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모도원(日暮途遠), 그야말로 해는 지고 갈길은 멀다. 전개되는 상황이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는 답답하고 분통 터지는 열패감뿐이다. 글로벌 경기가 금융과 실물 모두 발작을 일으키는 엄혹한 상황에서 우리 내부는 여전히 이조시대 당파싸움으로 날밤을 세운다.

동양의 히틀러인 북한 김정은은 고모부를 기관총으로 총살하고 이복형을 독살시킨 독종이자 패륜아다. 세상천지 모든 부모는 자식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그리고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 귀에 피도 안마른 어린 딸을 대량살상용 핵과 미사일 발사 현장으로 데리고 다니며 히히덕거린다. 사람 목숨을 파리목숨 취급하는 생생한 교육을 통해 어린 딸마저 피냄새를 맡고 발광하는 상어떼 인성으로 만들려고 작정하는 모습이다.

때마침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열흘 가까이 ‘용단’과 ‘굴욕’의 프레임으로 진영간 사생결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흑백의 두가지 색만 보고 각혈하며 싸우고 있다.

中 꺼차오 직물산지 봄, 한국은 엄동설한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로서는 한미동맹뿐 아니라 한일간의 군사·경제협력이 필수다. 이웃 나라간 외교 정상화는 피할수도 미룰수도 없는 당위성이다. 다만 국가간 외교는 주고 받는 것이다. 일본으로부터 사과도 못받고 위안부, 후쿠시마 수산물 허용까지 양보했다면 그거야말로 굴욕이다. 국민은 긴가민가 헷갈린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라고 확실히 밝혀야 한다.

지금은 경제·안보 복합위기다. 무엇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작년에 47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봤다. 올들어 3월말도 되기전에 작년 적자의 반을 넘어섰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와 국가 안보가 걸려있는 이 비상시기에 여야가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리는 한가한 상황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본질문제로 돌아가 최근 중국의 최대 섬유산지 소흥(紹興) 꺼차오를 다녀온 업계 중진인사가 충격적인 얘기를 들려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만에 현지법인과 꺼차오 일대 섬유직물·염색업계를 돌아본 결과, 과거 전성기를 되찾고 있더라는 것이다. 춘절 연휴가 끝나고부터 제직, 편직, 염색공장 대부분 캐퍼가 ‘풀’로 차 활기를 되찾고 섬유회사들이 중심지에 빌딩을 짓고 돈 버는 소리가 요란하더라는 것이다.

광활한 내수경기가 활성화되고 일부 수출용 공장은 캐퍼를 못잡아 납기를 못지켜 애를 먹고 있더라는 전언이다. 어느 자수공장은 ‘자라’로부터 대량의 오더를 받아 주야로 풀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목할 것은 중국의 내수시장이 활성화되면 득달같이 원사값이 뛰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한국의 화섬메이커를 냄비속 개구리로 만들어 포기하게 만든 중국 화섬메이커들이 공급량을 조절하고 가격을 올리는 징후가 뚜렷한 것이다.

중국뿐 아니다. 지난호에 소개했듯이 대만 섬유업계, 특히 화섬직물과 니트직물 업체는 활발히 돌아가고 있다. 대형 염색공장 한곳은 월 생산캐퍼 600만 야드용 염색가공 공장 건설이 한창일 정도로 안정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화섬메이커가 채산악화로 경영난을 못이겨 떡쌀 담그고 있는 것과 반대로 중국과 대만 화섬메이커와 미들스트림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 내부를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실망을 넘어 절망의 위기감을 떨칠수 없다. 대구 직물업계를 예증으로 해도 원사 수급불안에 가격은 뛰고 수입사 의존에 따른 예기치 않은 자금부담까지 늘어나 아우성이다. 국내 화섬메이커와 거래할때는 1~2개월 여신을 받았지만 수입사는 L/C 개설이나 현찰 박치기 아니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해외시장 경기는 아직도 엄동설한인채 원단 가격은 동결아닌 하락추세인 반면 엉뚱하게 염색캐퍼까지 부족해 납기를 못맞추는 특이한 현상까지 겹치고 있다. 비감량보다 감량이 더 타이트하고 이중 중동 아바야용은 생지 공급후 번호표를 받아 20일~30일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바이어와 약속한 납기를 못맞춰 오더캔슬과 클레임을 겪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해외시장은 냉골이고 바이어는 환차익 내놓으라고 채근하고 전기료·LNG값 급등에 사람없고 외국인근로자는 뱃장 부리고 은행금리는 올랐고 도저히 기업유지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듣고보면 하나도 엄살이 아닌 실상 그대로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여력 기업은 일찌감치 손을 털고, 빚잔치하고 남는 것이 없는 기업만 울며 겨자먹기로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악조건에서 버티고 있는 것은 노동하기 좋은 나라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것으로 기대하지만 돌아가는 싹수는 노랗게 변하고 있다. 외국인근로자 배정에서 도움이 될것으로 보고 금융권 대출에서도 우대정책을 기대하며 섬유산업 뿌리산업 지정을 학수고대하지만 이것도 녹록치가 않다. 지난 1월 업계의 성화에 못이겨 달랑 종이 한 장에 섬유산업 뿌리산업 지정을 위한 의원입법을 발의했으나 전혀 진전이 안되고 있다. 김용판 의원의 열정어린 발의에는 제·편직, 염색, 사가공, 봉제까지 포함돼 있으나 서둘다 보니 오히려 일만 그르치는 결과를 드러냈다. 기존 지정업종의 반대를 대비해 봉제를 제외시켜야 했고 단순 섬유가 아닌 제·편직, 염색, 준비 등으로 정확히 정리하지 못한채 불쑥 발의했다.

우선 뿌리산업이 법으로 발의돼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실질 운영은 시행령에 달려있다. 시행령은 산업부 소관이다. 그런데 산업부에서부터 거부당하고 있다. 산업부 주무과에서부터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뿌리산업지정위원회를 발족시킨 섬유산업연합회의 주소령 부회장이 이 난제를 풀기 위해 연일 발품을 팔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정치인 한두사람이 의원입법으로 발의한다고 될일이 아니다. 정치권을 앞세워 산업부 장관을 설득시키고 기존 지정업종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를 적극 설득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국방섬유 국산화를 노래 부르고 있지만 진척이 별로 없다. 6800억 규모의 군 피복류 예산중 겨우 전투복 부문의 500억 남짓만 국산 소재가 이루어졌을뿐 새해 예산에 추가 반영은 감감 무소식이다.

뿌리산업 지정· 국방섬유 되는 일이 없다

국방섬유중 전투복 부문이 국산소재화 된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업계 노력으로 된게 아니다.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 사안의 보고를 받고 노발대발하면서 “군 전략 물품을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산에 의존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호통을 치며 국방부를 닦달한 덕분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업계 못지않게 섬유화학유통노조 오영봉 위원장이 삼청동 총리공관 행사때 직접 요구해 겨우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섬유패션업계에 뿌리산업 지정과 국방섬유 국산화라도 제대로 이루어지면 기사회생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때로는 실무적으로 긴밀히 접촉해야 하지만 필요할때는 장관을 직접 설득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국방부는 보직이 수시로 바뀌는 곳이다. 장관과 직접 담판해 설득하고 채근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섬유단체장, 업계 중진들이 섬산련에만 맡기지 말고 팔소매를 걷고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쟁취하지 않으면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는 꼴이 게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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