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의류학전공 염 혜정 한 여성이 몇몇 남자들의 힙을 치고 다니는 모습을 담은 모 카드회사의 광고가 있다. 더욱이 그 주인공으로 그녀 역시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캐릭터의 소유자이기도 한 탤런트 고소영을 등장시키고 있어 더욱 우리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만약 그 반대의 경우였다면 큰 사회적 문제거리가 되었을 법한 내용이지만, 이 광고가 계속 방영되는 것을 보면 단지 흥밋거리로 삼을 수 있는 내용의 것인지 혹은 우리 사회가 남성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인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요 근래 우리 사회의 움직임과 관련해 볼 때 기존의 남성상에서 벗어나 성적 대상으로서의 남성, 미적 존재로서의 남성이란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예쁘고 귀여운 남자, 꽃미남 여성 못지않게 날씬한 몸매, 가늘고 긴 다리, 맑고 투명한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 이러한 남자들을 흔히 꽃미남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꽃미남이란 말을 심심치않게 듣게 되었으며, 실제 우리 주위를 보아도 전에 비해 그러한 남자들이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다. 연예인 중에서는 탤런트의 원빈, 고수, 조인성 그리고 가수 강타와 'UN'의 김정훈, 'god'의 손호영, 윤계상 등이 그 대표적 이미지로 그들은 특유의 부드러운 이미지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심지어 그 여파는 스포츠계까지도 미치어 축구계의 테리우스 안정환 선수의 아름다운 용모는 화장품 광고의 모델로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억압된 성의 족쇄에서 남자들을 풀어주고 남자들도 色을 자유롭게 발현할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환영의 소리를 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남성도 상품화하여 남녀가 서로를 욕망하고 존중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자는 이야기까지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접한 새로운 남성의 미감은 다분히 소녀 취향적이어서 아직까지는 '야하다'기보다는 '예쁘다', '귀엽다' 쪽에 가까운 차원인 것이 사실이다. 틴 에이지 파워와 꽃미남의 현실화 이는 90년대 중반 이후 가속화된 틴 에이지 파워와 그들 문화의 영향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사실 여 중고생들에게 인기있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보면 만화 속에서나 그려보던 가공의 이미지가 현실화된 듯한 느낌을 줄 때가 많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광고, 만화, 게임 등에 이르는 틴 에이지 문화 네트워크 전체에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그 예로 어느 한 핸드폰 회사의 광고를 보자. 캠퍼스 잔디밭에 두 여학생이 있다. 한 여학생인 전지현은 줄무늬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발랄한 여대생 분위기이고, 다른 한 명인 공효진은 촌스런 단발머리에 꽃핀을 꽂고 분홍색 셔츠 차림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지나가는 남학생의 인물 평하기. 주로 공효진은 남자를 찍고, 전지현은 점수를 매긴다. 그 때 갑자기 멍한 표정의 공효진 얼굴이 클로즈 업되면서 떨어지는 낙엽을 배경으로 걸어 나오는 꽃미남 장혁이 등장한다. 그 후 전지현은 장혁의 어깨를 툭 치며 200분 공짜를 외치고, 장혁은 싱긋 웃으면서 손을 들어 슬쩍 인사까지 건넨다. 이렇듯 요즘의 광고를 보면 찍는 여자와 찍히는 남자의 관계가 심심치않게 등장하는데, 그 찍히는 남자들의 거의 대부분이 꽃미남들이다. 게임 속에서도 전에는 게임의 주인공들로 한동안 동그랗고 귀여운 캐릭터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커다란 눈망울과 날카로운 콧날, 굳게 다문 입술,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은빛 머리카락을 한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캐릭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감성은 패션에서도 이는 패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서 최근 들어 소비력까지 갖춘 20-30대 꽃미남들이 여성 주도의 패션 시장에 큰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굳이 꽃미남까지는 아니더라도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패션과 미를 추구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에 나오는 배용준의 차림은 꽃미남 패션의 한 예이다. 특히 교통사고 후, 첫사랑의 연인 앞에 다시 나타난 배용준은 고학력에 높은 사회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꽃미남의 이미지 그대로이다. 따라서 그는 비즈니스 웨어로 딱딱한 슈트를 착용하는 법이 절대 없다. 부드럽고 섬세한 이미지에 걸맞게 언제나 니트 소재를 중심한 슬림 라인의 캐주얼웨어를 주로 입으며, 겨울이라는 계절감에도 불구하고 색상은 베이지, 하늘색 등과 같은 파스텔 톤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패션감각을 더해주는 소품의 사용이 포인트인데, 목에 둘둘 감아 늘어뜨린 머플러가 코트에 맞추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이 꽃미남 트렌드와 함께 남성 패션에 찾아온 새로운 감성. 이를 계기로 하여 우리 남성들이 기존의 한정된 감성 지수에서 벗어나 다양한 감성 지수를 갖춘 멋쟁이들로 거듭해 나갈 수 있게 되길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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