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조 내수 패션 시장 공략 눈독을...
내 안에 껍질 깨고 새 출발 해야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다.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는 것이 속성이다. 임기 3년이나 남은 대통령의 레임덕은 성급한 예단이다. 아무리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애지중지지만 윤석렬 대통령의 성정상 한동훈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이 대드는 것(?)을 용납할 리 없다.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 간 충돌이 이틀만에 수습 국면을 맞았지만 일시적 미봉인지 완전 해소인지 헷갈린다. 4월 총선의 불똥이 발등에 떨어져 확전을 자제할 뿐 불씨는 남아 있는 것 같다. 애매한 것 보다는 확실한 것이 나은 법인데 왠지 면면히 허름하고 후진 뒷맛이다.

올해는 경제‧안보 다 함께 복합위기 상황이다. 경제는 난국이고 정치는 파행이고 사회는 혼란스럽다. 러-우크라와 중동전은 확전 기세인데다 우리 머리에 핵을 이고 사는 북한의 모험이 스멀거린다. 양치기 소년처럼 우리 국민만 태평이지 밖에서는 러시아까지 김정은의 침공 모험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이 안팎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복합위기 상황에서 정치권만 무사태평이다. 4월 총선에서 국민의 회초리가 숫자로 나타나야 정신이 번쩍 들것 같다.

53조 내수 패션 시장 공략 눈독을...

본질 문제로 돌아가 섬유 패션 업계가 예상을 했지만 올 한해가 가장 팍팍하고 어려운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코로나 팬데믹 때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든 데 이어 작년 매출이 거의 2분의 1로 줄었고, 올해 또다시 작년의 절반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품질과 차별화 전략으로 불황을 모르는 기업도 있지만 대체로 올해가 더욱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다행히 부분적이나마 오더가 늘어나 한숨 돌린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 유통 공룡인 월마트가 작년 말 오더를 풀어 의류 벤더와 원단 밀들의 베트남 소싱공장 가동률이 다소 상승하고 있다. 이 덕에 이들 수혜 업체들의 베트남 공장들이 4월까지는 안정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4월 이후 전망은 아직 가물가물하다. 다른 유통 바이어들이 오더를 얼마나 풀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뭐니 뭐니해도 세계를 먹여 살리는 미국의 소비 시장이 얼마나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동시에 경제 불황을 악화시키는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수출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내수 패션 경기도 바닥 밑까지 가라앉았다. 내수 경기 활성화는 뭐니 뭐니해도 건설 경기가 일등 공신이다. 아파트 한 동을 짓는 데는 적어도 260개 업종이 참여한다. 각종 자재와 고용 창출에 결정적 기여를 한다.

올해 건설 경기는 그야말로 최악 상태다. 태영뿐 아니라 굴지의 재벌그룹 건설회사의 워크아웃 또는 부도설이 나돈다. 지방 건설회사는 이미 상당수 떡쌀을 담궜다. 일각에서는 부실 건설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경’ 단위 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수 패션 경기를 좌우하는 데는 경기 못지않게 날씨가 좌우한다. 설사 경제가 부진해도 날씨 마케팅만 잘 되면 패션 업계는 날개를 단다. 올겨울에는 값비싼 겨울용 중의류 판매의 대목인 초겨울 날씨가 너무 따뜻했다. 12월까지 50년 만에 가장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중의류 판매가 악재를 만났다. 패션업체들이 재고 체화를 의식해 조기에 파격 세일에 들어갔다.

설상가상 겨울 시즌이 거의 마감하는 시점에 한파가 기승을 부렸다. 1월에 영하 24도에 달한 맹추위가 한반도를 덮쳤다. 할인된 아웃도어만 늦추위에 재고 소진이 이루어졌을 뿐 대부분 복종이 시즌이 지나면서 개점휴업 상태다. 겨울 상품과 봄 상품 시즌 중간에서 공백기가 길어졌다. 새해 초부터 내수 패션 업계가 발을 동동 구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경제는 난국이고 날씨마저 어깃장을 놔 내수 패션 업계가 깊은 시름에 빠졌다.

수출과 내수 경기가 다 좋을 수는 없다. 수출이 부진하면 내수가 받쳐주고 내수가 부진하면 수출이 받쳐주는 상호 보완적 관계가 절실하다. 올해 글로벌 섬유 패션 경기가 여의치 않다면 내수가 끌어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 내수 시장 구조는 의류 패션 업계와 미들스트림인 원단업체의 동반 성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벤더나 패션 브랜드들이 국산 원단은 비싸고 품질이 안 좋다는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외면하고 있다. 물론 그런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네고 과정에서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 패션 브랜드들이 국산 소재를 기피한 것 못지않게 소재 업체들의 전략 빈곤도 문제다. 까다롭고 클레임 판치는 내수 패션 업계와의 거래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글로벌 경제 침체에 중동전으로 인해 원단 시장이 고갈된 상태다. 이제 싫건 좋건 연간 53조 이상의 내수 패션 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어려운 수출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적지 않은 내수 패션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것이 대안이다.

때마침 오는 3월 ‘대구 PID’(국제섬유박람회)가 지금까지의 수출 위주에서 내수 패션 시장 공략으로 변화와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가성비와 상관없이 해외 바이어들에게 항공료와 숙박비를 부담하며 바이어 초청 숫자에 치중했던 관행을 과감히 탈피하기로 했다. 대신 국내 패션 브랜드 관계자들이 보고 싶고 찾고자 하는 소재를 알선하기 위해 전시장 내에 별도 상담실을 마련해 제공하는 세심한 배려를 준비하고 있다. 내수 패션 업계 원단 구매 임직원들이 PID 기간에 참관을 도모하기 위해 서울-대구 간 리무진 버스를 제공하고 점심도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내 안에 껍질 깨고 새 출발 해야

바로 대구 PID가 패션 브랜드와 소재 원단 업체 간 거래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것이다. 벌써 신원 에벤에셀과 패션그룹 형지 같은 대형 패션 기업들이 PID 기간 전시장에 마련된 특별 상담실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멀리 있는 해외 시장 산토끼도 중요하지만 집토끼인 내수 시장 금맥을 제대로 개척하자는 의도다.

올해 PID 예산 규모는 7억 원 남짓으로 빠듯한 규모다. 섬유 사양화 시각이 강한 홍준표 시장의 대구시가 지원 예산을 30%나 칼질했기 때문이다. 가성비가 떨어진 외국 바이어 초청 비용을 아껴 내수 패션 시장에 공을 들인 것은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번 PID를 시금석으로 53조 원의 내수 패션 시장에 소재를 공급하는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산지에서 본격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앉아서 기다리던 대구 산지의 구태에서 벗어나 찾아가는 비즈니스로 전환해야 광활한 내수 패션 시장의 두꺼운 관문을 열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내 안의 껍질 깨고 새 출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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