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국내 화섬업체들이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추상같은 질책을 받고 안절부절 한 일이 있다. "원사 가격 인상을 둘러싼 담합행위가 적발됐다"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단호한 시정 명령을 내린 것이다.지난 7월 원사메이커 영업 간부들이 모여 시황정보를 교환하면서 고립무원의 한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원사가격조정의 필요성을 주고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이같은 모임은 동업계끼리 오래 전부터 내려온 관행이었으나 그것이 엄격히 말해 담합행위라는 것이다. 화섬업계 입장에서는 경기불황의 시장흐름속에 가격이 오히려 내려갔는데 '인상담합이 웬 덤터기'냐며 행정소송 불사 움직임까지 보였다.그러나 막강한 정부권력을 상대로 싸우는 것 자체가 '호랑이 앞에서 웃통벗는 격'인데다 그나마 눈덩이 적자를 동정해 과징금을 크게 낮춰줬다는 배려를 고려해 일단 수용하는 분위기이다.公正委 이중 잣대엄격히 말해 화섬업계가 원사가격인상을 동시에 단행한 것 자체가 담합행위라는 지적을 피할길은 없다. 그것이 관행이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방안이건 여러회사가 일시에 내리고 올리는 것은 담합의도가 강하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나무랄 수는 없다.문제는 어떤 업종에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추상같이 철퇴를 가하고, 어떤 업종은 담합과 횡포를 다반사로 저질러도 솜방망이로 대응하는 이중잣대냐하는 점이다. 바로 시도때도없이 입점협력업체들을 모질게 짓밟고 있는 공룡백화점의 횡포와 독선은 왜 이다지 관대한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35%내외의 세계에서 가장 비싼 판매수수료는 물론 광고비 전가와 원칙도 기준도 애매한 빈번한 MD 개편에 따른 거액의 인테리어 비용전가 등의 횡포가 갈수록 기승을 부려도 눈길을 안준다.심지어 퇴점압력이 겁나 자기카드로 가짜 매출을 올리는 찍기강요와, 행사강요 등 감당할 수 없는 횡포가 성행하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것이다.1회에 4000만원 내외씩 소요되는 매장 인테리어 비용을 감안하면 적어도 그자리에서 1-2년은 보장해야 할텐데 매출결과를 봐서 결정하겠다는 애매한 엄포로 대응하고 있다. 조그만 주택의 전세방 하나는 세놔도 집주인이 도배까지 완료하는 것이 상식인데, 백화점 바닥공사와 천장공사비까지 입점업체에 전가시키는 고약한 부동산 임대 업자의 횡포를 서슴치 않고 있다.며칠전 부산 롯데백화점 동래점이 오픈하자 기존 롯데 서면점에서 난데없이 입점업체에 매장 인테리어를 다시 하라고 요청했다. 매장을 단장한지 1년도 안됐는데 또다시 거액을 들여 재 단장을 요구해 입점업체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속수무책으로 따르고 있다.뿐만 아니라 외국명품브랜드는 노른자위 위치를 제공하면서 수수료를 8-15% 수준으로 파격적인 대우를 하고 여기에 매장 인테리어까지 백화점이 부담하는 차별대우를 서슴치 않고 있는 것이다.공룡백화점의 횡포 수위는 근본적으로 자유경제체제까지 부정하는 일탈된 행각도 서슴치 않는다. 어느 백화점에 입점하고 안하는 것은 수지타산을 고려해 입점업체 자신이 선택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타 백화점에 입주하기 위해 기존 입점백화점의 내인가를 받지 않으면 불가능한 상황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자칫 말을 듣지 않으면 괘씸죄에 걸려 여지없이 퇴점압력을 받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입점업체들이 서있는 현주소다. 또 경쟁 백화점 입점은 철저하게 봉쇄하면서 장사가 안돼 기피하는 자사백화점 입점은 집요하게 강요한다. 이 역시 불응하면 본점 퇴점이란 무서운 보복이 뒤따라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지난 몇 년간의 궤적에서 이 같은 몰염치한 횡포는 특정 공룡백화점의 전유물이었으나 이젠 타 경쟁 백화점에까지 전이돼 보편화되고 있다. 최근 현대백화점 계열 현대 TV 홈쇼핑이 개국되는 것과 때를 맞춰 백화점 측에서 입점업체에 홈쇼핑판매를 공공연히 강요해 말썽을 빚고 있다. 