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경제의 무덤이다. 표를 의식한 포퓰라즘에 무분별한 정책을 남발하고 자가당착과 적반하장이 난무한다. 올해 지구촌 76개국 42억 인구가 투표장을 향한다. 러시아-우크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와중에 세계 경제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이 득달같이 올해 세계 경제가 가장 느린 성장을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먼저 매를 맞은 대만은 다행이 반중‧ 친미 라이칭더 총통이 승리했지만 침공의 발톱을 드러낸 중국의 위협이 만만치 않다. 가장 큰 관심은 세계를 먹여 살리는 미국 대선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 첫 경선에서 일등해 트럼프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후진국에서 본 미국은 민주주의 신앙이지만 한편으로는 민주주의 막장을 본 듯한 느낌을 피할수 없다.

재벌 2세인 트럼프는 13세 때 음악 교사를 때려 눈에 멍이 들게한 난폭성을 지녔다. 성추문 입막음 혐의와 국가 기밀문서 반출 혐의, 국회의사당 난입사태 배후 등 4건의 형사 사건으로 기소돼 적용 죄목만 91개다. 한국 야당 대표 빰 친다. 그럼에도 46명의 전현직 미국 대통령 중 별종인 그의 호감도가 42.9%다. 북한과 러시아가 반기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우리 국가 안보와 경제에 득이 될지, 천둥‧ 번개가 칠지 알 수가 없다.

변화와 혁신의 창조적인 일터 ㈜유풍

말을 바꿔 개인이건 기업이건 호감도는 모든 사안의 성패를 좌우한다. 회사나 브랜드의 인지도도 중요하지만 호감도는 절반의 성공률을 먹고 들어간다. 호감도의 관건은 첫인상이다.

기업의 이미지와 호감도에 따라 크고 작은 상담이 성공 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더구나 수출이건 내수이건 비즈니스 상담에서 거래 회사의 첫인상은 절반의 성공과 직결된다.

이 같은 대전제에서 가장 모범적인 기업을 소개한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소재한 (주)유풍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제일의 모자회사다. 섬유패션업계에서도 크고 작은 빌딩 소유주가 많지만 이 회사처럼 방문객에게 첫인상부터 친근감과 안정감을 주는 것은 쉽지 않다.

세련된 인텔리전트 건물회사 정문을 들어서면 여느 건물 현관처럼 데스크에서 경비가 방문객을 맞는다. 그 앞에 대리석에 커다랗게 새겨진 글씨체가 먼저 들어온다. ‘환영합니다’ 크게 새겨진 글씨 아래 “세계 초일류 명품 기업으로 나아가는 변화와 혁신의 창조적인 일터입니다”. 방문객에게 첫인상부터 주는 자신감과 정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문구다.

약속된 인사와 만나기 전에 잠시 현관 응접실로 안내된다. 응접실 벽에도 회사를 한눈에 소개하는 10년 단위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⓵‘OEM기반 시장 개척기’. (1974년~1981년). “자재· 기술· 품질· 가격으로 대중화 시대를 개척하다.”로 시작된다.

#⓶‘ODM기반 시장 확장기’(1982년~1993년). “기술과 품질에 기반하여 모자 비즈니스에서 한 발 더 앞서 나가다.”

#⓷‘제품 트랜드 선도기’(1994년~2012년). “최고의 품질· 소재· 기능· 디자인으로 제품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다.”

#⓸‘명품 브랜드 구축기’(2013년~현재). “최고의 거래선이 선택하는 명품 브랜드 제조회사로 도약하다.”라는 글귀와 10년 단위마다 생산된 모자 디자인·컬러·소재가 실물로 함께 소개된다.

거래 바이어를 비롯 처음 방문자나 재방문자 모두 51년 유풍 역사가 10년 단위로 출범기, 성장기, 성수기, 도약기, 안정기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소개하는 배려다. 세계 2위에서 4위까지 모두 합쳐도 1위 유풍보다 매출이 작은 초일류기업 유풍이 현관과 응접 대기실에 새긴 작은 성의의 문구가 호감도를 발휘해 회사의 일취월장을 도모하는 원동력일 수 있다.

이 같은 첫인상의 색다른 배려는 최근 개관한 KOTITI 과천 사옥 오로라스퀘어 1층에도 설치돼 62년 역사의 과정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코티티의 생성기와 성장기, 성수기, 도약기로 압축된 시대별 흐름과 발전상이 소개돼 방문객들의 이해도와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건축공학과 예술을 합성시킨 KOTITI 과천청사에는 실리콘밸리 연구소를 착각할 정도로 최첨단 시험검사기기를 갖춰 글로벌 시험원의 도약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사무실과 시험분석실에 600여 직원 개인 락카를 벽에 비치해 외투나 일상복의 옷걸이나 의자 뒤 배치를 봉쇄하면서 신선하고 청결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돋보인 대목이다.

물론 크고 작은 기업마다 각기 추구하는 기업 문화가 있고 호감도를 겨냥한 독특한 노력이 있지만 유풍이나 KOTITI처럼 기업과 시험원의 반세기 이상 궤적을 현관에서부터 한눈에 볼 수 있는 압축 전략은 흔치 않다. 방문객 누구나 첫눈에 볼 수 있도록 “환영합니다” “이곳이 세계 초일류 명품 기업으로 나아가는 변화와 혁신의 창조적인 일터입니다”의 명문 헤드라인은 호감도의 랜드마크이자 자신감 넘치는 기업 문화의 단면이다.

중언부언 유풍과 KOTITI 사례를 열거한 것은 섬유패션기업들이 팍팍하고 어려운 현실에서도 소홀하기 쉬운 작은 것 하나부터 종사자와 고객 모두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불러일으키자는 취지다. 기업과 브랜드의 호감도를 앞세워 절차탁마(切磋琢磨)를 게을리하지 말자는 당부다.

사실 지금 이순간 섬유산업은 모래 위의 성처럼 불안하다. 섬유산업 전반이 여러 곳에서 하산이 시작됐고, 바닥에서부터 누수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있다. 올해 글로벌 경제 또한 험로 자체다. 안팎의 불확실성이 최고점에 달한 복합 위기 상황임을 부인할 수 없다.

난세에 살아남은 자가 승리자다.

우크라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와중에 설상가상 세계의 공장 중국이 덤핑 퍼내기로 해외 시장을 초토화시켰다. 가격 불문 밀어내기 수출로 한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까지 화섬직물 시장이 붕괴되고 있다. 아무리 심한 한파에도 3~4월부터는 성수기가 도래했지만 올해는 중동의 라마단 대목까지 실종되고 있다.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의 물을 모래 위에 쏟아붓는 절박한 상황에서 한국의 미들스트림이 줄초상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우리 섬유산업이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지난 반세기 섬유 역사상 긴 겨울과 깊은 어둠이 한두 번이었던가. 어떤 고통과 궁핍의 질곡에도 딛고 일어선 저력이 있다. 섬유산업의 멈춰 선 심장박동을 되살려야 한다.

처방은 신념을 갖고 투자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오더가 꽉 차 풀가동하는 곳이 상당수다. 기술개발과 품질, 생산성을 위해 사즉생 각오로 투자하는 기업이다. 대구와 경기 안산 등지에서 적어도 4월까지 풀가동 오더를 확보하고 엔죠이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불황을 모르는 주변 기업들을 눈여겨보며 벤치마킹해야 한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올해까지 살아남는 자가 승리자다. 지난 12월 미국의 백화점 의류 매출이 전달보다 0.6% 증가했다. 내년에는 세계 경제의 여명이 밝아오는 것은 경제 학자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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