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합섬 살리자’ 백가쟁명 난상토론 구두선...
19일 직물조합 대책회의 위기엔 공감, 실현 대책은 없어
대구시· 경북도 각 200억 출연 업계 100억 모금안 가능성 희박
효성의 대규모 증산, 필요시 성안합섬 위탁경영 방안 급부상
이상운 회장 각별한 관심, 민은기 회장 주선 이석기 이사장 회동

 

SM티케이케미칼과 성안합섬의 사업정리로 국내 화섬직물과 니트직물 업계에 원사수급 비상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성안합섬의 재가동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성안합섬측의 법정관리 개시 결정 즉시 특수사 위주의 재가동 의지와 달리 대구 산지는 업계의 공동출연과 대구시·경상북도의 출자 또는 차입으로 성안합섬의 재가동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 역시 백가쟁명식 난상토론만 난무할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속에 대구와 경기북부 제·편직 산업을 중국산 수입사에 의존하는 것은 가까운 시일내에 산지의 공멸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TK케미칼과 성안합섬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효성이 전면에 나서 남은 화섬메이커와 자체 설비를 활용해 일반사를 대폭 증산하거나 필요한 경우 성안합섬을 위탁경영해 화섬사 수급안정을 도모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TK케미칼이 지난 2월말, 성안합섬이 3월 24일로 한달 간격으로 레귤러사 위주의 주력 폴리에스테르사 사업을 정리한 가운데 성안합섬은 4월 7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일단 법원에서 재산보전처분이 떨어져 채권채무가 동결된 상태다.

성안합섬측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7월이나 8월경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내려지면 법정관리인으로 신청한 박상원 사장이 전면에서 규모를 축소하고 수익성 있는 차별화 소재 위주로 재가동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언제 내려질지 기한이 불투명한데다 중국산과의 가격차로 레귤러사 생산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이같은 충격적인 사태는 결국 공칭 일산 1만2000톤 규모의 TK케미칼과 일산 8000톤 규모의 성안합섬 등 양사 폴리에스테르사 생산능력 2만톤이 중단되면서 이미 국내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산의 시장지배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구산지와 경기북부산지 폴리에스테르사 수급비상속에 원산지 문제까지 발등의 불이 떨어져 가뜩이나 시난고난 기력을 상실하고 있는 국내 화섬 직·편물 산업이 급속히 붕괴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같이 절체절명의 위기가 확산되자 대구 출신 홍석준 의원(국민의힘)이 대경직물조합(이사장 이석기)에 의뢰해 긴급대책회의를 갖자고 제안, 지난 19일 섬유회관 3층 스페이스 오즈에서 업계 대표와 대구시·경상북도 주무과장(대구시는 팀장 참석), 부산시 주무과장, 다이텍연구원 이사장, 개발원 원장, 관련 단체장 등 18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급정상화 긴급대책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미 사업을 정리한 TK케미칼과 법정관리를 신청중인 성안합섬측 인사는 불참한데다 이들 양사의 사업정리를 번복시키거나 조정할 권한과 능력이 없는 참석자들의 백가쟁명식 난상토론은 결론도, 실현성도 없는 메아리 없는 목소리로 끝나고 말았다.

물론 대구 직물업계 중진인사중에는 자신이 “50억원을 출자할 용의가 있다”고 전제, 지역 섬유업계가 500억원 규모의 모금을 통해 공동경영으로 성안합섬을 재가동하자는 안과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각 200억씩 400억원을 지원하고 대구 직물업계가 100억을 출자해 산업은행측과 협의를 거쳐 성안합섬을 재가동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그러나 1500억원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업계의 요구대로 출자전환을 하는 것이 현실성이 없고 업계의 공동출자로 운전자금을 확보해 가동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 아니라 가동을 한다 해도 중국산과 경쟁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산넘어 산의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다만 이날 참석자들은 성안합섬의 재가동을 업계가 공동참여하면서 모색하기 위한 TF팀을 만들자는데 까지는 합의하고 1시간 반만에 폐회했다.

그러나 대구와 경기북부 산지가 중국산 수입사 지배권에 들어간데 따른 수급불안과 필연적인 가격급등, 발등의 불인 원산지 문제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해결방안은 남아있는 화섬메이커의 역할이라는 대전제에서 최대 메이커인 효성의 역할이 가장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대구직물조합 대책회의가 끝난후 섬산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민은기 섬유수출입협회 회장이 주선해 이 문제에 심각한 우려와 대안을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는 이상운 섬산련 회장에게 효성이 이같은 절체절명의 상황을 수습하는데 구원투수 역할을 해줄 것을 긴급 요청했다.

민 회장은 이상운 회장이 동석한 자리에서 이석기 대경직물조합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구 자체에서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은 역부족이니 빠른 시일내에 현황과 대책방안 의견을 갖고 상경해 직접 이상운 회장을 면담해 수습방안을 요청”하도록 당부했다.

이는 국내 최대 화섬메이커인 효성의 이상운 부회장이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의 중책을 맡고 있어 효성의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거나 필요시 단독 또는 메이커가 공조해 성안합섬을 위탁경영해 수급안정과 가격안정, 원산지 문제를 다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석기 이사장이 빠른 시일내에 이상운 회장을 면담해 원사 수급불안으로 파국의 위험이 다가오는 산지의 고통을 효성이 앞장서 수습방안을 마련해 줄것을 건의할 것으로 보여진다.

섬산련 회장인 이상운 회장이 이미 이 문제를 심도있게 검토,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효성의 용단에 기대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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