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 높을수록 눈덩이 적자 이상한 구조
마의 비수기 터널 갇혀 채산 포기 50% 가동률
TK케미칼·성안합섬 사업정리 불구 원사수급 안정
외국인근로자 충원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 적자 가동

중소제조업은 가동률이 곧 수익률이다. 제·편직, 염색가공, 사가공 등 직물관련 제조업 역시 가동률이 손익의 분수령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같은 공식이 깨졌다. 대구 섬유산지에서 가동률이 높다는 것은 적자규모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역비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편직, 염색, 준비공정의 가동률이 높을수록 줄잡아 월 수천만원씩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그만큼 채산이 맞지 않는 상태에서 설비를 세울 수 없어 어거지로 가동하고 있지만 설비를 돌릴수록 재고는 쌓이고 적자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대구 산지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급속 냉각되고 있는 대구 화섬직물 업계의 최근 가동률은 평균 50% 내외에 머물고 있다.

채산이 맞지 않아 설비를 세우고 싶지만 외국인근로자를 비롯한 근로자를 한번 내보내면 다시 충원하기가 쉽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마의 여름철 비수기를 맞아 터키시장 등에 잘나가던 잠재권축사와 80-36풀달을 연사한 180-60의 연사물까지 시장이 얼어붙었다.

경기가 모질게 냉각되면서 화섬사 수요도 급격히 줄었다. TK케미칼과 성안합섬의 사업정리와 법정관리로 원사수급 대란이 우려됐지만 지금은 화섬사 부족으로 인한 파동은 자취를 감췄다.

중국산 수입사가 널부러져 오히려 6월 이후 가격이 10% 정도 내렸다. 덩달아 국내 메이커 실값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섬유경기 불황은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시장의 장기 침체뿐 아니라 중국 내수시장도 얼어붙어 중국 섬유업계도 재고체화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전세계 섬유수요가 급감하면서 구조적으로 허약한 한국 화섬직물 산업이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

대구산지 화섬직물 관련 제조업체의 50%는 간판내리고 문닫을 시점을 점검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죽네 죽네’ 하면서도 지금까지는 “내년에는 나아지겠지”하며 버티어 왔지만 지금은 그런 희망마저 사라졌다.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내년 상반기까지 나아질 가능성을 믿는 섬유기업인은 없다.

지금같은 고통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갈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내년 이후까지 고통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햇볕날 때 빌려준 우산을 비올 때 강탈해가는 금융기관의 횡포도 예외가 아니다. 섬유패션산업은 어떤 첨단산업보다 유망한 생활문화산업임을 인정하는 금융기관은 없다.

반도체·배터리·조선·통신에는 뭉칫돈을 지원해도 섬유패션업계는 은행이 대출을 잠근지 오래다. 담보가 충분해도 감정가의 30%밖에 대출이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대출금리 또한 불리한 조건이다.

섬유산업 제조업 전반이 인력난·고임금·고에너지값에 발목이 잡혀있어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500년만의 물폭탄을 맞아 산하가 초토화되는 장마가 끝나고 가마솥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사이 요즘 섬유제조업의 헉헉대는 신음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대구산지와 경기산지, 부산산지의 공멸을 향한 곡소리가 더욱 강하게 울려퍼지고 있어 이를 타개할 특단의 비상대책에 모든 지혜를 총동원해야 한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