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눈덩이 적자에 버틸 장사 없다”
성안합섬도 연간 80억 적자, 중국 저가공세에 백기
PEF 필라멘트 일반사는 中에 계란으로 바위치기
대구· 경기 화섬· 니트직물 화섬사 수급불안 원인제공 불가피

‘10년 적자에 장사 없다’. 국내 화섬메이커의 참담한 경영 실적이다.

화섬사 수급 불안의 원인 제공자로 몰린 SM티케이케미칼과 성안합섬을 두고 대구 화섬직물 산지와 경기 니트직물 산지가 “자기만 살겠다고 폴리에스테르 사업을 포기한 처사”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불가항력적 생존 전략이란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지난 2월말로 폴리에스테르사 사업을 접은 SM티케이케미칼과 3월말로 사업을 접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성안합섬 양사에 대해 화섬직물과 니트직물업계에 화섬사 수급 불안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집단 성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 TK케미칼과 성안합섬 양사의 사업포기 또는 법정관리 신청은 대구와 경기북부 직물산업에 직격탄을 안겨 수급불안은 물론 원산지 문제까지 겹쳐 직물 산지를 생사기로의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TK케미칼과 성안합섬 양사의 경영실적을 정밀 분석해보면 이들 화섬메이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도달한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TK케미칼의 경우 지난 10년동안 폴리에스테르 필라멘트 부문에서 연속 적자를 기록해 누적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TK케미칼은 지난 10년동안 폴리에스테르 필라멘트 부문에서 누적 적자가 1100억원에 달했으며 그중 지난 3년간 적자규모가 600억원에 달해 이 사업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TK케미칼은 이같은 눈덩이 적자를 스판덱스 사업부와 폴리에스테르 칩 사업부의 흑자가 부분적으로 보전시켰으며 최근 수년간은 그룹 모기업인 건설부문 아파트 분양사업권을 맡아 적자를 메꾸어 왔다.

그럼에도 건설 경기마저 시들해지면서 “더 이상 눈덩이 적자 사업부인 폴리에스테르 필라멘트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고 있다.

성안합섬도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가 79억원에 달하는 등 최근 수년간 적자 수렁에서 허우적 거린데다 경리부장의 200억원 먹튀사건까지 터져 더 이상 정상경영이 어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국내 화섬메이커들은 중국의 규모경쟁의 저가투매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으며 남은 화섬메이커들도 폴리에스테르 필라멘트 부문에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특수사를 제외한 폴리에스테르 필라멘트 일반사 부문에서는 국내 화섬기업이 자력으로 존립이 어려울 정도로 막다른 길에 몰리고 있어 이 부문은 앞으로도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TK케미칼이 화섬산업이 물 좋을 때 “단물만 빼먹고 화섬산업의 대표격인 필라멘트 부문을 헌신짝처럼 버렸다”고 비난한 것은 수요업계의 지나친 공격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7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성안합섬은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하반기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재가동 시기도 당초 7월보다 훨씬 지연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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