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 코리아!’. 세계 10위권 대한민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하산길에 들어섰다. 지난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고작 1.4%, 1956년 이후 6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국내 총생산(GDP)에서 한국보다 16배나 큰 미국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 2.5%보다 거의 절반 수준이다. 이 여파로 우리나라 세수 펑크가 자그마치 56조에 달했다.

자금난에 내몰려 빚조차 갚지 못한 중소기업이 폭증하고 있다. 지난해 6대 시중은행 연체율이 15조에 달해 2018년 이후 최대 규모다.

작년 말 기준 가계기업정부 부채를 더한 한국의 총부채는 6001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빚이 늘어나고 있다. 득달같이 빚에 몰린 중소기업들의 연쇄도산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위기다. 그만큼 먹고사는 한국 경제가 암울하다.

때마침 선거의 계절이다. 물론 민주주의 꽃은 선거다. 이 와중에 경제는 뒷전이고 여당은 야당 심판’,야당은 정권 심판을 내걸고 각혈하며 싸우고 있다. 이유가 어느 나변에 있건 먹던 우물에 침 뱉고 나온 제3지대 신당 움직임 역시 도긴개긴이다. 누가 검은 까마귀이고 흰 까마귀인지 분간이 안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전쟁안보인구소멸‧‧‧ 예고된 복합 위기가 질주해오고 있다. 청룡의 해 갑진년 새해부터 대한민국 날개가 무겁다.

 

 

춘절 이후 글로벌 경기 불확실 뻔한데...

 

본질 문제로 돌아가 민족의 대명절 설을 눈앞에 둔 싯점에 섬유 패션인의 마음은 더없이 우울하고 착잡하다. 어느 누구도 시장을 이길 수 없지만 돌아가는 통박이 아주 불길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글로벌 경제에 양대 전쟁은 기약 없이 지루하게 전개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은 자국 내수시장까지 얼어붙어 직물류 해외 시장을 투매로 시작해 투매로 끝내고 있다. 시장이 완전히 망가져 신규 오더도, 가격 질서도 황폐화 시키고 있다. 튀르키예에선 한국산 니트직물세이프가드까지 발동했다.

이 와중에 더욱 부아가 치민 것은 세계 화섬직물 시장이 깊은 터널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중국에서 원사값을 올리고 있다. 국내 화섬 메이커가 이미 백기 투항하면서 견제가 없자 호 불황 가리지 않고 엿장수 마음대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물론 중국은 전통적으로 춘절이 지나면 자국 내수시장이 달아올라 원사값이 강세를 보여 온 것은 부인 못 할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자체 내수시장이 망가져 수요가 없는 데다 한국 화섬직물 업계도 심한 흉년을 겪고 있어 원사 수요가 없다.

실제 세계 시장이 바닥을 헤매자 중국 화섬 메이커들도 그동안 자국 내 판매뿐 아니라 한국 등 소비시장 가격을 일정 기간 안정시켜 왔다. 수요 시장 상황은 지금도 회복은커녕 더욱 악화돼 대구 산지 가동률은 반토막도 안 된다. 원사 가격을 내려서 수요를 창출해야 할 상황인 데 반해 원사값을 올리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춘절 이후 경기 회복 가능성이 가물가물한데도 염료처럼 과거 방식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중국 화섬 메이커의 일방통행뿐 아니다. 이런 사태를 예견하지 못하고 국내 메이커가 죽건 말건 중국산 화섬사를 선호한 소탐대실이 업보다. 필자는 수년에 걸쳐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며 당장은 몇 푼의 메리트만 생각하고 중국산에 매달리지만 얼마 안 가 아픈 후회를 피할 수 없음을 강조해 왔다. 염료가 중국의 독점 품목이 된 후 수급을 조절하고 가격 농간을 저지른 것처럼 화섬사의 횡포도 필연적임을 강조해 왔다.

작년 2월과 3월에 거의 동시에 폴리에스테르사 생산 판매를 포기한 TK케미칼과 성안합섬의 후유증은 받아놓은 밥상이라고 예고했다. 국내 화섬 메이커가 존재해야 중국의 수급 장난과 가격 농간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때마다 기찻길 옆 개 짖는 소리 정도로 치부했던 국내 수요 업계가 땅을 치고 후회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 수입사 수급과 가격 농간뿐 아니라 원산지 문제까지 걸려들 수밖에 없는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대구 화섬직물이나 경기 니트직물 등 수요 업계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비싸고 품질이 나빠도 중국산 외에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 외통수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섬유 업계가 아무리 어려워도 최소한의 국가관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크게 손해를 보지 않는다면 국산 소재를 통해 동행하겠다는 최소한의 아량이 필요하다.

이 문제에 대해 기업 규모가 커 별이 된 벤더들도 국가관을 갖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 대형 벤더들마다 자사 해외 소싱 공장에 원단 생산라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기왕 투자했으니 자가 공장에서 충당하는 것을 나무랄 수 없지만 원사나 원단을 구매할 경우 국내 기업에 우선권을 주는 아량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가격 메리트만 따져 돈 되는 큰 오더는 중국에 주고 한국계 기업에는 이삭 오더만 주는 것은 양식의 문제다.

품질 좋고 가격 싸면 누가 외국산을 쓰겠느냐고 항변하지만 대량 오더는 원가를 내릴 수 있어 국내 소재 업체들도 노력하면 수용이 가능하다. 국산 소재는 무조건 비싸고 품질이 나쁘다는 선입견을 갖고 외면하면 국내 산업은 점점 피폐해지고 공동화될 수밖에 없다.

어느덧 국내 섬유 산업이 벼랑 끝 위기에 몰려 막다른 길에 와 있다. 더 늦기 전에 국내 산업과 같이 가겠다는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다(순망치한). 국내 산업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야 중국 원사 메이커의 횡포와 독주를 견제할 수 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다.

 

미들스트림마저... 순망치한 불가피

 

중언부언하지만 섬유 각 스트림이 함께 멀리 갈려는 국가관이 있어야 한다. 후방 스트림이 죽건 말건 원사, 원단값이 싼 곳만 찾는 현재의 관행으로는 오래갈 수 없다. 이를 위해 단체와 연구소 등의 역할이 더욱 중시되는 시점이다. 순망치한의 고통은 이제 시작했지만 끝이 아닌 시작이다.

그 많은 단체와 단체장들이 침묵할 때가 아니다. 산업을 위해 회원사를 위해서도 단체장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묵사발 난 한국 섬유 산업을 살리기 위해 소명 의식으로 나선 단체장들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벤더와 패션 브랜드 오너를 설득하는 강도 높은 노력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벤더 오너와 패션 브랜드 오너들과 만남의 자리를 주선하고 국산 소재 사용을 늘리도록 설득해야 한다. 꺼져가는 한국 섬유 산업 불씨를 살리기 위해 무슨 일인들 마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사실상 절반이 죽고 사라진 한국의 섬유 산업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의류 벤더와 패션 브랜드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글로벌 소재 시장은 갈수록 기복이 많고 온갖 벙커와 해저드가 가로막고 있다. 얼씬하면 품질, 마케팅, 심지어 라인 차지까지 물리는 의류 벤더 비양심을 일깨우는데도 단체장이 나서야 한다. 국산 소재 사용이란 애국심을 강조하며 설득해야 한다. 겨우 남아 있는 미들스트림의 돌파구는 의류 벤더와 패션 브랜드임을 명심하고 전력투구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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