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환율·채산 삼각파도... 살아남아야 승리자다
새해 경기 작년보다 어렵지만 2025년엔 웃는다
모두가 어렵지만 차별화 투자기업 오더폭탄 즐겨
2024년 원달러 1250원 예상, 바이어 단가 후려쳐 채산 비상
섬유수출 새해도 엄동설한, 내수패션 더욱 암울... 위기를 기회로

섬유패션산업 지킴이이자 나침판인 국제섬유신문이 청룡의 해 출발선에서 각혈하는 심정으로 호소한다. 한국 섬유산업의 공멸을 막기위한 골든타임은 1~2년이다.

전쟁과 경기 침체의 글로벌 악재에 직격탄을 맞은 한국경제는 이미 봄이 지나고 저성장의 긴 겨울에 진입했다. 지난 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GDP 성장률이 한때 13%까지 달성했지만 2022년 2.61%, 2023년 1.40%로 날개없이 추락중이다. 새해에도 잠재 성장률 0.8%에 머물 것이란 경고에 이어 곧 OECD국가중 최저 수준인 제로 성장까지 예고되고 있다. 2023년 미국이 세계 최초로 1인당 GDP 7만달러에 진입한 것과 비교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2024년 세계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이미 지난해부터 받아놓은 밥상이었다. 2년째 이어지는 우크라 전쟁과 해를 넘긴 이스라엘-하마스 확전이 몰고온 파고는 깊고 높다.

우선 우리 섬유수출이 해가 갈수록 급속히 냉각돼 2023년에는 110억달러도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185억달러를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 일변도로 추락하면서 2022년 123억달러보다 다시 큰 폭으로 무너졌다. 섬유수출 비중도 1.8%가 무너져 섬유의 날 금탑산업훈장까지 박탈당할 위기에 몰렸다.

사실 오래전에 하산(下山)길에 들어선 우리 섬유산업은 코로나에 찢기고 할퀴면서 만신창이로 망가졌다. 코로나 이후는 더욱 심각해 면방·화섬에 이어 대구산지와 경기북부 니트직물산지는 사실상 빈사상태에 빠졌다.

고래심줄보다 강한 우리 섬유산업은 간판 내리고 문닫는 기업이 속출하는 아작난 2023년을 질곡과 신음으로 넘겼다.

하지만 옹기짐 지고 자갈밭에 넘어질 위기의 ‘주식회사 한국섬유산업’은 올해 청룡의 해에도 도처에 지뢰밭과 해저드가 널려있다.

우선 수출비중이 절대적인 한국 섬유산업은 미국 경기회복 기대에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비록 미국이 올해 2~3차례 금리인하를 예고했지만 고금리 정책이 일시에 그칠 수 없다.

여기서 우리 섬유수출업계의 아킬레스건은 환율이다. 지난해 극심한 불황에도 한가닥 희망은 환율덕이었다. 원·달러당 1350원대까지 원화가 약세를 보여 채산에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로 예고하면서 필연적으로 달러약세 원화강세가 불가피하다. 지금 수출업계는 원달러 환율을 1250원대를 놓고 상담을 전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제조원가는 급상승한데 반해 수출단가 인상은 엄두낼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글로벌 경기침체와 바이어 재고가 생각보다 많아 오더량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단가인상을 입밖에 꺼낼 수 없는 처지다.

미국과 유럽경기가 올 한해까지는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대중동 시장도 2023년보다 훨씬 악화될 조짐이다.

예년같으면 지금쯤 3월 라마단 시즌에 대비해 중동 수출원단이 급증해야 함에도 아직 엄동설한이다. 기대했던 라마단 특수가 사라져 관련 업계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중동 바이어들의 재고가 생각보다 많이 쟁여져 있다는 것이다.

화섬·니트직물의 3·4월 성수기도 올해 2024년에는 가물가물한 모습이다. 이런 시황에서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을 이유로 수출단가를 현실화하기는 커녕 오히려 가격인하 압력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오더 감소에 채산까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면방·화섬 소멸... 미들스트림 골든타임 1~2년

정부·단체·연구소 이대론 안된다, 환골탈태 비상대책을

2024년은 그야말로 성장보다 생존이 발등의 불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다.

이미 면방과 화섬 등 섬유산업 대들보는 한국에서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 고임금, 인력난, 비싼 전기료, 고공행진의 물류비 등 고비용 저효율 구조속에 섬유 대기업은 조종이 울린지 꽤 됐다.

설상가상 중국 경제의 침체는 중국 내수경기 위축으로 이어져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 득달같이 섬유제품의 해외시장 덤핑공세로 이어지면서 애먼 한국 섬유제품이 은사죽음을 당하고 있다.

중국산 섬유의 무차별 덤핑투매로 한국산은 가격경쟁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식도 진실도 통할 수 없는 덤핑투매에 한국 섬유산업이 멍들고 있는 것이다.

2024년 섬유 수출경기는 전반적으로 엄동설한인데다 내수패션경기도 팍팍하기는 매한가지일 것으로 경제 연구소와 단체들이 예고하고 있어 정초부터 우울한 분위기다.

하지만 끈질긴 생명력의 한국 섬유산업이 이대로 주저앉거나 포기할수는 없다. 지난 반세기 수없는 질곡과 고통의 세월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다.

처방은 혁신 경영이다. 천수답 경영의 사고정지 상태로는 시계 제로상황을 극복할 수 없기에 고강도 혁신과 개혁이 답이다.

혁신과 개혁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요술이 아니다. 생산성과 품질을 위해 첨단 자동화 투자에 디자인을 입히고 프리미엄이 안되면 가성비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바로 차별화 전략이다. 명제는 투자다.

사즉생 각오로 코로나때부터 차별화를 위해 인적·물적 투자를 강화해온 기업은 새해에도 2023년보다 30%까지 매출증대를 자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국내 내수용으로 오더폭탄을 맞고 있는 기업이 많다.

삽질하지 않고 물이 고이기를 바라는 인사는 기업인이 아니다. 투자하지 않고 경기타령하며 곁불을 쬐겠다는 것은 쌍팔년도 사고다. 불황은 호황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반세기 이상 성장가도를 달려온 한국섬유산업, 언제라고 어렵지 않은 때가 없었다.

섬유기업인들, 2024년은 살아남는 자가 승리자다. 그리고 2025년 경기회복을 기대하며 잃었던 것을 한꺼번에 벌충하는 자신감과 신념을 공유할때다. 기업뿐 아니다. 단체, 연구소 그리고 정부가 섬유패션산업 중흥을 위해 신념을 다짐하고 혁신하며 개혁해야 한다. 더 이상 방치하면 공멸한다. 청룡의 해 원단의 절규어린 호소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