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화섬사 수급 中 손아귀에

코오롱FM 사업 백기 4년만에 TK케미칼도 포기
국내 최대 POY· FDY 메이커 38년만에 PEF 손떼

KP케미칼도 이미 포기, 휴비스 구조조정, 성안합섬 가물가물
대구 화섬직물 경기 니트직물, 원사구매 중국에 의존해야

 

한국의 화섬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졌다.

이 땅의 빈곤퇴치의 주역이자 재벌 축성 지름길이었던 국내 화섬산업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해 섬유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화섬사 시장은 중국 화섬메이커의 손아귀에 들어가 염료처럼 휘둘리는 불행한 사태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코오롱 그룹의 모태기업인 코오롱FM(머티리얼)이 62년 역사를 뒤로 하고 2019년 폴리에스테르사와 나일론사 생산의 화섬산업을 정리했다.

코오롱FM에 이은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몰아쳐 간판 내릴 후속타자들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로부터 4년후인 이달말로 국내 최대 폴리에스테르사 메이커인 TK케미칼이 이 사업을 정리한다.

지난 65년 대구 섬유업계의 대부(代父)인 백욱기 동국무역 회장이 85년 폴리에스테르 사업을 펼친지 38년만에 폴리에스테르사 사업에서 손을 떼고 스판덱스와 수지 사업만 남기고 구미공장을 완전 문닫는다.

동국합섬으로 시작해 승승장구하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인수해 상호를 TK케미칼로 변경했으며 한때 전성기때 월 1만3000톤 규모까지 폴리에스테르 생산을 늘려 이 부문 국내 최대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화섬산업 弔鐘 대구· 경기 제· 편직업계 비상

원사값 폭등 납기지연 中 농간 불보듯

화섬산업이 퇴조하면서 월 8000톤 규모로 감산한데 이어 최근에는 5000톤 규모로 축소했다.

이중 POY 2500톤, FDY 2000톤, 수지 150톤 규모로 감산해 왔으며 결국 수지(칩) 사업과 스판덱스 사업만 남기고 생산라인 3개 CP중 지난해 ‘CP1’을 세운데 이어 1월에 ‘CP2’를 세웠고 ‘CP3’까지 가동을 완전히 멈췄다.

TK케미칼은 이같은 폴리에스테르사 사업 포기를 선언하고 각 거래선에 공식 통보까지 마쳤다.

이유는 눈덩이 적자 때문이었다. 중국산과 Kg당 300원의 격차를 극복할 수 없어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규모경쟁을 앞세운 중국의 밀어내기 덤핑 투매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실제 작년 한해만 TK케미칼은 230억원 규모의 적자를 봤다. 올해는 월 30억, 연간 300억 이상 적자가 예상됐다.

가격경쟁력을 잃으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사업포기란 극약결단을 내리고 말았다.

코오롱FM과 TK케미칼 뿐 아니다. KP케미칼은 이미 폴리에스테르사 생산을 포기했고 성안합섬은 200억 경리부장 먹튀사건후 경영난에 몰려 산업은행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성안합섬은 이미 매각을 선언하고 주인을 찾고 있지만 아무도 나선 기업이나 개인이 없어 운명이 가물가물한 상태다.

휴비스는 그동안 노다지로 알려졌던 단섬유(SF) 사업에서 중국의 공세에 밀려 월 100억 가까운 눈덩이 적자를 못이겨 일반사 생산을 포기한채 특수사만 생산중이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결국 성한 곳은 효성과 대한화섬, 도레이첨단소재에 불과해 전성기 화섬산업에 어둠이 짙게 깔리고 있다.

TK케미칼이 폴리에스테르사 사업을 접으면서 대구와 경기북부 화섬직물 및 니트직물 업계의 원사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은 TK케미칼의 FDY·POY가 일반사 위주이어서 다른 화섬업체가 가동률을 높이면 어느정도 원사 품귀를 막을 수 있겠지만 근본대책은 어림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20년전 중국 화섬업계가 장담하던 한국시장 장악 음모가 그대로 적중돼 대구 화섬직물과 경기 니트직물 다함께 원사구매를 중국 손아귀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태다.

결과적으로 화섬사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가격은 뛰고 납기는 지연돼 염료같은 시장구조가 현실화 될수밖에 없게 됐다.

화섬메이커의 잇따른 몰락은 미들스트림인 화섬직물과 니트직물 업계에 원사값 폭등과 납기 지연 등 직격탄을 안길 수밖에 없어 발등의 불 해결을 위해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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