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永一 칼럼] ‘섬유센터’, 제 2 잠사회관 안돼야

나라가 갈수록 혼란스럽다. 우선 정치가 실종되면서 국민이 갈피를 잡기 어렵다. 국내외 상황이 살얼음판인데도 우리 내부가 진영이 갈려 찌르고 할퀴고 있다. 다가올 위기가 너무 심각하다.

동양의 히틀러인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으로 두 나라가 군사적 무기거래를 만천하에 공개한 셈이다. 김정은과 푸틴 두 국제 왕따의 럭비공 형태의 불장난이 겁난다.

세계경제는 아직 엄동설한이다. 내년봄 이후 해빙을 기대하지만 4분기 경기전망은 암흑이다. 가계대출은 사상 최대로 늘어나고 수출과 내수 부진에 세수는 올해 59조원이나 펑크날 상황이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에서 13위로 추락해 자칫 먹고 사는 문제가 걱정될 조짐이다.

우사가 석달 안간다고 온 국민의 피가 거꾸로 쏟았던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다소 잠잠해지고 있지만 폭발적 위험성은 가시지 않고 있다. 신구 정권간에 네탓 공방이 더욱 가열돼 국민은 참담함과 무력감을 떨칠 수 없다. 나라 안팎으로 시급한 현안이 산더미인데도 정치가 정쟁에만 초점을 맞춰 파열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국민이 볼 때 우습고 겁난다.

대체휴일 확대 제조업의 무덤이다

대명절 추석을 맞아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라는 한가위를 맞는 섬유기업인들은 마음이 착잡하다. 돈 벌어서 월급 줘본일 없는 정치인이나 행정하는 사람은 내수진작이란 명분으로 대체 휴일을 마구 쏘아대 이번 추석에 6일 공식 휴일이 시행된다.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인력난과 고임금으로 처절하게 망가지고 있는 섬유 등 중소제조업은 벌레 씹은 심정이다. 당장 납기 엄수가 차질을 빚고 1.5배 휴일수당을 부담해야 되는 것이다.

설상가상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국제유가 급등에 전기료 추가 인상까지 받아놓은 밥상이다. 신임 한전사장 취임 일성이 전기료 현실화다. 전기료는 원자재·임금과 함께 제조업의 3대 요소다. 이미 오를대로 오른 임금과 전기료로 경쟁력 잃어 기업의 해외탈출을 재촉하는 상황에서 기름을 붓는 격이다. 제조업에는 자구가 아니라 자해에 가깝다.

말을 바꿔 지난 19일 국제섬유신문 창간 30주년과 병행해 섬유·패션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삼우당(삼우당) 대한민국 섬유·패션 大賞’ 시상식이 어느때보다 성대하게 열렸다. 최병오 섬산련 회장을 비롯한 섬유패션 단체장과 지도자, 내빈 및 축하객 등 300명의 참석자들에게 다시 한번 정중히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이날 영예의 수상자들은 섬유패션산업 발전에 큰 공로를 세운 한국의 대표적인 섬유패션 간판기업인과 최고경영자, 패션디자인계 거물 11명이 상패와 함께 ‘삼우당’ 엠블럼이 새겨진 영예의 순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삼우당 문익점 선생은 661년전인 고려말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 돌아오는 길에 목숨을 걸고 목화씨를 들여와 재배과정에서 신산고초를 거쳐 헐벗은 백성에게 옷을 입힌 민족 최고의 충신이고 은인이다. 바로 삼우당 문익점 선생은 한국 섬유산업의 효시인 것이다.

평생을 나라와 임금, 백성 3가지 근심으로 살아온 충신 삼우당 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자손만대 섬유패션인들의 책무이고 의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본지가 한국 섬유패션산업의 명운을 좌우할 막중한 책임과 지속적인 창달을 선도한다는 창간 이념에 따라 30년전 민간부문 최고 명성과 권위의 상징인 삼우당 대한민국 섬유·패션 大賞을 제정한 것이다.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불구 30년간 꾸준히 삼우당 엠블럼이 새겨진 순도 99.99%의 순금메달을 상패와 함께 수여하는 것은 그만큼 상의 권위와 명예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최병오 섬산련 회장이 이날 시상식 축사에서 밝히듯 “15년전 사업이 어려울 때 ‘삼우당 대한민국 섬유·패션 大賞’을 수상하고부터 사업이 순조롭게 잘 풀렸다”고 공개할 정도다. 섬유패션 기업인이나 관련 인사들은 “평생 ‘삼우당’賞을 한번쯤 받아 가보로 간직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권위의 상징인 것이다. 다시 한번 수상자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축하와 경의를 표한다.

이날 시상식에서 필자는 기념사를 통해 “비록 지금은 섬유산업이 벼랑끝 위기를 맞고 있지만 코로나 이후 세계 섬유패션 불황이 내년 봄 이후 해빙될 수 있는 터널끝이 보인다”고 말했다. 바로 “동트기전이 가장 어둡다”며 “내년 봄까지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신념을 갖고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자”고 강조했다. 사실 지난 반세기 섬유역사상 언제라고 어렵지 않을때가 없었다. 그렇지만 경기 호불황과 무관하게 내공이 강한 섬유패션 기업인들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재도약해온 저력이 있다. 다만 세상사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진 요술은 없다. 삽질하지 않고 물이 고이기를 바랄 수 없다. 불황일 때 투자해서 경기회복에 대응하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과감히 타파하기 위해 지금 투자와 개발, 차별화의 대변신이 필요한 것이다.

코로나 이후 많은 기업들이 조난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동화 투자와 R&D개발, 활발한 해외시장 개척 기업들은 불황을 모르고 성장했다. 그 전제는 섬유패션 각 주체의 천수답 경영을 과감히 탈피하고 쇄신과 혁신으로 스스로 대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다.

지리멸렬 공멸위기에 몰려있는 국내 섬유산업은 현재의 바닥밑 지하실에서 더 내려갈 일이 없다. 다시 일어서 점프할 준비가 지금 필요한 것이다.

필자는 이날 섬유업계에 다소 충격적이고 뼈아픈 당부를 잊지 않았다. 여의도에 있는 웅장한 잠사회관을 예증으로 “잠업은 궤멸되고 없는데 삐까번쩍한 잠사회관만 존재하는 것은 우습고 수치스런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서울 강남 노른자위 땅에 자리잡고 있는 수천억짜리 섬유센터가 섬유산업이 소멸된 이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섬유센터가 제2의 잠사회관이 되지 않도록 명심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

섬유산업 공멸위기 정부·단체 책임 크다

섬유단체의 종가이자 싱크탱크의 요람인 섬산련을 비롯 섬유단체와 연구소·업계·학계가 이같은 심각한 위험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한국의 섬유산업이 이모양 이꼴이 된데는 당사자인 기업 스스로의 책임 못지않게 정책 빈곤의 정부와 수많은 단체와 연구소의 책임 또한 면할 수 없다. 재도약이냐 궤멸이냐는 향후 2~3년이 골든타임이다.

다행히 연부역강한 신임 최병오 섬산련 회장이 무보수 봉사직임에도 거의 매일 섬산련에 출근해 재도약 전략에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어 크게 기대된다. 섬유패션산업 구원투수로서 동분서주하며 전력투구하는 최병오 회장께 경의를 표한다. 최 회장이 분골쇄신 재도약을 위한 견인역을 하지만 업계와 단체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또한 삼우당 정신의 계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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