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프로젝트, 섬유 첨단화를 위한 ‘천재일우의 호기’였다”

어패럴 밸리 조성됐으면 봉제· 패션· 소재 삼각편대 성공 역사 썼을터
총 6800억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 시장 그만두니 물거품 너무 아쉬워
밀라노처럼 세계적인 섬유패션도시 위한 미래 청사진 필연적인 논리
업계· 학계· 언론계 훈수꾼들 농간, 결과도 보지 않고 중단 참담한 심정
업계 중진· 학계· 언론계· 시 정책 실패, 결과도 보지 않고 무차별 비판 한심
밀라노 프로젝트가 섬유개발원· 다이텍연구원· 패션센터 등 인프라 구축 공신
대구 섬유업계 홍준표 시장 자주 만나 섬유패션산업 진면모 설득해야
대구 섬유업계 변화 둔감 현상 안주 위기 자초, 세대교체 혁신해야

 

문희갑 전 대구시장(85)은 국민들 사이에 인기 많은 전직 고위 경제관료이자 원로 정치인이다. 초대 및 제2대 대구시장을 역임한 그는 탁월한 행정가이자 정치인으로서 해박한 지식과 담대한 전략, 거침없는 설득력의 대가로 국민들 사이에 각인돼 있다.

특히 대구시장 재임시 대구를 밀라노처럼 세계 패션도시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밀라노 프로젝트’를 추진한 장본인이다.

밀라노 프로젝트에 대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엇갈리지만 당시 위기에 처한 대구 섬유산업을 중흥시키기 위한 밀라노 프로젝트는 필연적인 논리이자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밀라노 프로젝트가 당시 문 시장의 담대한 구상대로 실현됐다면 지금의 대구경북 섬유산업 판도가 달라졌을 거라는 아쉬움을 지적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85세의 고령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강연과 사회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문 전 시장을 본지 조영일 발행인이 창간 30주년 특별 초대석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섬유패션산업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문 전 시장으로부터 밀라노 프로젝트가 당시 왜 필요했고 추진돼야 했는지에 대한 당위성 및 대구 섬유산업이 어디로 가야한다는 고견을 듣는 값진 기회를 마련했다.

- 시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근황이 궁금합니다. 건강도 좋아 보이십니다.

“2002년 공직을 그만둔 후 (사)푸른대구가꾸기시민모임을 만들어 대구시민을 위한 나무 심기, 나무가꾸기, 숲가꾸기, 시민들에 대한 나무 교육 등을 하면서 소일하고 있습니다.”

- 대구 섬유업계 중진들과 가끔 교류가 있으신 것으로 압니다. 대구 섬유업계 상황을 대충 듣고 계신지요.

“대구 섬유업계의 상황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업계 중진들과는 가끔 뵙기는 합니다만 섬유 발전과 미래에 대한 생산적인 대화는 잘 못하고 있습니다. 중진들 보다는 섬유업계에 젊은이들과 의욕이 있는 분들을 만나고 싶으나 기회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중진들은 앞으로의 섬유 첨단 분야는 별 관심이 없고 현상유지에만 급급하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세계의 섬유발전 트렌드를 이해할 줄 아는 젊은이들과 대화를 하고 싶으나 내가 나이가 많다보니 만나는 기회를 못 만들고 있습니다.”

- 저희 국제섬유신문뿐 아니라 지역 언론들이 요즘 부쩍 ‘대구 섬유 비상사태’를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대들보인 화섬산업이 무너지면서 파편이 대구 직물업계로 급속히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지역 언론들이나 학계의 관심있는 분들도 대구 섬유산업에 대해서 올바른 이해와 미래의 첨단 섬유산업에 대한 이해의 부족 때문에 막연히 걱정만 하고 있습니다.”

- 본론으로 들어가 시장님은 밀라노 프로젝트의 창시자이십니다. 긍정과 부정론이 양분됩니다만 처음 발상하신 동기가 있었을 텐데요.

“밀라노 프로젝트는 대구 섬유산업의 첨단화를 위한 미래의 청사진입니다. 중앙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섬유산업의 첨단 국가들(예: 이태리 밀라노)과 충분히 협조할 수 있는 것을 마련해 주었으나 대구 섬유업계가 받아들이지 못했고 지역의 언론과 학계는 밀라노 프로젝트의 참뜻과 그 발전 방향에 대한 이해보다는 결과도 보지 않고 비판만 하고 실패했다고 가정만 하고 올바른 발전 방향이나 좋은 대안을 내지도 못한 그런 상황이였습니다. 그래서 밀라노 프로젝트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인 대구시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였으나 만족할 결과는 만들지 못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밀라노 프로젝트 추진 때문에 오늘날의 직물과 염색이 이 정도 수준까지 될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밀라노 프로젝트를 업계와 지방의 언론 학계의 협조가 있었고 본인이 시장을 한 번 더 했더라면 밀라노 프로젝트는 성공하였을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평가하면은 60%~70%는 성공한 것입니다.”

