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일모도원(日暮途遠)이다. 한장 남은 달력을 보며 해는 지고 갈길은 먼 세모에 만감이 교차된다. 마음은 바쁘지만 꼬이고 뒤틀려 심한 자괴감과 열패감이 앞선다. 섬유패션산업이 이모양 이꼴로 아작난 상황을 어디서부터 복기해야할지 당최 판단이 안선다.

설상가상 국가적으로도 경제·안보위기가 불길하게 스멀거린다. 엄동설한 글로벌 경제는 내년에도 쉽게 호전될 기미가 가물가물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와중에 북한이 정찰위성을 성공시켜 그나마 긴장을 완화시켜온 9.19 합의마저 정지됐다.

아시아의 히틀러 북한 김정은은 무서운 독종이다. 고모부를 총살하고 이복형을 독살한 인간 백정이다. 세계 최강 방공망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미사일에 속절없이 뚫린 것을 본 김정은이 모험을 저지를 개연성을 경계해야 한다. 가뜩이나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 입장에서 겁나는 징후가 아닐 수 없다. 하마스가 궤멸되는 보복을 당하지만 이스라엘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평화의 비용이 아무리 비싸도 전쟁보다 싼 것이다.

‘풍전등화’ 꼬이고 뒤틀린 섬유패션산업

본질문제로 돌아가 글로벌 섬유패션 경기가 모질고 심상치 않다. 그 여파는 득달같이 우리 섬유패션산업의 빙하기를 재촉했다.

세계 섬유패션산업은 사실상 미국이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의 시장 미국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저앉아 아직도 사실상 엄동설한이다. 실상은 숫자가 말해준다. 국내 산업은 말할것 없고 글로벌 기업들도 고통스럽게 경련을 일으켰다.

미국 상무부 섬유의류국(OTEXA)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9월말까지 미국의 의류 수입액은 23%가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산이 28%, 베트남 24%, 방글라데시 23%, 인도 21%씩 각각 감소했다. 대미 의류 수출국 1·2·3위인 중국·베트남·방글라데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그만큼 세계의 시장 미국 경기가 침체되면서 주 공급선인 아시아 국가들이 타격을 입었다. 미국의 고금리·고물가와 함께 신용카드 부채, 학자금 대출상환 재개, 저축 감소 등으로 섬유의류 소비 여력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미국내 유통공룡인 월마트의 3분기 실적을 봐도 전반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다소 증가했지만 의류·패션 소비는 아직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는 지난 3분기중 미국 매출이 전년보다 5% 증가했고 이커머스는 24%나 증가했으나 이는 식료품·건강 관련 부문이 성장을 견인했을뿐 의류·홈데크는 소폭 감소했다. 재고 또한 5% 감소했으나 아직도 재고 부담이 남아있다.

반면 타겟은 3분기 매출실적이 작년 동기보다 4.9% 감소한 가운데 디지털 판매실적은 6% 감소한데 반해 다행히 의류 판매는 8% 증가해 희망을 안겨줬다. 3분기말 상품 카테고리 재고가 19% 감소해 전체 재고는 14% 감소로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블랙프라이데이가 들어있는 4분기 홀리데이 매출도 크게 향상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섬유의류 경기가 본격 반등한 시기는 당초 기대했던 2024년보다 1년이 지연된 2025년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 소비자의 구매 촉진 시기가 내년이 아닌 내후년이란 점은 가뜩이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깊은 터널에 갇혔던 한국은 물론 아시아 각국에게도 고난의 세월이 연장됐음을 암시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으로 고성장한 국내 의류벤더나 소재업체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요소이지만 시장 흐름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음을 대비해야 할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구촌에 울타리가 사라진 글로벌시대에 국내 섬유패션기업들의 고통이 지금 이순간도 진행형임을 부인할 수 없다. 때마침 12월 결산 섬유·패션 상장기업의 3분기 경영실적을 본지가 긴급 입수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73개 상장기업(코스피·코스닥 포함)의 80%가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수출·내수 불황이 어느정도 심각한지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3·5면 기사 참조>

난공불락 세계 초일류 아웃도어 기업인 영원무역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5%가 감소했다. 미국의 글로벌 스포츠·패션 브랜드들의 OEM 오더가 그만큼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인 영원무역홀딩스도 연쇄적으로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32% 감소했다. 그럼에도 영원무역의 3분기까지 영업이익 누계는 작년 동기보다 11.5% 감소한 6522억900만원을 달성해 올해도 조(兆) 단위 영업이익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 휠라홀딩스 역시 영업이익이 3분기중 전년보다 24% 줄었고 대형 의류OEM기업인 한세실업은 실적 호기인 3분기 영업이익이 7.5% 감소했다. 효성티앤씨는 가까스로 흑자전환 했지만 효성첨단소재는 작년 동기비 영업이익이 46%나 줄었다.

잘나가던 태평양물산의 영업이익이 3분기중 31% 줄었고, 올 섬유의 날에 큰 상을 탄 의류벤더 호전실업도 38%나 감소했다.

의류벤더, 소재, 패션업체를 망라해 수출과 내수기업들이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고통을 겪었다. 이미 알려진대로 면방은 국내 생산영업이 한계상황에 부딪힌 가운데 해외진출을 끝까지 거부하며 버티던 전방이 올들어 3분기 영업이익 적자가 270억원에 달해 애지중지 버티어온 익산공장을 닫았다. 우량기업 일신방마저 3분기까지 67억원의 영업적자를 봐 광주공장의 절반을 과테말라로 이전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화섬기업중 내용이 비교적 알차다는 태광그룹 대한화섬도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에 비해 82.4%나 감소했다. 직물업체인 성안도 3분기 영업이익에서 작년보다 38%가 줄어드는 등 국내 모든 제조업은 하나같이 눈덩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실신상태 섬유산업 특단대책 ‘발등의 불’

군계일학으로 대형 패션업체인 F&F는 중국 영업의 대박행진으로 3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7.3%가 증가해 화제를 모았다. 또 OEM 고급 핸드백 전문 제조회사이자 약진통상을 인수한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은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대비 50%나 증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같은 경우는 가뭄에 콩나기다.

경방은 면방 부문의 눈덩이 적자에도 불구, 타임스퀘어의 영업호조로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173%나 증가했으나 3분기까지 누계로는 작년 동기대비 영업이익이 97%가 감소했다.

이같이 섬유패션 상장기업의 대다수가 3분기 어닝 쇼크를 드러내 업계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국면을 향해 서서히 전진하고 있다고 해도 2025년에 가야 미국경기의 반등이 기대돼 고난의 세월이 길어지고 있다.

더욱이 구조적인 인력난과 지난 20년간 임금 상승률이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보다 2.5배 이상 높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실신상태인 국내 산업은 풍전등화의 위기국면에 몰린지 오래다. 당장 죽 쒀서 식힐 시간이 없다. 특단의 생존전략이 발등의 불이다.

본지 조영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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