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비용이 아무리 비싸도 전쟁보다 싸다.’ 전쟁은 살아 숨쉬는 생명체뿐 아니라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든다.

상어는 피맛을 보면 무엇이든 물고 뜯는 발작을 일으킨다. 평화로운 안식일에 이스라엘을 공격해 피바다로 만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피에 굶주린 상어떼와 같다.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처럼 되로 주고 말로 당하는 피의 반격을 자초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피의 대학살을 지켜본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다. 잔인하고 무모하기로는 하마스 뺨치는 북한 집단의 불장난 가능성에 오금이 저린다. 수천발의 로켓 공격에 세계 최강 아이언돔 방어망을 갖춘 이스라엘 영공이 속절없이 뚫린 것을 보고 우리의 방공망이 막강 화력의 북한 공격을 막아낼지 걱정이다.

북한이 보유한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 340문을 가동하면 1시간에 1만6000발을 쏟아부을 수 있다고 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물론 북한이 모험을 저지르면 순식간에 평양 전체가 쑥대밭이 되는 것은 자명해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듯’ 찜찜한 마음 떨칠 수 없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

대구·경기 잇따라 포기선언 실제상황

본질문제로 돌아가 지난 추석 연휴때 대구 섬유업계 중진 인사가 섬유사업으로 성공한 기업인 몇분과 접촉하며 많은 얘기가 오갔다. 충격적인 것은 섬유로 성공한 기업인을 자처한 인사들 모두가 “앞날이 안보인다”며 “업을 포기하겠다”고 직설적으로 밝혔다는 것이다.

그들뿐 아니다. 많은 지역 섬유기업인들이 생각이 대동소이하다는 것이 지금 대구 섬유업계와 경기 니트산지 현주소다. 핑계김에 쉬어 간다고 추석명절을 이유로 제직공장 문을 열흘이상 닫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미 물이 목에 찬 상황이다.

수출 의존도가 70%에 오더는 고갈되고 채산을 무시한 저가투매에도 재고는 산더미처럼 쌓여 추석연휴를 예년의 3배로 늘렸다. 추석이 지나 성수기가 도래했어도 오더는 감감 소식이다. 대규모 지진 사태로 내려앉았던 튀르키예(터키) 시장이 조금 회복단계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중동 화약고가 폭발했다. 지지리도 복이 없다.

기가 차다 못해 억장이 무너진 것은 임금 수준과 인력난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우리와 대동소이한 일본 후쿠이 화섬직물 및 니트직물 산지는 설비를 풀가동하면서 채산성이 좋아 엔조이한데 반해 대구와 경기 산지는 공멸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9월 20일부터 대구 직물업계 대표단 20명이 오사카 도레이 본사와 후쿠이 및 가나자와 소재 도레이 클러스터를 둘러보면서 확인된 사실이다.

이 지역에 85개 도레이 클러스터 관련기업이 군웅할거하면서 일본 국민기업이자 세계적인 화학·섬유기업인 도레이의 소재공급을 받아 차별화 전략을 성공시키고 있다. 도레이 클러스터 소속 기업은 각기 분야별로 독창성을 갖고 차별화로 승부하되 절대 카피하거나 과당경쟁을 금기시하고 있다. 소재공급뿐 아니라 불황에 어려우면 자금도 지원하고 도레이가 90%를 출자한 일촌(一村)이란 회사가 수출대행 상사 기능까지 맡고 있다.

대구 화섬직물 산지에도 과거 도레이 클러스터와 비슷한 코오롱협단, 효성협단, 선경협단이 있었으나 도중에 모두 해체됐다. 원사메이커가 소재개발을 못하고 협단 직물업체들은 오더가 없고 소재 차별화가 안돼 뿔뿔이 헤어졌다.

화섬산업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일본과 모방전략에 치우친 한국 화섬업계는 근본적으로 격차가 있지만 경영전략부터 극명한 차이가 있다. 일본 화섬업계가 개발한 소재를 발빠른 카피한 것만으로는 생명력이 없는 것이다. 제직·편직·염색가공 업체를 봐도 일본은 각자 독특한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를 하지만 대구나 경기 편직업체는 똑같은 제품이 주류를 이룬다. 국내 경쟁사뿐 아니라 중국과 똑같은 제품으로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다보니 가격경쟁에 밀려 저가투매의 악순환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제·편직 기술뿐 아니라 염색가공 기술이 차별화의 관건이지만 한국은 일본산에 훨씬 못 미친다. 하나의 예증으로 중동의 전통의상인 로브원단중 스판로브는 한국과 일본 모두 자체 제직을 못한다. 품질·가격에서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산에 못미쳐 양국 모두 생지를 전량 중·인니에서 수입해 염색가공한다. 같은 생지를 수입하여 자국에서 가공후 수출되는 단가는 한국과 일본산이 야드당 수십센트씩 격차가 난다. 염색가공 기술의 격차가 품질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이번 섬유개발연구원 주선으로 다녀온 일본 후쿠이 산지 시찰단의 귀국 보고서는 대구와 경기 섬유산지에 충격과 함께 천금같은 교훈을 남겼다. 도레이같은 국민기업이 없고 대량 수요처인 유니클로가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처방을 제시해야 되기 때문이다.

또 취약한 대외 수출경쟁력 회복을 위한 혁명적인 변화와 노력 못지않게 내수시장의 금맥을 찾는 일 또한 지지부진이다. 국방섬유 국산화가 불황타개의 바로미터라고 수없이 지적했지만 연간 6500억 예산중 520억 전투복외에 3년간 진전이 없다. 필자가 알기로는 재고가 많다는 이유가 크겠지만 지난해 국방섬유 예산중 800억원이 미집행돼 반납돼 타 항목으로 전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작년 국방섬유 예산 800억 미집행 반납

섬산련내 ‘국방섬유 활성화 위원회’가 전열을 재정비해 국방섬유의 국산소재 사용을 하루속히 전방위로 성취해야 한다. 그 바탕에서 경찰복·소방복은 물론 공기업 단체복으로 확대하면 국내 섬유산업의 기사회생을 앞당길 수 있다.

국내 섬유산업의 위기극복을 위한 방안은 널려있다. 패션업체들을 적극 설득하면서 국산소재 인증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품질과 사후관리 서비스가 앞선 국산소재를 패션업체가 더많이 사용하도록 국산소재 인증서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도 당면한 과제다.

폐일언하고 지금 국내 섬유산업은 냄비속 개구리의 정점에 와있다. 그저 미지근한 물에서 죽는지 사는지 모르고 시난고난 견디어 왔지만 이제는 ‘앗 뜨거워’ 소리가 절로 나올 상황이다. 우리 섬유패션산업이 일본 후쿠이와 무엇이 다르고 왜 안되는지를 내시경으로 들여다 보고 환부를 과감히 수술해야 한다.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길은 있다. ‘일본은 되고 한국은 안된다’는 등식은 없다.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있는 것은 더 보강 개선시키는 것이 절실하다. 다만 변화와 혁신의 강도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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