개국기념 특별행사를 위해 패션업체 사장이 직접 케이블 TV 홈쇼핑에 출연해 회사를 홍보하며 판매하라는 주문까지 했다.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TV 홈쇼핑에 내놓는 제품가격은 정상가의 50% 이상을 할인해야된다. 물론정상제품과는 다르게 별도로 기획상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 이때 문제되는 것은 기존 고정고객들의 빗발치는 항의이다.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고 고정고객의 항의까지 겹쳐 낭패보기 십상이다.그래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을수록 TV 홈쇼핑 판매를 기피하고 있다.이런 사정을 아랑곳 않고 실적에 급급해 이를 강요해 백화점 입점업체들로부터 또 다른 원성을 사고 있다.비교적 백화점 경영에서 점잖은 곳으로 정평이 나있는 압구정동의 어느 백화점에서 요즘 이른바 가짜 매출 찍기가 유난히 성행하고 있다. 백화점측이 하위 5위 업체는 무조건 퇴점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자 입점업체들이 알아서 기고있는 것이다. 특정백화점이 자행해온 고약한 횡포가 이런 식으로 정상경영을 해온 이 백화점에게까지 전이된 것이다.며칠전 모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패션업체 독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 10월 가을세일 때 롯데본점에서 1억 5천만원 매출을 올렸는데 결산해보니 이익은 고작 150만원에 불과했다고 하소연했다.백화점 수수료 제외하고 판매사원 인센티브 10%와 광고선전비, 판매관리비, 부가세 제외하고 나면 실제 손에 쥔 이익은 이 정도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갈수록 채산이 악화되는 것은 잦은 행사비용과 패션쇼 비용, 업그레이드 되고있는 사은품 비용도 한몫한데다 상대적으로 경기는 위축돼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이다.이같이 공룡백화점 앞에 속절없이 무기력한채 횡포를 당하고 있는데도 서슬시퍼런 공정위가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데 분토이 터진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얼씬하면 '심증은 있는데 확증이 없다'며 누군가 증언을 해주길 바라지만 어느 뱃심좋은 입점업체가 보복이 뻔한데 제대로 까발릴 용기가 나겠는지 눈감고 아웅하는 면피성 발언에 어안이 벙벙하다. 머리좋은 공정위 당국자들이 입점업체가 자폭을 각오하고 시시콜콜 공개해야 알아들을 정도로 현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들을 위해 왜 세금을 내야하는지 의문 부호가 뒤따른다.비겁한 指鹿爲馬 이 같은 대전제에서 다시 강조하지만 입점 패션업체들도 이제 더 이상 백화점 횡포 앞에 무기력해서는 안된다. 뻔히 당하고 있으면서도 백화점의 보복이 무서워 지록위마(指鹿爲馬촵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함)를 서슴치 않는 비겁한 자세를 탈피해야 한다.여러 가지 제약이 있겠지만 하나의 방안으로 백화점 입점 패션업체들의 모임제 성격인 협력업체 협의회를 하루빨리 발촉해야 한다. 여기에 올해는 국회 정보위가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백화점사장들의 면죄발언을 믿고 어물적 넘겼지만 내년국감에선 백화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온갖 횡포와 독선을 철저히 파헤치도록 관련자료를 제공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바로 국제섬유신문은 내년 국감에서 이 문제가 깊이있게 다루어지도록 보다 많은 여론을 형성할 것임을 밝혀둔다.다시 강조하지만 공룡백화점의 구태의연한 경영방식은 바꿔져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경쟁이 가열되는 전문점시대이다. 바로 고목나무를 무너뜨린 것은 코끼리나 사자가 아니라 개미군단임을 공룡백화점이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本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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