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일 발행인
조영일 발행인

국민 지지율은 대통령 국정운영 동력의 핵심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중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돌아가는 통박을 보면 지지율 상승 요인은 별로 없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무역적자가 12개월째 바닥밑으로 추락하면서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시아의 히틀러 북한 김정은 집단은 시도때도 없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까지 발사해 협박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 기업은 성장은 커녕 생존에 몸부림치고, 국민은 팍팍한 살림살이에 난방 폭탄까지 맞아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40%대에 진입한 것은 한가지 딱 부러진 개혁 의지 때문이다. 바로 무소불위 탈법적 일탈행위로 경제를 망치고 사회를 병들게한 강성노조에 대한 강한 척결의지 때문이다. 민노총처럼 거대 강성노조 개혁없인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영국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갔던 탄광노조의 영국병과 연례행사인 일본의 춘투를 치유한 고단위 처방은 불법파업에 대한 피해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였다.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당연히 존속돼야 한다. 때마침 야당이 ‘노란봉투법’을 제정하려는 것은 어깃장이고 자충수임을 명심해야 한다.

 

코오롱FM 이어 TK케미칼까지...

본질문제로 돌아가 ‘죽네 죽네’하면 죽기 마련이다. ‘죽겠다’고 울어대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필자 역시 벼랑 끝에 몰린 섬유산업의 어두운 면보다 가급적 밝은 면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다짐과는 달리 돌아가는 상황을 외면할 수 없어 직필을 외면하고 듣기좋은 곡필로 왜곡할 수 없어 안타깝다.

물론 섬유산업이 처해있는 현실이 녹록치 않지만 실망을 넘어 절망할 단계는 아님을 전제해둔다.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인해 우리 섬유산업은 맷돌에 깔려 찢기고 부서졌다.

그럼에도 나비의 날개짓은 가느다란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달초 파리에서 열린 텍스월드는 오랜만에 코로나 이전의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구름 바이어가 몰려 계약과 상담이 기대이상 성과를 보였다.

세계 섬유의류업계를 먹여 살리는 미국시장이 빠르게 연착륙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소매경기가 전년대비 3% 증가한 가운데 백화점 매출이 1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의류 및 엑세서리 매출은 2.5% 증가했고 의류가격은 0.8% 상승했다.

지난달 미국의 고용시장에서 10만개 이상 일자리가 늘어났다. 고용증가가 소비지출을 끌어올린 것이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어메리카 등 월스트리트 대형 투자은행들의 최고 경영진들도 지난해 후반기 분위기와는 다르게 미국 경제가 연착륙 할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섬유의류 소싱기지인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2월 들어 미국 바이어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지난 1월 분위기와는 또다른 양상이다. ‘방귀가 잦으면 변이 나온다’고 바이어 방문이 잦으면 오더도 늘어나는 것은 불문가지다. 적어도 섬유의류 수출경기는 하반기부터 확실히 달라질 것으로 보는 것이 업계뿐 아니라 ITMF(세계섬유제조업자협회)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코로나 기간 모질게 고생한 국내 섬유업계는 바깥경기의 호전 가능성과 달리 더욱 망망대해 편주처럼 표류하고 있다. 한국 섬유산업을 지탱해온 화섬산업이 시난고난 섣가래가 내려앉고 기둥이 흔들리더니 급기야 대들보까지 무너지는 굉음이 들려오고 있다.

코오롱그룹의 모태기업이자 재벌 축성의 일등공신이던 코오롱FM이 60년 전성기를 뒤로 하고 4년전 이맘때 화섬 간판을 내린데 이어 대형 화섬업체인 TK케미칼이 이달말 주종인 폴리에스테르사 사업을 접는다. 85년 창업한 동국합섬 시절 많을때는 월산 1만3000톤까지 생산하다 코로나로 8000톤으로 줄었으며 중국의 밀어내기에 밀려 5000톤 규모로 감산했다. FDY 2000톤, POY 2500톤, 수지 250톤 규모로 대폭 줄인 것이다.

이미 KP케미칼마저 폴리에스테르 필라멘트 생산을 포기한 가운데 TK케미칼이 필라멘트 생산을 줄이면 당장 대체할 국산 화섬사가 쉽지 않다. POY 생산 주력회사이던 성안합섬도 산업은행 관리기업으로 편입돼 원매자를 찾고 있으나 개미새끼 하나 나서지 않고 있어 운명이 가물가물하다.

대형 화섬메이커인 휴비스도 흑자품목인 SF(단섬유)마저 중국기업이 장악해 월 100억 내외의 눈덩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전주공장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대규모 감원 이후 일반사는 포기했고 특수사만 생산하고 있다.

그나마 성한 곳은 효성과 도레이첨단소재, 대한화섬 밖에 없다. TK케미칼이 생산하던 일반사를 대체할 국내 메이커가 쉽지 않아 수요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국내 화섬메이커가 줄도산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미 국내 화섬직물과 니트직물업계 수요량의 60%에 가까운 월 4만톤 규모 시장을 중국산에 뺏겼기 때문이다. 대구산지와 경기북부산지에서 힘있는 기업은 한꺼번에 수백·수천톤씩 중국산을 들여와 사용하고 있다.

규모경쟁을 앞세운 중국의 저가투매 앞에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국내 폴리에스테르사 생산량은 필라멘트와 단섬유를 합쳐 기껏 연산 100만톤에 불과하다. 중국은 4000만톤을 상회한다. 중국 화섬업체중 가장 큰 ‘통쿤’ 1개사 캐퍼가 연산 1200만톤이다, ‘신평림’이 8백만톤, ‘성홍’이 500만톤이고 ‘행리’가 400만톤이다. 중국 화섬업체 1개사가 창고를 비운다고 작정하면 한국 화섬업계는 그길로 사망이다.

 

수급불안 가격급등 원산지 후폭풍...

더구나 과거 한때 4만~5만대에 달하던 대구 산지 혁신직기 가동대수가 1만6000대도 안된다. 중국 행리 계열사인 직조공장 한곳의 혁신직기 보유대수가 3만대에 달한 것과 비교가 안된다. 화섬사 소비시장이 축소된데다 중국산의 밀어내기 전략에 국내 화섬업계가 목졸림을 강요당한 것이다.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을 수 없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이 실감난다.

20년전 중국 화섬메이커들이 “한국 화섬업체를 백기투항 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한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다. 싫건 좋건 국내 화섬직물과 니트직물 업계는 중국 손아귀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눈치빠른 중국 화섬업체가 가격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 필연적으로 납기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독점한 염료 수급처럼 화섬사에도 전이되고 있다.

국내 화섬산업 붕괴가 몰고온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수급 차질에 가격은 뛰고 미국 수출에 따른 원산지 문제도 당장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는 원산지 증명을 부풀려 발급했지만 이것도 녹록치 않다. 화섬원사 메이커의 몰락은 필연적으로 대구·경기 화섬직물·니트직물 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산업이 이모양 이꼴이 된 것은 화섬메이커와 대구·경기산지 직물업계가 저질러온 업보임을 알아야 한다.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조영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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