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산지·후쿠이 호불황 극명한 차이 청산·파산 신청 줄이어
추석 이후 2~3일이 멀다하고 문닫는 기업 급증 포기 속출
미국 경기침체 장기화, 튀르키예 등 8월 이후 신규오더 급감
차별화 못하고 천수답 경영 일관, 자포자기 패닉 상태

냄비속 개구리 처지였던 대구 화섬직물업계가 줄초상을 향한 적색경보가 현실화되자 패닉상태에 빠졌다.

그동안 천수답 경영하에서 시난고난 버티어 왔지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길에 몰려 파산의 불길이 걷잘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제직·염색·가연·연신 업체 가리지 않고 확산되면서 화섬직물 관련 산업이 동시다발로 아작나고 있다.

세계 섬유패션산업을 먹여 살리던 미국의 소매경기가 장기 침체되고 특히 대구 화섬직물업계가 의존율이 높은 중동·아프리카 시장이 쓰나미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임금 인력난에 비싼 전기료 등으로 공장을 돌릴수록 눈덩이 적자가 쌓이는 악순환이 목에 찬 것이다.

추석 이후 이틀이 멀다하고 문닫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어 섬유 전후방 업체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직물업체, 가연업체, 연신업체, 비산염색공단 소재 유명 염색업체 가리지 않고 소리소문 없이 간판 내리는 회사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경기 장기 침체속에 비상구 역할을 했던 튀르키예(터키) 시장부터 급격히 감소돼 제직·편직 업체 오더가 고갈됐다.

지난 8월 14일부터 미터당 5Kg 이내 판매가격의 8%이던 부가세(VAT)를 미터당 14달러를 기준으로 10%를 적용하면서 한국산 ITY직물을 비롯한 직물원단 수입이 직격탄을 맞았다.

또 터키시장에 대량 수출되던 100-24 잠재권축사와 80-36풀달 POY 합사물도 최근 오더가 씨가 말라 이 부문 원사와 직물 모두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대지진 사태로 영향을 받던 터키시장이 다소 회복될 찰나에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까지 겹쳐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자라, 망고, H&M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도 한국에 대한 오더량이 현저히 줄었다.

추석 전까지만해도 파산이나 청산 기업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추석 이후 해외 오더가 꿈쩍않고 있는데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전쟁 확대 위험성이 겹치자 기업 포기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처럼 어음을 발행하지 않아 부도나는 기업이 노출되지 않은데 반해 공장 매각해서 빚잔치하는 기업청산이 급증하고 있다.

공장 판 돈을 찢어발겨 채권자와 빚잔치하는 청산 경우와 채권자와 부채 청산 협의가 어려운 경우는 법원에 파산신청을 해서 승인을 받는 기업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의존률이 70% 이상인 대구경북 직물업체들은 업체마다 매월 1억원 가까운 적자를 감수해왔고 염색 가공업체들도 월 1억씩 적자를 보며 버티어 왔으나 이제는 앞날이 캄캄해지자 청산 또는 파산이란 사형선고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이 한국의 섬유메카 대구산지가 풍비박산난 원인은 경기의 호·불황을 주기적인 현상으로 믿고 만년 천수답 경영에 의존한 업보다.

단순 비교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한국과 일본이 대동소이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후쿠이 직물산지는 설비가 쌩쌩 돌아가고 채산성도 알찬데 반해 대구산지는 이미 산업의 모세혈관이 다 터졌으며 악으로 깡으로 버티어 오던중 결국 종착역에 도달한 것이다.

섣가래뿐 아니라 기둥, 대들보까지 거덜단 대구산지의 기사회생 전략을 쉽게 세울 수 없어 결국 소멸의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는 것이다.

중언부언하지만 화섬사와 화섬직물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잃어버린 20년동안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전성기를 되찾은데 반해 대구산지는 속절없이 붕괴되는 양극화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물론 대구 화섬산업이 망망대해 편주 신세가 됐지만 살아남는 기업은 차별화 전략으로 엔조이 할 수 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문제는 생존 기업보다 사망 선고를 받는 기업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성 가연심리가 업체 전체에 확산되고 있어 우려했던 섬유산업 소멸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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