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눈앞에 둔 정치판이 그야말로 아사리판이다. 거대 양당에 질린 중도 무당파 표심을 공략하겠다고 출범한 개혁 신당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말짱 도로묵이 됐다.

애시당초 도긴개긴 잡탕짬뽕으로 출범한 개혁 신당은 정체성이 다른 정파간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했다. 이념이 다르고 속셈이 다른 오합지졸 동상이몽의 결별은 예고된 참사다.

5선 의원과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대표와 집권 여당 대표를 지낸 이준석 대표간 위장 결혼이 파탄 난 것은 놀랄 일도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이들의 웃는 모습을 믿고 한때나마 마음이 쏠린 유권자들의 가슴만 화석으로 변했다.

거대 양당의 속사정도 뒤틀리고 심하게 출렁인다. 국민의 힘 내부도 잡음이 많지만 제일 야당 공천 파동은 블랙 코미디를 방불케한다.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공천학살’ ‘척살하는 끔찍한 용어가 난무한다. 난청 환자도 들리는 우수수 표 떨어지는 소리를 그들만 못 듣는지 안들리는 것인지 당최 알수가 없다. 정치권 꼬라지가 말이 아니다.

벤더 패션 브랜드 국가관이 없다

본질 문제로 돌아가 안될려면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섬유 패션산업이 꼬이고 뒤틀린다. 글로벌 시장 경기는 여전히 엄동설한 인데다 내수 패션 경기는 불황에 가장 중요한 날씨마저 어깃장을 놔 죽 쓰고 있다.

설상가상 우크라는 그렇다 치고 아침 해장꺼리에 불과한 것으로 알았던 이스라엘의 하마스 전쟁이 기약없이 길어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국산 섬유 중동 수출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비중이 큰 시장인 튀르키예에서 한국산 편직물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발동해 조사 개시에 들어갔다.

연간 1억 달러 규모에 달한 수출시장에서 또 다른 규제가 생기면 엎친 데 덮친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한국섬유수출입협회가 평소 별 교류조차 없던 편직물 수출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현지 변호사와 회계사를 신속히 고용하고 발 빠르게 대응해 기대를 걸고 있다.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을 경우 가차없이 엔티덤핑 제소나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것은 각국의 철저한 보호무역 전략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내산업이 초토화 되건 말건 그저 한 푼이라도 싸다 싶으면 원사나 원단, 제품 가리지않고 소나기 수입하는 너 죽고 나만 살자는 사고 양태가 만연돼 있다.

잇몸이 없으면 이가 시린다고 순망치한(脣亡齒寒)을 들먹이면서도 실제 행동은 아랑곳 않은 세태다. 그래서 중국에게 휘둘리는 염료에 이어 국내 화섬사가 쑥대밭이 돼 중국에 코가 끼인 상태다.

중언부언하지만 국내 화섬 산업이 중국 공세에 백기를 든 후 수요량의 99%를 중국산 수입사에 의존하고 있다. 경기가 조금만 회복되면 가격이 뛰고 수급이 불안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야드 당 2~3전을 놓고 부들부들 떠는 화섬 직물이나 니트 직물 업계가 원가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을 이해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수출 섬유와 달리 100% 내수용으로 공급되는 생수용 패트병용 칩까지 중국산으로 충당하는 짓거리는 국가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예증으로 제주개발공사가 삼다수 생수병용 칩을 월 1500톤 씩 중국산으로 충당하자 다른 생수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들여와 월 2만 톤 규모의 중국산 칩이 생수병용으로 들어오고 있다. 국내 칩 메이커인 롯데케미칼과 티케이케미칼의 운명이 간당간당하게 됐다.

폴리에스테르사 산업이 중국에 넘어갔고 생수병용 칩마저 중국에 넘어가는 것이 시간문제인 상황에서 원료인 PTAMEG 메이커들도 연쇄 비상이 걸렸다.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칩까지 국내 생산이 무너지면 필연적으로 석유 화학 업계에 불똥이 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내 섬유 소재 산업이 무참히 망가진 것은 구조고도화 등 자구 노력을 게을리한 천수답경영에 1차 책임이 있는 것은 부인 못 할 사실이다. 그에 못지않게 대형 수요처인 의류 수출 벤더나 패션 브랜드의 횡포와 갑질이 요인이다.

여러 차례 예증을 들었지만 베트남에는 중국이나 대만계 기업들이 많이 나가 있다. 중국계 벤더나 직물 업체들은 고리 당 10~20달러가 비싸도 현지 자국 업체 면사를 사용하는 것이 불문율로 돼 있다. 화섬 원사도 마찬가지다.

반면 한국 벤더 소싱 기업이나 직물 원단 업체 상당수는 고리 당 단 1달러만 비싸도 국내 기업 제품을 거들떠보지 않고 중국, 대만, 베트남산을 선호한다. 한국 수요 기업들이 한국 업체를 외면한 것이다.

더욱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국내 대형 벤더 원자재 구매 파트 간부들 상당수는 중국산과 똑같은 가격과 빠른 납기, 품질을 보장해 줘도 중국산을 중점 구매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국내 생산 제품은 물론 베트남이나 해외 진출 공장에서 중국산과 동일한 가격을 제공해도 앞에서는 알겠다고 말하고 실제는 중국산으로 발주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그야말로 수량이 많고 돈 되는 오더는 중국산으로 돌리고 국내 업체에게는 중국이 못 만드는 소량 이삭 오더나 던지는 식이다. 그러고도 얼씬하면 품질 클레임에 납기 지연이 생기면 라인 블랭크 클레임까지 치는 잔인한 갑질에 원단 업체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죽하면 불황에 공장을 돌리기 위해 한 톨의 오더가 아쉬운 판에 국내 일부 벤더와는 죽어도 거래 않겠다고 이를 악물겠는가! 중국이나 일본, 이태리 원단 업체에게는 단 한 건 거르지 않고 샘플 차지를 지불하면서 국내 소재 업체에게는 샘풀 차지를 사실상 전액 떼어먹는 고약한 갑질을 지금 이 순간도 자행하고 있다.

뿌리 깊은 커넥션 척결 의지가 없다.

벤더나 패션 브랜드 원자재 구매 파트에서 중국산 가격과 품질·납기에 손색이 없는 조건임에도 이들 수요자들이 돈 되는 물량을 중국에 주는 이유는 뻔하다. 국내 기업은 중국산과 경쟁하기 위해 원가 구조가 빠듯해 별도 뒷돈을 줄 형편이 못 된다. 설사 준다 해도 소문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이나 베트남 섬유 소재 업체는 비자금 사용이 보편화돼 있다. 커미션을 자유롭게 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일종의 커넥션이다.

이 같은 검은 커넥션을 수요 업체 오너는 모른다. 구매 단가를 더 싸게 다 싸게압박해 가격을 맞췄다고 보고하면 경영진은 잘했다고 칭찬한다. 국내 기업과 가급적 거래량을 늘리라고 경영진이 지시하면 어느 업체는 가격이 비싸고, 어느 업체는 납기가 안 맞다고 보고하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부도덕한 관행이 아직도 버젓이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 소재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호소다. 급기야 오더 고갈로 피골이 상접한 국내 소재 업체는 시난고난 앓은 후 떡쌀 담그는 구조다. 이 후진적 행태를 하루속히 바로 잡지 않으면 국내 소재 산업은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다. 해결사는 벤더· 패션 브랜드 오너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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