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 공멸을 막자... 골든타임 1~2년이다
의류벤더·패션브랜드·산지·단체, 별들의 모임 재구축을
작년 섬유수입 180억불 의류·직물 국산 사용 확대책 시급
벤더·패션브랜드 국산원단 10% 늘리면 대구산지 풀가동

이미 10여년전부터 하산길에 들어선 국내 섬유산업이 벼랑끝 막다른 길에서 풍전등화 위기에 몰렸다. 사실상 파산의 불구덩이 속으로 타들어가고 있는 섬유산업이 공멸로 가는 징검다리 앞에 집결하는 모습이다.

어음 발행이 사라지면서 확연히 부도업체가 드러나지 않지만 어느날 갑자기 소리소문 없이 간판 내리고 문닫은 회사가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다. 덩치 큰 화섬메이커나 면방기업의 조난은 쉽게 드러나지만 제·편직, 염색 등 미들스트림 기업들은 아는듯 모르는듯 자고 새면 떡쌀 담그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관할법원의 파산부에는 지금 이순간 역사상 가장 많은 중소기업들의 파산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경기북부 편직·염색 업체도 가동업체보다 세워진 공장이 더 많고 공장 매물이 수백개에 이른다는 소식이다.

지난 반세기 섬유 역사에서 언제라고 비바람·어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위기상황은 종전과는 판이한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설마가 사람잡듯 이대로 방치하면 한국의 섬유산업은 1~2년내에 조종(弔鐘)을 피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 침체속에 고임금·인력난·고금리·고물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경쟁력 약한 우리 섬유산업을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비바람 폭풍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섬유산업이기에 주저앉거나 포기할 수 없다.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변화와 혁신을 모색하면 길은 있다.

가장 절실한 것은 우리 내부의 스트림간 결속과 협력이다. 해외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으면 국내시장에서 비상구를 마련해야 한다.

2023년 한해 우리나라 섬유수출은 109억달러(잠정치)로 2022년 123억달러에서 또다시 11.2% 감소했다. 2000년 180억달러를 정점으로 매년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2023년) 섬유류 수입은 185억7200만달러(전년비 5.1% 감소)에 달했다. 이중 의류를 중심으로 한 섬유제품이 145억달러에 달하고 직물류 수입이 21억달러에 이른다.

단순논리로 내수용인 섬유제품 수입액 145억달러중 겉감과 안감의 원단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줄잡아 작게는 10%, 많게는 20%를 점유한다.

10%만 잡아도 14억달러 이상이다. 중국산 또는 대만산 원단이 대부분인 롱패딩 한피스를 만드는데 겉감과 안감을 포함 8야드 정도가 소요된다면 의류용 원단으로 수백·수천만 야드에 달한다.

내수용으로 해외에서 만든 의류제품의 원단을 20%만 국산소재로 대체하면 대구와 경기북부는 설비를 풀가동할 수 있는 물량이다.

해외에서 완제품을 소싱하는 의류벤더는 물론 내수패션업계가 국산소재를 10~20%만 더 사용하면 국내 미들스트림이 이모양 이꼴로 고꾸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중언부언하지만 해법은 각 스트림간 협력이다. 선결과제는 의류벤더와 내수패션업계가 국산소재를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길이다.

지금은 아예 대구와 경기북부 업체와 의류벤더·패션기업간 소통 자체가 제대로 안되고 있으니 큰 거래 성사가 될 수 없다.

벤더·패션브랜드 국내산업 쓰나미되면 ‘순망치한’

대구산지 앉아 장사하는 천수답 경영 환골탈태해야

섬산련 앞장, 각 스트림간 함께 멀리가는 통큰 전략 시급

내수패션업체와 의류벤더들이 혼자 빨리 가겠다는 욕심보다 국내 소재업체와 함께 멀리가겠다는 대승적인 결단이 급선무다. ‘잇몸이 없으면 이가 시린다’고 국내 소재업체가 살아있을 때와 완전 소멸됐을 때 해외 원단으로 충족하기에는 가격과 납기, 공급망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의류벤더, 패션대기업들이 지금부터라도 애국하는 심정으로 국내 소재업체와 같이 가겠다는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또 대구산지부터 장사하는 방법을 환골탈태 해야 한다. 어렵지만 선적하면 금방 네고하는 수출이 편하지만 대외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내수 또는 벤더 시장을 뚫을려는 비장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대구산지에 앉아서 바이어가 찾아오길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

벤더와 패션브랜드를 찾아다니며 품질과 가격을 외국산에 맞추겠다고 설득하고 설명하는 노력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난해 9월 일본 후쿠이산지를 견학하고 돌아온 후 앉아서 장사하지 않고 서서 뛰며 개척하겠다고 다짐하더니 아직도 용두사미다.

대구산지 오너들부터 의식이 바뀌고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과거의 천수답 경영방식으로는 안된다는 자계훈을 명심해야 한다,

본지가 또 하나 대안을 제시한다. 지난 2013년 2월 섬유스트림간 획기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 당시 노희찬 섬산련 회장의 제안과 본지가 앞장서 산파역을 맡아 섬유패션 별들의 모임인 ‘섬유패션 스트림간 협력 포럼’이 발족됐다.

한국을 대표한 글로벌 의류수출벤더 13대 기업 회장과 면방·화섬·의류·패션 협회장, 섬유수출입협회장 등 기라성같은 거물 24명이 모여 상생을 위해 협력하기로 다짐했다.

당연히 국산소재 더쓰기 운동에 동참하기로 철썩같이 약속했다. 의류벤더와 패션브랜드 오너들이 직접 관심을 갖고 스트림간 협력 증진을 약속했고 실제 이 취지에 공감해 협조 무드가 조성됐다.

지금도 섬산련 주도로 3개월에 한번씩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초창기 적극성을 보인 벤더 오너들이 슬그머니 빠지고 열기가 식어 밥만 먹고 헤어지는 친목모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포럼으로 벤더들의 해외공장 관리자 양성을 통한 지원이 이루어졌고, 신소재컬렉션이 탄생하기도 했지만 국산소재 사용을 촉진하는 당초 취지에서 많이 후퇴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다시 글로벌 벤더 오너와 패션브랜드 오너들이 국내 면방·화섬과 대구·경기 업계와 단체장이 함께하는 제대로 된 소통과 협력기구를 확대 강화함으로써 국산 소재 더쓰기 운동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당시의 별들의 모임을 탄생시키는데 산파역을 맡았던 본지 입장에서 꺼져가는 한국 미들스트림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성있는 별들의 모임을 재구축할 것을 촉구한다.

글로벌 의류벤더와 패션브랜드의 대승적인 국산소재 더쓰기 운동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절망상태를 피할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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