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쿠이 산지 활황 만끽 vs 대구산지 대공황 극명한 대조
후쿠이 도레이 클러스터 81개사 설비 풀가동 이익률 높아
도레이의 다양한 소재 개발 지원 · 유니클로 수요 시너지 효과
임금 예상보다 저렴 日 내국인 섬유공장 취업 선호 한국과 대조
코로나 이후 후쿠이 불황 몰라, 오더고갈·인력난·고임금 한국과 천양지차

일본의 대표적인 화섬 제·편직, 염색가공 집산지인 후쿠이와 가나자와 산지는 코로나 팬데믹의 외생 변수와 무관하게 설비를 풀가동하며 이익률도 높은 안정성장을 유지하는 등 활황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경제환경의 외생변수에 일본과 별 차이가 없는 한국의 대구 화섬직물 산지는 동종 업종인데도 오더 가뭄과 채산 악화로 가동률이 40~50%에 불과한 채 벼랑끝 위기를 헤매고 있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원인은 일본의 경우 세계 최대 소재메이커인 도레이의 다양한 첨단소재 개발을 통한 유니클로와의 협업은 물론 후쿠이·가나자와 도레이 클러스터 산지 제직·편직·염색가공 업체들의 독자적인 글로벌 패션트렌드 정보와 개발 경쟁에 이어 업계간의 적극적인 협력체제 유지가 크게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본 내국인들의 섬유공장 취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다 임금이 한국보다 싼 원화 기준 월 250만원 수준이어서 한국의 월 300만원보다 저렴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유니클로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소재 개발의 산실인 화섬메이커가 지리멸렬되면서 직물업계는 각자도생의 막다른 길에서 들쥐떼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투매경쟁으로 시장을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은 관련 생산자 단체나 수출 유관단체가 제 구실을 못하고 수수방관하는 무책임·무능력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이 일본보다 비싼데다 내국인은 섬유공장 취업을 아예 기피하고 있는 악조건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과 대구산지, 유관단체와 연구소 등의 기관들이 체계있고 적극적인 업계의 공조체제와 구조고도화를 견인함은 물론 업체 스스로 성수기·비수기 등식의 천수답 경영을 탈피하며 차별화 신기술 개발 및 마케팅 개발 등에 총력을 경주하는 등 후쿠이 벤치마킹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9월 2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 도레이 본사와 후쿠이 및 가나자와 도레이 클러스터 직물산지를 견학하고 돌아온 대구직물업계 대표 20명의 시찰결과를 통해 대구산지의 화섬직물 제·편직, 염색가공 업계의 후진적 경영전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석기 대구직물조합 이사장을 단장으로 지역 직물·염색업계 대표 20명으로 구성된 시찰단은 첫날 오사카 소재 도레이 본사를 방문해 도레이 전체 매출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화섬사와 직물원단 사업 현황을 소개받고 유니클로와의 협업체제와 후쿠이 도레이 클러스터와의 기술·마케팅 협력 내용을 소상히 설명 들었다.

이어 이튿날 후쿠이산지 소재 도레이 클러스터 입주기업인 후쿠이경편을 방문, 200대 자체 설비와 임편직 업체 다수를 거느린 운영체제를 둘러봤다.

후쿠이 경편은 화섬 제직보다 경기가 썩 좋지 않지만 그래도 가동률을 70% 이상 유지하는데는 지장이 없으며 가격도 수출·내수 모두 제값을 받아 채산성도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가나지와 소재 중견 화섬직물업체인 혁신직기 400대 규모와 별도 하청 임직 직기를 가동하고 있는 마루이직물의 대형 제직공장은 100% 풀가동할 정도로 활황을 유지하고 있으며 코로나 이후 여전히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이 회사 대표의 설명을 들었다.

이번 일본 후쿠이·가나자와 소재 도레이 클러스터 입주 제·편직, 염색가공업체 81개사 중 5개사를 방문하고 현황을 설명받은 대구 직물업계 시찰단 일행은 이웃나라 일본 화섬 제·편직, 염색가공업계의 활황에 비해 오더 가뭄과 채산 악화로 40~50% 가동도 헉헉거리며 적자경영에 신음하는 대구 섬유업계와의 극명한 차이를 보고 충격과 함께 참담함을 떨치지 못한 것으로 실토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먼저 일본은 도레이라는 세계 최대 첨단 섬유회사의 다양한 소재를 후쿠이 산지가 공급받아 생산후 도레이 섬유사업부에 공급하고 도레이는 이를 유니클로의 광범위한 수요를 충당하는 철썩같은 공조체제가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또 도레이가 출자한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인 일촌이란 마케팅 전문 회사는 후쿠이에서 생산된 중소기업 직물을 해외에 대신 팔아주는 상사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어 개별기업의 과당경쟁이 없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렇지만 후쿠이나 가나자와 산지 제·편직·염색가공 업체들 스스로 다양한 차별화 제품 개발에 총력을 경주하고 도레이와 협업해 해외 전시회 등에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업체간 철저한 기술정보를 공유하면서도 독자적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체간 과당경쟁을 철저히 지양하고 비밀보호를 불문율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 업체들은 경쟁사가 개발한 신제품을 절대 따라하지 않고 가격질서를 문란시키는 반시장 행위를 배제해 신뢰를 갖고 선의의 경쟁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직물업계 각자도생 급급, 들쥐떼 근성 시장 초토화

도레이같은 국민기업 없는 한국, 화섬메이커 소재 개발 취약

미들스트림 공멸 막기 위해 후쿠이산지 운영체제 벤치마킹을

반면 대구산지는 근본적으로 각자도생의 치열한 경쟁속에 히트상품이 시장에 나왔다 하면 들쥐떼 근성으로 무차별 뛰어들어 가격을 후려치고 품질조악을 초래해 자신과 경쟁사는 물론 한국 직물산업 전체를 초토화 시키는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대구산지는 수십년간 이어진 성수기와 비수기 개념을 벗어나지 못해 비수기에 재고를 쌓아놓고 성수기에 퍼내는 전략이 익숙해 있지만 이같은 천수답 경영은 봉건적 전략이란 점에서 갈수록 시장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구산지 잘못만은 아니다. 소재개발을 책임져온 화섬메이커가 거의 거덜나면서 신소재 개발이 안돼 직물업계의 차별화 전략이 오래전부터 암초를 맞은데다 유니클로처럼 글로벌 간판 SPA 브랜드가 없고 국내 패션업체들의 국산 원단 사용기피 등 복합요인이 겹쳐 대구산지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더구나 일본은 각 지역 및 섬유단체가 앞장서 섬유산지에 빠르고 정확한 글로벌 정보를 공유함은 물론 업체간 단합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어 제구실 못하는 우리의 섬유 단체와 연구소와는 많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일본 도레이 본사와 후쿠이·가나자와 소재 도레이 클러스터 직물·염색가공 산지의 활황국면을 직접 돌아본 것을 계기로 벼랑끝 극한상황을 헤매는 대구산지, 한국의 미들스트림과 유명무실 단체의 환골탈태가 시급한 당면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섬산련과 수출입협회, 대구산지 단체가 원점에서 한국 미들스트림의 활로모색을 위한 새로운 중장기 청사진을 마련해 근본적으로 판을 다시 짜는 대결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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