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정치가 화근이다. 돌아가는 정치판의 통박을 보면 음모와 모략의 술래잡기였던 이조시대의 피 비린내 나는 당파싸움과 닮은꼴 역사다.집안이 안될려면 형제, 자식들이 들고일어나 낳아서 길러준 부모까지 짓밟는 패륜행위가 극성을 부린다. 재·보선 선거에서 패배한 여당이 사분오열돼 네탓타령에 집착한 작태도 같은 맥락이다.그렇다고 재보선 승리이후 표정관리하는 한나라당을 국민이 탐탁해 하는 것도 아니다. DJ정권의 국정난맥과 경제난으로 인한 반발에 어부지리를 했을뿐 얼씬하면 발목잡는 야당이 좋아서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어느 여론 조사결과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이 이민을 생각한다고 했다. 단순히 DJ정권이 싫어서라면 '떫은 감먹는 셈치고 1년반만 기다리면 되지만, 한나라당 정권이 들어서도 희망이 없기는 매한가지란 생각에서다.우울한 섬유의 날때마침 미국테러사건에 이어 탄저병파동, 아프카니스탄 폭격의 소용돌이 속에 경제대공황까지 겹치는 위국이 걱정되고 있다. 이같이 전세계에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는데도 민생은 뒷전이고 자기합리화를 위한 역선전이나 대권욕외에는 안중에 없는 여·야 정치권이 한심하다. 그들이 언제나 고된 삶의 현장에서 한숨과 눈물이 보태진 백성들의 아우성소리를 제대로 들을지 참으로 걱정이다.다시 우리 얘기로 돌아가 오는 10일은 제15회 섬유의 날이다. 올해도 성대한 기념식과 포상이 이뤄져 축제의 한마당을 기대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느때보다 우울한 섬유의 날 임을 부인할 수 없다.전대미문의 미국 테러사건과 휴우증이 더큰 탄저병파동, 아프카니스탄 보복공격에 섬유산업 역시 유탄을 고스란이 얻어맞고 있다.내수경기는 그나마 날씨가 큰 부조를 해 현상유지를 하고있지만, 주력시장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섬유수출은 하루가 다르게 쪼그라 들고 있다. 신규오더는 격감하고 선적직전의 제품까지 우수수 캔슬 당하는 기막힌 현상이 지금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설상가상으로 대구산지는 경기불황과 비수기에 미국테러사건이 발생해섬유류 어느 품목보다 심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부도업체가 중소업체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되고 업체당 부도규모도 작년보다 3배나 커졌다. 혁신직기 4만7천대중 1만 3,000대 규모가 가동을 못한채 세워져있는 가운데 혁신직기 1만5,000대를 폐기하기 위해 1천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SOS를 치고 있다. 직기폐기자금 지원요청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냥 달라기 민망하니까 연리2%이내에 10년이상 장기융자를 요구하고 있다.그나마 세계 제일의 중계무역지인 두바이 시장만 약보합세로 물량이 움직일뿐 다른 시장은 온통 꽁꽁 얼어붙었다. 일시적인 불황이야 참고 견딜수 있지만 구조적인 공급과잉에 가격은 폭락한채 적어도 구정이전에 반짝할 기미가 없어 문제다.하룻밤 자고나면 떡쌀 담그는 부도예상 살생부가 꾸준히 나돌고, 여차하면 원사메이커가 득달같이 원단압류하고 위탁관리체제를 서두르는 곳이 여러곳이란 소문이다. 그야말로 대구산지 전체가 불안성 가연심리에 뒤덮여 땅 꺼지는 한숨소리다.그러나 대구합섬직물업계가 죽기를 각오하고 다시뛰면 결코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중언부언같지만 우선 대구기업인들이 거듭나야한다. 사장이 공장에 틀어박혀 근로자들과 함께 지내며 신제품을 개발하고 원가를 절감하며 생산성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절박한 인식을 다시해야한다.하나의 예증으로 문희갑 대구시장이 이태리의 세계적인 첨단 섬유공장을 방문했을때 보고느꼈던 현장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그곳 생산공장엔 사장방도, 공장장방도 따로 없고 근로자와 똑같이 생활하며 일하더라는 것이다.다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사장과 종업원이 현장에서 함께 뒹굴며 일하지만 금요일 오후부터 사장은 고급 옷으로 갈아입고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별장으로 가 파티를 열더라는 것이다. 종업원들은 이런 사장을 존경하며 다음 월요일에 다시 만나 노사가 하나돼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무심이상의 많은 것을 느꼈다고 어느 세미나장에서 소개했다.우리는 기업이 조금 커지면 공장에서 사장얼굴 보기가 힘들고, 평일날 골프장으로 출근하는 그런 모습과 판이한 현상을 반성해야한다. 바로 이태리 사장들의 눈에 한국기업인들의 모습이 이렇게 비쳐지고 있는 것이 결코 잘못된 시각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이같은 대전제에서 신제품 차별화제품개발로 위기를 돌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대량생산시스템에서 소량다품종에만 매달려 신제품만 고집하다는 그 기업은 망하기 십상이다.지금까지 경험법칙으로 봐도 다품종 소량체제만 고집하고 고급제품에만 매달린 직물업체는 거의 100% 망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조화이다. 한꺼번에 차별화를 속결하려는 조급성을 버리고 대량생산품목은 기본적으로 유지하돼 전체의 20-30%부터 부가가치 높은 차별화, 특화제품을 생산해도 성공으로 가는 길이다. 소나타 자동차가 조금씩 변화를 주는 시리즈 전략으로 성공하듯이 합섬직물도 조금씩 줄기차게 변화를 줘 수요를 리드해 나갈 줄 알아야한다.물론 이같은 노력이 직물업체 자체만으로 이루워지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국내 원사메이커에서 소재가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실현하기는 많은 애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그러나 지금은 일본 메이커들이 과거와 달리 차별화 신소재를 한국에도 제대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나오지 않는 신소재를 구입해 우리원사와 적당히 믹서시켜 다양하게 개발하면 틈새시장은 얼만든지 있기 마련이다.또 잘못되면 조상탓하듯 얼씬하면 중국때문이라고 하지만 이같은 타령은 이젠 더 이상 안통한다. 중국도 이젠 고급원단은 한국과 원가가 거의 같게 형성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경쟁력이 강화된 증거이다.중국을 극복해야지 겁만먹고 주저앉을 시기는 지났다. 중국의 합섬직물 원단이 동구 대형 봉제공장에서 무더기 불량이 발생해 두바이 바이어들로부터 기피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십분할용할 줄 알아야 한다.후꾸이를 反面敎師 삼아야그리고 다시 강조한다. 남의 성공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하고 남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 지금도 끄떡없이 안정성장을 누리는 기업을 벤치마킹하면서 실패한 기업의 교훈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최근의 선진국 유명대학의 MBA(경영학석사) 과정은 과거의 커리큐럼이었던 GM이나 마쓰시다같은 성공한 기업사례보다 실패한 기업의 사례를 조망하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기위해 주력하는 추세이다. 일본 후꾸이의 합섬직물이 몰락한 실패의 교훈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지만 공들여 이부문을 깨우칠려는 노력을 함께 경주해야한다.끝으로 국제섬유신문이 대구합섬직물산업에 유난히 많은 비중을 두고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대구가 무너지면 한국의 섬유산업이 붕괴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제의 한마당에 환희와 감격이 넘쳐야할 섬유의 날을 앞두고 올해도 우울한 얘기가 너무 많았다. <本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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