 아니다. 이웃의 일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보다 앞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대처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몇 년 전부터 불어닥친 불황은 일본의 최대 합섬산지인 北陸지방을 먼저 강타했다. 수많은 업체가 도산하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나름대로 살아 남기 위하여 안간힘을 쏟았다. 생산공정을 합리화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한 결과 어려움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岐阜縣의 기센(キセン)이라는 회사로 주위의 11개의 염색 업체가 모여 만든 회사이다. 우선 11명의 사장에게 지급되던 급료가 1명으로 족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공장마다 시설이 부족하여 염색주문의 색상이 바뀔 때마다 염색기 청소에 한나절을 보내는 그런 일이 없어졌으니 생산성이 향상됨은 물론, 나아가서 회사간 경쟁이 그만큼 줄어 덜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를 단지 하나의 이야기로만 흘러 버리지 말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가 있다면, 그야말로 이를 벤치마킹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정신 만 이라도 말이다. 위기를 기회로 생각할 때가 온 것이다. 임 용 진 경북대학교 염색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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