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면방 잇따른 생산중단, 미들스트림 악전고투

국방섬유 국산화 요원, 뿌리산업 지정 후속조치 필요
섬유제조 가동률 최악, 日 후쿠이산지 섬유체인 벤치마킹 ‘충격’

섬산련 수장 최병오 회장 취임

대한민국 섬유패션단체의 총본산인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수장으로 최병오 회장(16대)이 선출됐다.

이상운 명예회장이 연임 포기를 시사하며 5인 추대위원회가 발족되었고 당시 최병오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장과 김준 방직협회장이 후보 선언을 하며 경합을 벌였으나 ‘벼랑끝 미들스트림 구원투수’로 적합하다고 판단된 최병오 회장이 선출된 것이다. 여기에는 김준 회장의 대승적 용단도 크게 작용했다.

무보수 봉사직인 섬산련 회장으로 선출된후 많은 시간을 섬산련 업무에 할애하고 국제세미나 참석, PIS 개최 등 굵직한 이슈를 무난하게 치러냈다. 또한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기·대구·부산 등 섬유산지를 방문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취지의 ‘찾아가는 섬유패션 카라반’ 프로그램 등 업계와 본격 교류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TK케미칼·성안합섬 화섬제조 포기

국내 섬유산업 대들보 역할을 하는 화섬산업이 붕괴 일보 직전까지 내몰리면서 급기야 TK케미칼과 성안합섬 양대 화섬메이커가 화섬사 제조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대구 화섬직물 및 경기 니트직물 생산에 아무런 불편이 없을 정도로 수입사 수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국내 화섬직물 및 니트직물 업계는 완전히 중국 지배권에 들어간 치욕의 산업구조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난 2월 국내 최대 폴리에스테르사 메이커인 TK케미칼이 구미공장의 불을 완전히 끄고 폴리에스테르사 사업을 정리한데 이어 3월 성안합섬 역시 공장가동을 멈추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화섬사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이미 국내 폴리에스테르사 수요의 60%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한 상태에서 이들 국내 양대 화섬메이커의 사업정리는 수입사 대체로 공백을 메꾸어 원사 수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다.

한편 성안합섬은 섬유 제조업을 포기하고 수입유통으로 선회하면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면방 소멸열차 '가속페달'

태광·전방 방적사업 생산중단

한국 섬유산업의 뿌리인 면방산업이 예상보다 빨리 소멸되고 있다.

섬유산업의 모태산업이며 한국경제의 일등공신인 면방산업의 소멸열차가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빠르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

구조적인 고임금과 인력난속에 경쟁력을 상실한 국내 면방산업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가파른 기업 이민과 함께 폐업이란 막다른 길을 택하면서 극소수 업체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초라한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

면방산업의 급속한 축소현상은 올들어 더욱 가속화돼 해외진출을 거부하며 끝까지 국내에서 기업을 영위하겠다는 간판기업마저 결국 백기투항하면서 한국 면방산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다.

실제 국내 최대 면방설비를 고수하던 태광산업의 20만추 규모 부산공장이 지난 7월 완전히 문을 닫은 충격속에 전방의 익산공장 5만960추 공장마저 11월 7일부로 문을 닫고 말았다.

태광과 전방은 타 면방사들이 난파선에 쥐 빠져나가듯 해외탈출에 러시를 이룰때도 끝까지 버티어 왔으나 결국 고임금·인력난이 몰고온 직격탄으로 경쟁력을 상실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국방섬유 국산화, 시도만 하다 멈춰

국내 섬유산업의 일감확대를 통한 기사회생의 바로미터인 연간 예산 6800억원 규모의 국방섬유 국산화를 법률로 제도화하기 위한 개정 법률안이 정식 발의돼 입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국방위 소위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통과를 위해 섬유단체와 업계가 적극 노력해 성취할 수 있도록 범업계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피복류를 비롯한 국방섬유 전반에 걸쳐 원사와 제·편직, 염색가공, 봉제까지 전체적으로 국산소재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하는 방위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안규백 의원을 대표 발의로 의원 14명이 지난 9월 27일 의원 입법으로 정식 발의한데 이어 10월 4일 소관상임위에 회부한 것이다.

뿌리산업 지정 '희비교차'

대구산지를 시발로 섬유 제조업체가 학수고대하던 뿌리산업 지정에서 염색가공(날염 포함)업과 부직포 및 펠트 제조업, 표면처리 및 적층 직물 제조업, 특수사 및 코드직물 제조업 등 6개 품목이 지정됐다. 반면 화섬직물과 편직업종, 연사, 사가공은 제외돼 업종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염색업종 중에서도 섬유제품 기타 정리 및 마무리 가공업(후가공) 분야는 제외됐다.

그러나 대구와 경기 섬유산지가 뿌리산업 지정을 적극 요청했던 연사 및 가공사 제조업과 편조원단 제조업(편직), 화학섬유 직물직조업(화섬직물), 특수직물 및 기타직물 직조업은 선정에서 제외돼 아쉬움을 남겼다.

뿌리산업에 지정되는 업종은 외국인력 고용한도 20% 확대와 신규고용허용인원 추가(1명)를 적용하고 중소기업 정책자금 우선배정과 대출금리 및 보증료 우대 혜택이 주어진다.

