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부러진 국내 천연소재 ‘칡 섬유’ 산업화 급물살
칡 덩굴 뿌리 추출 자동화 분섬· 복합 방적사 양산 준비
천연 항균· 소취· 흡한속건· 냉감 소재 원료 100% 국내 조달
산림청 넝쿨 제거에 연 1천억 지원, 일본은 분섬기술 선두 완제품 생산

김 해 곤(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 이시장)

전: 충남방적(주) 부사장, 기술연구소장

전: 청운대학교 교수

전: KISTI 전문연구위원

 

시골길을 가다 보면 주변 산야를 점령하고 있는 칡덩굴을 쉽게 만나게 된다. 심지어 덩굴이 전봇대와 보기좋은 소나무를 휘감아 오르고 고사시키려고 하고 있고, 차로를 침범한 경우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엄청난 자생력을 가진 칡 덩굴이 광활한 지역을 거침 없이 무단 점령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현상을 보는 시선은 반대되는 두개의 관점이 있는듯 하다. 하나는 칡 덩굴을 유용한 자원의 가능성으로 보는 측면과 다른 하나는 산림을 파괴시키는 제거 대상으로 바라보는 측면이다. 현재 정부의 시선은 칡을 자원가치 측면 보다는 제거 대상에 초점이 있는 듯 하다. 실제로 정부는 매년 1,000억 원 이상을 칡 및 덩굴을 제거하는데 투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이나 제거 면적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산림청 자료).

칡을 자원 관점에서 보면 이미 전통적으로 이용해온 갈근탕, 칡면, 사료(조사료), 퇴비 등 바이오 특성을 활용하는 사례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은 대부분 사업 확장성이 낮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를 보이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칡을 유망한 섬유소재 자원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사례가 주목을 끌고 있다. 그 배경은 두 가지다. 칡의 섬유특성이 친환경 및 쾌적성 천연소재라는 점과, 칡은 우리 산야에 무진장 널려 있는 천연자원이라는 점이다. 만일 칡 섬유기술이 확보되면 홈텍스타일 뿐만 아니라 공예분야, 한지와 포장지 등의 제지분야, 친환경 한류 어패럴 분야 등 칡 섬유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다양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칡 섬유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칡이 갖는 섬유특성에 주목한 관계 전문가들이 칡 덩굴 및 칡뿌리로부터 섬유를 추출하는 방법과 칡 소재로부터 섬유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은 단지 연구수준에 그치지 않고 홈 텍스타일 제품개발을 타깃으로 칡 섬유산업에 도전하는 산학연 프로젝트로서 2019년 산림청 R&D사업에 반영시켜 4년간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필자는 일본의 사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일본 칡 산업의 본고장인 나라현과 시스오가현을 방문했다. 칡 덩굴로부터 섬유소재를 분리 추출하는 분섬(分纖)기술을 수년의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일본은 지금 나라현과 시스오가현을 중심으로 칡 섬유를 면과 같은 천연섬유와 혼섬한 복합 방적사를 개발하고 홈텍스타일 제품을 생산 판매 중인 유일한 국가다. 결국 핵심 기술정보 입수에는 실패한 채 귀국했으나 구입한 칡 섬유소재 제품을 분석하여 분섬목표를 설정하고 혼섬개발 연구에 매진했다. 이 과정에서 화이트리퍼블릭(주), KOTITI시험연구원, 전남자원연구소, 한국실크연구원,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이 연구와 시험을 분담하여 최선을 다해 목표로 하는 결과를 도출했다.

우리 연구원들은 이 연구를 통해 다음의 중요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첫째, 분섬기술을 비롯하여 칡 덩굴 및 뿌리로부터 섬유를 추출하는 기반기술을 확보했다.

둘째, 칡 섬유를 이용한 복합 방적사를 개발하고, 이로부터 다양한 홈텍스타일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셋째, 연구개발한 기술을 기초로 칡 섬유 제조방법과 이를 이용한 방적사 제조방법 등 2건의 국내 특허를 출원 취득하여 등록하였고, 현재 중국특허를 출원 중이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연구·실험실 단위에서 칡 섬유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특정기술의 연구개발에서부터 산업화에 성공하기까지 과정을 나타내는 기술 성숙도(TRL)로 볼 때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칡 섬유기술은 실험단계가 끝나 시작품 단계에 와 있다. 앞으로 산업화를 위한 최종 과정인 실용화와 양산화 단계로 이행해야 한다. 이 단계를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다음 2가지 기술적 허들을 돌파해야 한다.

즉, 실험실 수준에서 달성한 <칡 덩굴 → 칡 섬유> 개발 성과를 양산화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 개발과 산야에서 제거되는 칡 덩굴을 섬유재료로 활용하기 위해서 이를 효과적으로 수거하고 파쇄할 수 있는 기계장치의 개발이다.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우리 고유의 칡 섬유기술을 확보하게 될 뿐만 아니라 원료인 칡 수급에서 우위를 점유하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칡 섬유산업의 경쟁력 우위를 의미한다.

이 과제는 섬유산업기술 분야에 해당된다. 연구진은 위의 과제 중 우선 칡 섬유 양산화를 위한 자동화 시스템기술(제안기술명 : 칡을 활용한 섬유소재 핵심기술 및 양산화 기술개발)을 산업통상자원부의 2023년도 소재부품 기술수요조사 과제로 제안했다. 제안기술의 범위에는 파일럿 테스트를 포함하고 있다. 이 과제가 2024년도 R&D 사업에 반영되어 우리나라의 칡 섬유산업을 향한 새로운 전기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