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무정부 상태 장기화... 투자기업 인내 한계
대통령 암살후 갱단 활개 공장 정전 2개월 겪기도
7천명중 절반수준 해고, 외신들도 불가피성 보도

중앙 아메리카 생산기지 중 하나인 아이티에 진출한 한국계 섬유기업이 생산 축소와 감원을 단행한다. 파업, 갱단 활개, 미국시장 수요 감소 등 경영환경 악화와 심각해지는 사회적 불안을 버티기 힘들어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다.

외신에 따르면 아이티에 진출한 글로벌세아 그룹의 섬유기업 S&H글로벌(S&H Global S.A.)이 생산설비 1개동을 폐쇄하고 3500명을 해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2월말까지 폐쇄절차에 들어가는 1개동 근로자 1000명과 다른 5개동 근로자 2500명을 해고한다는 것이다. 이는 S&H글로벌 총 고용인원 7000명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회사는 지난 한해 세관 파업, 국경 폐쇄, 기타 사회적 불안요소로 인해 여러차례 셧다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갱단이 포르토프랭스의 유류 터미널을 점거해 연료 부족으로 지역 발전소 가동이 2개월 이상 중단돼 S&H글로벌도 강제로 생산을 멈춰야 했다.

아이티에서 생산된 섬유제품은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된다. S&H글로벌의 주요 고객은 월마트, 타겟, 갭 등 미국 유통업체들로 지속된 미국 경기 침체로 오더가 감소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열악한 외부환경과 생산중단이 자주 발생하다보니 재료의 선적지연, 생산차질, 완제품의 선적 지연, 오더 취소, 고객 신뢰 상실로 이어져 S&H글로벌의 미국 고객들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카리브해 연안과 중앙 아메리카에 있는 다른 생산기지로 오더를 돌렸고 회사는 불가피하게 해고를 결정하게 된것이다.

S&H글로벌은 아이티 북부 카라콜 산업단지에 위치한 가장 큰 규모의 섬유기업이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이후 미국 국무부는 아이티 재건 사업을 주도하며 북부 카라콜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했고 세아상역도 이 사업에 참여했다.

세아상역의 자회사인 S&H글로벌은 2012년 이 산업단지에 첫 번째 최대 규모로 입주했으며 현지주민 2만명을 고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1만개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여 정부에서도 협력을 아끼지 않는 아이티의 최대 고용주로 꼽혔다.

하지만 미국시장 무관세 수출과 저렴한 인건비를 최대 장점으로 하는 아이티에서 정치적·사회적 혼란은 끊이지 않고 경제난이 심화되어 외국 투자기업들이 경영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더구나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사저에서 피살된 후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었다. 특히 거리를 활보하는 갱단은 몸값을 목적으로 납치를 자행하거나 화물을 훔치기도 하며 지난 1월에는 지역 경찰서를 습격하기도 했다.

S&H글로벌은 세계경제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올해 당장 가시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관망되며 우선 고객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외신을 통해 밝혔다.

또한 회사 관계자는 “사업환경이 개선되고 오더량이 회복되면 이번 해고 대상자들에게 적절한 재고용 계획을 시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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