- 시장님 재임시에도 대구 섬유산업에 해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섬유와 패션의 접목 없이는 대구 섬유산업 미래가 없다는 점에서 밀라노 프로젝트는 시의적절한 담대한 구상이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섬유의 첨단화와 고기능성 직물을 생산하여 세계적인 브랜드를 개발하려고 섬유개발연구원과 다이텍연구원과 패션센터 같은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였으나 업계와 지역의 관심있는 분들이 활용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아쉽고 안타까워요.”

- 김대중 정부때 시작한 밀라노 프로젝트에 대해 항간에서는 호남 정권의 영남지역 선무정책이란 혹평도 있었습니다만 소재와 패션의 병행은 필연적인 논리 아니겠습니까.

“김대중 정부의 순수한 섬유산업 지원정책을 정치적으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대구사람들의 수치고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며 그것이 절대 다수 대구시민의 뜻은 아닙니다.”

- 1단계 밀라노 프로젝트는 국비 3760억원과 지방비 515억원, 민자 2615억원 등 총 6800억원이 투입된 단군 이래 대구의 최대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덕에 대구 섬유개발연구원과 다이텍연구원, 패션센터 같은 대규모 인프라가 구축됐습니다. 1단계 거창한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핵심인 어패럴 밸 리가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패럴 밸리가 착수도 못하고 중단된 원인이 무엇이었습니까.

“앞에서 이야기 한대로 밀라노 프로젝트 때문에 대구의 섬유산업의 인프라가 구축되었습니다. 불행하게도 본인이 시장역을 떠남으로 해서 미래 섬유산업의 핵심인 어패럴 밸리 사업이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본인이 시장직을 계속 했더라면 봉제산업과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어패럴 밸리가 성공적으로 추진되었을 것입니다.”

- 어패럴 밸리는 대구의 인구상황과 임금구조 등을 감안할 때 처음부터 무리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감사원이 제동을 걸었고 KDI 같은 곳도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어패럴 밸리는 대구 인구상황과 임금구조 등과는 관계가 없고 우리보다도 여건이 훨씬나빴던 스페인의 자라 같은 브랜드도 세계 최고의 브랜드산업으로 성공하였습니다. 감사원이 제동을 걸고 KDI같은 곳에서 반대하였다는데 본인이 시장 재직중에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감사원과 KDI가 어떤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대구시와 섬유업계와 대구 언론과 대구 학계가 힘을 합쳐 추진하였다면 어패럴 밸리는 성공하였다고 생각합니다.”

- 대구 섬유산업이 오늘과 같은 참담한 상황에 몰린 것은 무엇보다 업계의 천수답 경영의 안일과 정책당국의 중장기 전략 부재가 맞물렸다고 봅니다. 시장님 견해는.

“대구 섬유산업의 오늘날과 같은 상황은 전적으로 섬유업계와 대구 언론계 교육계 그리고 시 정책당국의 책임입니다.”

- 늦었지만 대구 섬유패션산업을 어떻게 전환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대구 섬유산업의 직물분야 원단은 상당한 수준에 있으며 조금만 더 경쟁력있는 최고의 기능성 원단을 개발하고 그 원단을 고부가가치화 하는 봉제산업과 브랜드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대구 패션산업도 발전하게 될 것이다.”

- 2020년 세계 섬유패션시장은 1조 달러에 달했습니다. 2026년에는 2조 달러로 커진다는 전망입니다. 반도체 세계시장이 4000억 달러였으니까 2배 이상 큰 시장입니다. 다만 고급품은 선진국에, 중저가는 후발 경쟁국에 뺏겼습니다. 무한한 시장 잠재력에 따라 업계의 자구노력뿐 아니라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적극적인 육성발전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스페인의 자라와 일본의 유니클로는 세계의 10대안에 들어가는 대규모 기업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그와 같은 봉제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스페인의 자라나 일본의 유니클로나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버버리, 루비통, 에르메스, 제냐 등) 그런 제품도 패션과 디자인을 해서 실제 생산은 대부분 방글라데시,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서 생산합니다.”

- 여담입니다만 시장님은 현 홍준표 대구시장님을 적극 후원하신걸로 압니다. 홍 시장이 섬유산업의 방대한 시장 잠재력을 잘 모르고 섬유사양론을 얘기합니다. 홍 시장에게 좋은 충고를 부탁 드립니다.

“현 대구시장을 설득시키는 문제는 대구의 업계와 언론계, 학계가 총력을 다해야 할 문제입니다. 대구 섬유업계는 젊은 층이 주축이 되어 사생결단하여 대구 시장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합니다.”

- 시장님은 현직에 계실때부터 섬유패션산업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표시하셨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주시고 채찍 해주십시오.

“물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만 업계 스스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구섬유산업의 운명이 결정될 것입니다.”

- 기타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면 이 기회에 말씀하시죠.

“대구 섬유업계는 세대교체가 필수적입니다. 세계 섬유산업의 트렌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세계적인 브랜드 업계와 자유스러운 의사소통이 가능한 세대가 섬유산업을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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