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호】 "불황의 고비마다 우뚝 섰다"
'해뜨기전이 가장 어둡다' "희망 재충전 미래를 보자"


섬유패션기업 새해 매출목표 10% 이상 증액 대세
‘모래밭에도 모래무치는 산다’ 기본 수요 낙관
경영혁신· 체질개선 통해 호황에 대비해야

새해 한국경제가 2022년 혹한기보다 더 춥다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른바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2022년 무역적자 500억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새해 수출이 2022년보다 마이너스 4.5%를 예상할 정도로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정부가 새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2.5%에서 1.6%로 낮춰 잡았다.

우크라 전쟁의 종식 여부가 관건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EU 등 글로벌 경제동향이 여전히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재채기하면 한국경제는 심한 몸살감기를 앓게 되는 구조다.

벌써부터 중견·중소기업들이 추위타고 얼어죽는 기업이 발생하면서 기라성같은 대기업들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있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까지 새해에는 성장이 아닌 생존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지표상 경기와 실물경제는 많은 괴리가 있다. 특히 지난 60년 섬유산업 궤적에서 드러나듯 적어도 30~40년간 언제라고 어렵지 않을 때가 없었다.

섬유패션산업은 모진 풍파의 고비마다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저력이 있다. 비록 어용 경제학자의 생체실험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멍들었고,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속에 폭망위기에 빠졌지만 아직 부분을 뺀 전체는 버티고 있다.

‘모래밭에도 모래무치는 산다’. 코로나19란 전대미문의 대재앙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은 내공이 있다. 새해에도 섬유패션업계는 혹독한 불황을 극복해낼 비책을 갖고 있다.

본지가 각 섬유스트림 기업을 표본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불황과 이에 따른 국내 경기상황을 고려해 외형 확대를 최소화하고 내실에 충실하는 신경영기법을 채택하고 있다.

사실상 섬유패션업계는 혹독한 불황의 고통을 2022년 하반기부터 심하게 매를 맞으면서 새해를 대비했다.

글로벌 경영의 선두주자인 의류 벤더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몰고온 악재속에 2022년은 외형과 영업이익에서 상당수 마이너스 성장을 겪었다. 그럼에도 새해 경기가 불확실하지만 의류벤더들 대부분 새해 경영전략에서 전년보다 10~15%의 안정성장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2022년) 창업 이후 최대 외형과 흑자를 기록한 영원무역그룹은 새해 매출을 2022년과 거의 같거나 소폭 늘려잡고 있다.

글로벌세아는 2022년에 수출이 20억달러를 다소 밑돌았지만 새해에는 20억달러 이상으로 목표를 잡았다. 한세실업은 2022년 16억7000만달러(원화 2조1000억원)에서 새해에는 3% 증가한 17억달러를 책정하고 있다.

한솔섬유는 지난해 1조2000억원 규모의 매출에서 새해에는 1조4000억원을 책정해 ‘빅3’중 가장 의욕적인 매출증가율을 겨냥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흐름에 가장 민감한 면방업계는 2022년 상반기 활황에 이어 하반기부터 코마사 고리당 300달러씩 적자를 보고 있지만 새해에도 전년 수준의 매출목표를 책정하는 곳이 많다.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한 원단 밀들도 새해에는 작년(2022년)의 혹한기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외형을 늘려 잡을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업체별 차이가 있지만 코로나19 셧다운 이후 2022년 11월까지 편직·염색 가동률이 30%까지 떨어졌던 대형 원단 밀들의 가동률이 12월 이후 60% 이상으로 올라갔고 업체에 따라 1월부터 80%까지 상향된 곳도 있기 때문이다.

대구 화섬직물업계는 코로나 사태로 2년 이상 혹독한 시련을 겪은후 2022년은 해외 바이어들의 재고가 없어 오더가 하반기 전반까지는 괜찮았다. 더구나 환율덕에 채산도 좋았다.

2022년 해외 바이어들이 원단구매를 확충한데다 환율도 점차 안정되고 있어 새해가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구 화섬직물업계는 어려운 해외시장 환경에도 새해 매출목표를 2022년보다 10~20%까지 늘려잡는 곳이 많다.

차별화 전략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야심찬 발상이다. 아웃도어 원단의 원창물산, 해원통상 등 전문업체와 덕우, 하나섬유를 비롯한 중국과 차별화 업체들은 작년보다 매출증가를 자신하고 있다.

반월의 신한산업도 작년에 9백억원을 수출한데 이어 새해에는 1천억원을 기대할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생산기반이 좋은 대구 현대화섬 같은 곳도 성장을 낙관하고 있다.

경기북부 니트업계는 엄혹한 2022년을 뒤로 하고 중국이나 인도네시아가 따라오지 못한 차별화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할 태세다.

대중동용 포말블랙업계도 2022년의 활황국면을 새해에도 이어가기 위해 부단히 정진하고 있다.

염색가공업계중 날염업계가 2022년이 악몽의 해였지만 대구의 감량가공 업체들은 비교적 순탄했다. 지난해 대구의 YD텍스타일 같은 대형회사가 쓰러졌으나 남은 기업들은 나름대로 차별화 전략으로 위기돌파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내수패션업계는 건설경기 침체와 대·중견기업의 감원선풍으로 중산층 수요가 줄까봐 긴장하면서도 2022년 수준 동결 또는 10% 이상 매출확대를 겨냥하고 있다.

반면 한국섬유산업의 대들보인 화섬산업은 새해에도 여전히 시계제로인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한마디로 지난 30~40년 섬유산업이 걸어온 길은 언제나 위기의 연속이었으나 부분의 조난업체를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인류가 있는 한 섬유의류시장은 있기 마련이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더 비싼 옷을 선호하는 것은 필연적인 논리다. 산업용 섬유는 무한정이다.

불황일때는 호황을 대비해 설비자동화와 차별화 전략의 투자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의 섬유산업은 전후방 전 스트림이 고루 갖추어져 있고 코카콜라보다 많은 세계시장을 갖고 있다.

이에 상당부문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새해를 잘 버티며 타개방안을 강구하면 재도약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국민소득 3만6000달러에 맞는 부가가치 높은 차별화 전략으로 과감히 전환할때다. 새해에는 외형욕심보다 내실에 충실하며 호황을 대비한 투자의 적기라고 본다. 움추림과 머뭇거림은 과거 천수답 경영시대나 통했다. 해법은 혁신경영이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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