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永一 칼럼] 내년 봄은 따뜻하다

역사는 시대의 거울이다. 과거와 현재에 이어 미래를 제시하는 나침판이다.

고려말의 거유(巨儒)로 성리학(性理學)의 거장이며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목화씨를 원나라로부터 가져와 재배와 이용에 공헌한 충선공 문익점(文益漸) 선생은 민족의 위대한 은인이다. 헐벗은 백성에게 옷을 입힌 의피생민지공(衣被生民之功)의 장본인이다.

조선시대에 비로서 농사와 산업으로 산하를 뒤덮으면서 양반과 천민 구분없이 면 의류를 착용시킨 국가와 민족의 영원한 공로자다. 분초를 다투는 변곡점의 꼭대기에서 산업의 부침은 불가피하지만 멈춤은 없다는 전제에서 삼우당(三憂堂) 선생의 숭고한 정신은 의생활 혁명과 변천사와 무관하게 영원불멸 자손만대 계승해야 한다.

국내 정상의 섬유패션지인 국제섬유신문이 30년전 섬유패션산업의 명운을 책임지는 전문지를 자임한 창간 이념이 바로 삼우당 정신의 계승이었다. 삼우당 선생의 애국애족 정신으로 섬유패션산업의 영원한 창달을 위한 나침판을 자임한 것이다.

섬유패션업계 노벨상 ‘삼우당’ 大賞

이같은 창간 정신에 따라 30년전 창간 동시 우리나라 섬유패션산업에서 민간분야 가장 권위있는 상을 제정한 것이 바로 문익점 선생의 아호인 ‘三憂堂 대한민국 섬유·패션 大賞’이다. 해마다 섬유패션산업 발전에 기여한 가장 훌륭한 독보적인 기업인과 지도자, 공직자, 고위 임원을 선정해 상패와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상의 명예와 권위에 걸맞게 삼우당 엠블럼이 새겨진 순금 메달을 상패와 함께 시상하고 있다. 섬유패션 기업인들이 평생 한번쯤 삼우당 상을 수상하고 싶은 욕망이 여기에 있다. 단순계산으로 금값은 수백만원이지만 삼우당 엠블럼이 새겨진 이 메달의 가치는 수억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명예와 권위의 상징이다.

올해도 독보적인 섬유패션 기업인과 지도자, 연구원장, 기업의 대들보 등이 영예를 안게 됐다. 진심으로 수상자 모두에게 축하와 경의를 표한다.

산업의 소재와 트렌드는 급변하지만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옷을 입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성급한 국외자들이 섬유사양론을 퍼뜨렸지만 국가와 생산·소비 주체만 다를뿐 산업 자체는 영구불멸의 첨단문화산업이다. 지금 이 순간도 세계 섬유패션 시장규모는 반도체의 6배에 달한 광활한 영역이다.

고급·고가화·패션화 추세는 넥타이 하나를 예증으로 무게 기준 금보다 비싸다. 세계 선진국은 절대로 섬유패션산업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 육성하고 있다. 프랑스는 패션산업이 직간접으로 국내 총생산에서 20%를 기여하고 있다. GDP의 3%를 점유해 자동차·항공산업보다 비중이 크다.

며칠전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한 패션쇼 행사에서 사회자가 “대구는 영원한 섬유패션 도시”라고 소개하자 홍준표 시장이 즉각 “그것은 70년대 발상이고 지금 대구는 5대 첨단산업 도시”라고 일갈해 지역 섬유업계가 충격과 함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그가 지난 11일부터 21일까지 예정됐던 밀라노, 프랑크푸르트, 파리 출장계획이 취소된후 섬유 폄훼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선무당 사람잡고 반풍수 집안 망친다”고 산업의 진면목을 모르는 정치인들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산업의 생과 사가 걸려있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밀라노 출장 취소가 무엇때문인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인선을 둘러싼 잡음으로 주무과장이 인사조치된 후 몽니를 부리는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한마디 덧붙이면 홍 시장은 정치인이다. 정치인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표를 갖고 있는 유권자다. 대구에서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섬유패션업계의 염장을 지르는 폄훼 발언은 삼가했으면 싶다. 더불어 밀라노 방문 목적이었던 지역 섬유패션산업 재건계획을 하루빨리 마련해주길 바란다.

말을 바꿔 최근 몇 년간 세계경제는 2차 대전 이후 한세기 반만에 가장 심각한 세기적 위기다. 섬유패션뿐 아니라 모든 산업이 대거 아작났다. 오히려 섬유패션은 내공이 강해 위기대응능력이 강했다. 지난 반세기 언제라고 어렵지 않을때가 있었는가 묻고 싶다. 어느 산업보다 진취적이며 위기에 강한 특성이 섬유패션산업이다.

코로나 팬데믹때보다 더 어려웠던 지난해에도 영원무역과 세아상역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삼우당 최우수 특별공로상 수상기업인 ㈜유풍은 지난해 매출이 5149억원, 영업이익 1213억원으로 전년보다 매출은 60%, 영업이익은 무려 142%나 증가했다. 부산의 신발원단 전문업체 동진섬유는 한해 매출 2000억원에 영업이익 600억원 이상으로 삼성전자보다 이익률이 높다. 이 신발원단 업체를 사모펀드가 욕심을 내 7800원에 인수해 대박을 노리고 있다.

대구 화섬직물업계가 한계 상황을 호소하며 시난고난 앓고 있지만 SK텍스는 여성 경영인이 발로 뛰며 해외시장을 개척해 올 상반기 오더수주가 23년 창업 역사상 가장 높은 실적을 올렸다. “죽네 죽네”하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어려울 때일수록 남보다 땀을 흘리며 차별화로 승부를 걸면 길은 얼마든지 있다.

솔직히 코로나 이후 지금까지 섬유수출과 내수업체 대다수가 모진 고생을 했다. 미국 경기가 엄동설한이어서 대형 의류벤더부터 원단 밀, 협력업체 모두 기진맥진 녹초가 됐다. 그러나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다. 바로 지금이 동트기 전이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여명을 준비해야

해외 시장정보 동향을 유리알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의류수출벤더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소비시장의 의류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재고 감소가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경기가 다른 변수가 없다면 내년 상반기 이후 많이 회복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내년 F/W용 오더가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간판 내리지 말고 버티자”는 말이 유행이다. 당장 금맥이 터지는 것은 아니지만 수출시장의 주력인 미국 경기가 회복되는 것은 기사회생의 호기가 될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저절로 되는 요술은 없다. 불황때 R&D 개발과 자동화 투자, 디자인 개발, 마케팅 능력 배양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차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 경영계의 신이었던 고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의 “호황은 좋다. 불황은 더 좋다”는 경영철학을 새겨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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