日 후쿠이산지 벤치마킹, 통렬한 반성

지난 9월 20일 대구 섬유업계 대표 20명이 일본 후쿠이 도레이 클러스터를 시찰한 후 “대구는 잠자고 있었다”는 자조적이고 통렬한 반성의 목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후쿠이와 가나자와 지역 도레이 클러스터 81개 제·편직, 염색가공, 준비공정 업체들은 코로나때도 불황을 몰랐고 지금도 설비를 거의 풀가동하며 호황을 만끽하고 있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때문이다.

반면 대구 산지는 100대~200대 내외 제직공장 가동률이 40~50%에 머물고 편직·염색가공·준비공장 가동률이 반토막인 상황과 비교할 때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20년전 한국과 대만에 화섬직물과 원사 경쟁력을 잃고 잃어버린 세월에 신음했던 일본 화섬직물 산지가 어떻게 기사회생 했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에 후쿠이 도레이 클러스터 시찰 기업인들이 귀국후 지난 10월 20일 섬유개발원 대회의실에서 방문결과 토론회를 통해 대구산지 위기상황과 향후 어디로 가야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글로벌세아그룹, 몸집 더 키웠다

전주페이퍼 & 전주원파워 인수

글로벌세아그룹이 섬유를 바탕으로 쌍용건설·태림페이퍼의 삼각편대에 새로 국내 1위 신문용지 제조사 전주페이퍼와 전주원파워를 인수해 종합제지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등 잇따라 알짜기업을 인수해 대기업집단으로 우뚝 서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세아그룹은 2025년까지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 규모로 도약해 재벌 랭킹 40위 그룹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국내 최대 의류벤더를 바탕으로 다각경영을 확대하면서 국내 최대 골판지업체인 태림페이퍼를 인수해 제지업에 진출한데 이어 지난해 10월 알짜건설회사인 쌍용건설을 인수해 섬유와 제지·건설의 삼각편대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왔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이같은 여세를 몰아 지난 12월 15일 계열 태림페이퍼를 통해 국내 최대 신문지 제조기업인 전주페이퍼 및 전주원파워를 6500억원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 종합제지기업으로 우뚝 섰다.

섬유제조업 가동률 최악, 내년 확대될 외국인력 여유 예상

2024년 비전문취업(E-9) 비자로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근로자 규모가 역대 최대인 16만5000명으로 확정된 가운데 만성적인 섬유제조업의 외국인근로자 부족현상은 이미 올해 거의 해소단계에 있어 신규 수요는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국내 섬유제조업의 가동상황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대구와 경기·부산 산지의 외국인 고용이 크게 줄어든데다 내년에는 뿌리산업에 지정된 염색가공업 등에 우선배정 혜택이 부여될 것으로 보여져 극심했던 외국인근로자 부족현상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11월 27일 확정한 ‘2024년 외국인력 도입 운영계획안’에 따르면 내년도 외국인 단순노무직(E-9) 도입쿼터는 올해보다 4만5000명 많은 16만50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섬유제조업은 외국인근로자 수요가 많았으나 올해 하반기부터 코로나 팬데믹으로 원활하지 못했던 외국인근로자 도입이 정상화됨과 동시에 극심한 불황여파로 전 스트림의 평균 가동률이 30~40% 수준에 머물고 있어 인력부족 현상은 사실상 해소된 상태다.

한국 패션시장 규모 2024년 51조3천억

2023년 한국패션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5.2% 성장한 49조5천억원이며, 내년 2024년에는 51조 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랜드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한국패션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8.2% 신장한 47조91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해 20여년 전인 2000년 21조 규모에 비해 2배 이상 신장한 데 이어, 작년 한해 역시 49조 5천억원을 기록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새해 2024년에는 전년대비 3.5% 성장한 51조 3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렌드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역대 최대 실적은 우리 패션시장의 높은 회복 탄력성(resiliency)가 기반이 되었으며, 경제 사회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 속도와 민첩성이 증가한 것을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코로나 19로 집콕시대와 활동의 편안함을 경험한 소비자를 위한 실내복,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를 무너뜨린 캐주얼, 개인화된 다품종 소량 MD시장, 성수지역과 같은 다양한 문화 공간에서 보여주는 패션문화 브랜드 발굴 등 신소비 시장 개척도 성장 속도를 높였다.

섬유 무역수지 역대급 80억불 가시권

2023년 섬유류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80억불을 목전에 두고 있다.

최대 수요처인 미국 의류시장에 이어 유럽시장도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러-우크라·이-하마스 전쟁까지 지속되며 불안정한 글로벌 경영환경으로 인해 섬유 수출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2022년 섬유 수출이 6월부터 본격 감소한 반면 수입은 증가해 섬유 무역수지가 76억불의 역대급 적자를 경신했다면 2023년에는 섬유 수입이 감소세를 지속함에도 불구, 수출 실적도 뚜렷한 감소를 기록하며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11월까지 누적 수출실적은 99억9051만 달러로 전년 동기비 11.3%가 감소했으며 수입실적은 174억9932만 달러로 4.8%가 감소했다. 섬유류 수입실적이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실적의 감소도 지속되어 섬유류 무역수지는 11월 누계 75억882만 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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