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 끝까지 고수하던 태광산업도 ‘백기’
70년 역사 모태사업 눈덩이 적자 감당 한계
89년말 전성기 380만추 국내 면방 겨우 30만추 남아
섬유산업 다운스트림 시작, 업스트림 붕괴, 미들로 전이

‘나가야 산다’는 면방업계의 엑소더스에도 불구, 고집스럽게 국내 생산을 고수해온 태광산업이 결국 면방사업을 접는 마지막 결단을 내렸다.

준 재벌기업이자 재무구조가 가장 탄탄한 섬유전문회사인 태광마저 그룹 모태산업인 면방을 포기한 것은 “보수적인 전통산업 제조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뒤늦은 판단을 내리고 의류용 소재 산업에서 산업용 소재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1950년 섬유사업을 시작해 면방을 필두로 아크릴·화섬·석유화학·스판덱스 사업을 통해 승승장구하며 흥국생명 등 금융분야까지 진출해 탄탄한 내실을 다져온 태광은 오는 8월말로 면방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태광의 면방설비는 부산에 총 18만추 규모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 면방사중 가장 큰 규모다.

10년 불황 끝에 찾아온 2021년부터 2년 가까이 지속돼온 호황을 만끽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불황에 빠진 면방 경기에 따라 부산공장의 18만추를 절반 가까이 세워둔채 눈덩이 적자에 고심하다 사업 포기라는 대결단을 내렸다.

태광은 대신 ‘섬유사업본부’를 ‘첨단사업본부’로 개편하고 아라미드 등 슈퍼섬유와 석유화학분야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여진다.

계열 대한화섬은 TK케미칼과 성안합섬의 화섬사 사업포기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어 원사 파동에 시달리는 국내 미들스트림에 구원투수가 되고 있어 이 부문은 변함없이 지속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태광의 모태산업 면방을 포기하게 만든 근본 원인은 국제 원면값 강세에 비해 면사값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채 끝없는 가격추락으로 코마사 고리당 200달러 이상씩 적자 구조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국내 면방 추수는 89년~92년 전성기때 380만추에 달했으나 태광마저 포기하면 겨우 30만추 규모에 불과하며 이마저 실제 생산은 20만추 남짓에 지나지 않는 초라한 모습으로 추락하게 됐다.

한국내 손꼽히는 섬유재벌 태광산업이 그룹의 모태산업이자 국내 최대 면방사업을 포기한 것은 급속히 붕괴되고 있는 국내 제조업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한 제2·제3의 사태가 끊임없이 전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태광은 전성기때 한일합섬과 쌍두체제를 유지하며 아크릴 섬유로 초고속 성장을 했고 석유화학과 금융 산업으로 영역을 확대해 승승장구 했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스판덱스를 국내 최초로 진출해 호황을 만끽했으나 현상에 안주하다 효성에 덜미를 잡혔다.

전세계적인 수요 폭발로 스판덱스가 섬유소재로 각광을 받을 때 태광은 현상에 안주했고 그사이 글로벌 시장 전망을 꿰뚫은 효성의 과감한 신규진출과 대단위 신·증설로 세계 1위 듀폰을 앞서는 사이 태광은 국내 생산마저 포기하고 중국 공장에서 연산 2만5000톤 규모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아까운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아무튼 국내 면방업체가 앞다투어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사이 태광이 아예 면방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린 것은 국내 제조업 환경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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