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뜬금없이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기사가 언론에 도배질하고 있다. 한국기업 소유의 개성공단 공장을 북한이 무단으로 돌리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이면 분명 국제적인 파렴치 강도행위다. 핵과 미사일로 한국과 동맹국들을 겁박하면서 남측 기업의 소중한 재산을 털도 안뽑고 삼키겠다는 발상이다. 오죽하면 통일부 장관이 이같은 강도짓을 엄중히 경고하고 중단할 것을 촉구하겠는가. 심지어 개성공단 사진을 중국에 보내 투자를 유치하려는 무서운 계략을 꾸미고 있다고 해서 개성공단 기업과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정작 개성공단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강도짓 행각에 대해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에 의해 폐쇄된 개성공단은 벌써 7년이 됐다. 125개 기업중 절반 이상이 파산 상태인 절박한 상황에서 입주기업들은 재가동을 학수고대하지만 그때까지 공장을 누군가 가동해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 절반은 파산했다

이유는 공장의 기계는 가동하지 않으면 녹슬어 쓸모없는 고철이 되기 때문이다. 설비가 부식되지 않게 가동을 유지한 후 언젠가 정상 재가동때 돌려받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전재산을 투자한 개성공단에 미련과 애착이 강하다는 것이다. 사실 개성공단은 북한을 도와주기 위해 간 곳이 아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기업의 생명력이 간당간당해 살기 위해 간 곳이다. 아직도 개성공단을 북한 퍼주기로 왜곡날조하는 시각은 위험스런 오류다. 남측 기업과 경제를 위해 할수만 있다면 개성공단 재가동은 빠를수록 좋다. 물론 날이면 날마다 핵과 미사일로 협박하는 북한 김정은 집단과 대화가 쉽지 않겠지만... .

말을 바꿔 본지가 지난 4월 3일자 신문에 ‘12월 결산 섬유패션 상장사’의 2022년 경영실적을 분석 보도한데 이어 이번호에 비상장 섬유패션기업 177개사를 대상으로 정밀 분석한 2022년 경영실적 특집을 내놓았다. 방대하고 어려운 작업을 마다않고 밤을 세워 분석한 자료는 초일류 섬유패션 전문지의 책임과 소명의식에 의해 면밀히 조사분석한 것이다.

언제나 그러하듯 코로나 끝자락에서 양지와 음지가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업종에 따라 기업에 따라 명암이 뚜렷이 구별됐다. 국내와 글로벌 시장상황이 녹록치 못한 지난해 기업의 경영실적표는 천양지차를 드러냈다.

지난해는 가장 큰 미국시장을 비롯 글로벌 경기가 발작을 일으켰고 국내적으로도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 섬유패션뿐 아니라 그 좋던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분야까지 추락하는 상황에서 우등생 경영으로 우뚝 선 섬유패션기업의 퀀텀점프는 부러움과 함께 업계의 좌표를 제시했다. 영업이익이 폭풍성장한 대표기업을 소개해 본다.

지난 3일 상장사 경영실적에서도 나타났지만 지난해 미국 소매경기는 사실상 최악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영원무역 지주회사인 영원무역홀딩스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상장사 영원무역과는 달리 심한 오더 기근으로 베트남과 중남미 소싱공장 가동을 대폭 축소했던 세아상역과 한솔섬유 등 대형 의류벤더들은 놀랍게도 끄떡없이 안정성장을 유지했다.

글로벌 벤더의 1위인 세아상역은 작년에 매출은 전년보다 16.2%, 영업이익은 28%가 늘어난 우등생 경영을 했다. 한솔섬유도 어려웠던 지난해 매출은 14% 늘어난 대신 영업이익은 무려 63%나 신장했다. 오더가 없어 대규모 해외공장 가동을 단축하고 협력 외주업체를 대거 잘라낸 우는 소리가 정작 엄살이었음을 드러낸 셈이다. 코로나 충격의 파장이 채 걷히지 않은 악조건 속에 아주 값진 실적을 보여 글로벌 대형 벤더의 저력을 웅변으로 말해줬다.

전체 비상장 섬유패션기업 177개사중 세아·한솔에 이어 영업이익 랭킹 3위인 케이투코리아는 아웃도어와 등산화 등 신발 분야에서 디자인과 품질경쟁이 적중했다. 내수 위축 시황에서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2% 증가한 견조한 신장을 이뤄냈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비상장 기업중 영업이익 랭킹 4위를 달성한 세계 모자왕 ㈜유풍의 고도성장 지속이다. 유풍은 알려진대로 연간 모자 생산량이 1000만타 1억2000만 피스 규모로 세계 2위에서 4위까지 합친 규모보다 더 큰 난공불락이다. 매출은 전년보다 60%가 증가한데 이어 영업이익은 무려 156%가 폭증한 것이다. 아웃도어 분야에서 영원무역이 있다면 모자 부문에서 유풍이 세계 1등 기업임을 확인해줬다.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회사는 부산의 신발용 원단 전문 섬유업체인 동진섬유다. 어려웠던 작년에 매출은 전년보다 26% 영업이익은 44%가 증가했다. 이 회사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28%를 상회해 반도체 이익을 웃돈다. 2년전 창업주가 회사를 7800억원을 받고 펀드회사에 넘겨 상장을 앞두고 있지만 인수한 펀드회사는 첫해에 7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자 환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물원단업체들이 대부분 고전했던 지난해에도 끄떡없이 고도성장을 유지한 회사도 있다. 영텍스 계열 신한산업은 차별화 아웃도어 전문회사로 작년 영업이익이 94억3284만원으로 전년 수준을 거의 유지했다. 대구의 원창머티리얼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47%, 영업이익은 149%가 급증한 60억9259만원에 달했다.

‘호황은 좋다. 불황은 더 좋다’ 경영철학

내수 패션기업들도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안정성장을 만끽한 브랜드가 많았다. 이들 외에도 불황을 극복하며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킨 기업이 의외로 상당히 많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상장 비상장 가리지 않고 고도성장한 기업은 하나같이 품질과 신용을 전제로 차별화 전략에 올인한 것이다. 그 바탕에서 삽질하지 않고 물이 고이기를 바랄 수 없듯 최신 설비투자를 통해 품질과 생산성에서 비교우위를 누렸다. 동시에 연구개발과 사람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시 했다는 사실이다.

이들 일취월장한 선도기업의 사례는 극한상황에 몰린 우리 섬유업계가 어디로 가야 한다는 대전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알게 모르게 전개하는 경영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자주 인용하지만 일본 경영계의 신 마쓰시다전기 창업주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의 경영철학인 “호황은 좋다. 불황은 더 좋다”며 불황때 호황을 대비해 과감히 투자하라는 경영철학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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