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첨단산업도 변화에 대응 못하면 사양산업
반세기 모자 한우물 연간 1천만타 난공불락 세계 1위
베트남· 방글라 등 해외 8개 법인 연매출 3300억 4년후 6억불
‘인류가 잘 살수록 옷을 잘 입는다’ 섬유패션 잠재력 무한

“섬유는 첨단문화산업... 사양론 어불성설”

 

세계 최대 모자회사를 일구어온 조병우 ㈜유풍 회장(81)은 “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닌 첨단산업”이라고 일갈했다. 첨단산업이라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체재에 밀려나면 그것이 바로 사양산업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코로나 사태로 힘들었던 지난 3년간(~2021년) 유풍의 매출액 연평균증가율(CAGR)은 8.6%, 영업이익은 15.1%에 달할 정도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자체 브랜드인 FLEXFIT 경쟁력 강화 등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다.

1974년 설립된 ㈜유풍은 베트남과 방글라데시의 해외 8개 법인과 함께 모자 하나만을 가지고 2021년 12월말 연결 기준 총자산 2922억원, 총매출 3234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종업원 300명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해 왔다.

조 회장은 이런 성장은 직원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하지만 직원들의 성과를 이끌어낸 것은 유풍이라는 무대에 조 회장이 판을 꾸며줬기 때문이라는 것을 재계 인사들은 다 알고 있다.

때마침 서울대 섬유공학과 59학번 조 회장은 구랍 7일 섬유센터에서 열린 서울대 섬유공학과 총동창회 송년모임에서 ‘나의 경영철학’이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해 동문들의 찬사와 갈채를 받았다. 세계 모자왕 조병우 ㈜유풍 회장의 강연 내용을 본지가 직접 취재해 재구성했다.

“흔히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고 하면서 반도체, 배터리 같은 첨단산업에 부정적으로 비교하는 정도로 얘기하고 있으나, 나는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적이 없다”며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서두를 열었다.

조 회장은 “많은 첨단산업이 있지만, 첨단산업이라고 사양화과정을 거치지 않을수 있는지,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위기의식이 생기지 않을 수 있는지, 대체품목이 생기지 않을수 있겠는지” 등을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과 사회가 발전하면 옷을 더 잘 입으려 하고 좋은 옷을 찾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그 의류 산업에 대표적인 부속품이 바로 모자다”라며 “다른 사람들 생각에 모자는 사양산업 중에 더 사양산업일 것인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얘기하며 “우리는 여러 가지 다양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 위기와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을 뿐이고 사양산업 여부와 관련없이 능력있는 회사가 오래 지속하고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회사의 능력은 ‘시그마’이며 회사를 구성하는 각 사원들의 능력의 합”이라는 그만의 경영철학을 밝혔다.

더불어 “그 능력을 어떻게 개발하고 그 합을 어떻게 도출할 것인지 그것이 모든 기업인들이 해야할 일이며,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대두되는 가장 중요한 단어는 ‘지식경영’”이고 “개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협력하며 창의력을 가진 회사,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가진 지식이 남에게 쉽게 전달되고 반대로 남의 지식이 나에게 쉽게 전달되는 것, 그것이 잘 원활하게 흐를 때 사회의 가치가 제대로 살아난다”며 사람 몸에 있는 혈액의 흐름과 비유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또한 법인이란 것은 법으로 만들어진 인격체란 의미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야 지식이 잘 흐르고 합해지고 하나가 되어 가치가 형성”된다며, “지금 유풍을 설립한지 48년 됐는데 10년 정도 지나자 커뮤니케이션이 혁신을 일으키지 않으면 회사가 지속가능경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2~3년간 그룹웨어를 어떻게 구성할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모든 보고서를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결론내고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사람 업무일지를 보면 소상하게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현재도 오픈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유풍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는데, 30년전에 공학한림원 인사들이 회사를 방문했을 때 유풍의 오픈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 대해 소개하자 모두 깜짝 놀라면서 “이러다 회사 안망하겠느냐”고 할 정도였다고 했다. “비밀이 다 새나갈 수도 있다”는 애정어린 우려에 그는 “우리 회사에 비밀을 가지고 나갈 직원도 없고 그 비밀 가지고 나가봐야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면 아무 의미가 없다. 걱정할 필요 없다”고 응수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직원들과 신뢰관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풍의 모든 직원 한사람 한사람 100% 신뢰한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도 나를 100% 신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내 느낌에는... 회사를 나간 사람도 내 욕하는 사람 한사람도 못들었다”라며 직원들과의 신뢰관계를 자신했다.

그는 또 하나의 일화도 소개했는데, 예전에 회사 계장급 직원 한명이 뇌졸증으로 일년 넘게 회사를 못나온 경우가 있어 인사담당자를 불러다가 “그 사람 어떻게 사느냐. 임금을 안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니 인사담당자가 답을 못하다가 규정을 언급하길래 “규정이 있으면 예외도 있지 않겠느냐”며 “예외를 만들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고 했다.

“유풍은 남을 도와주는 회사라고 경영헌장에도 나와 있는데 하물며 직원을 도와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계속 월급을 줬다”며 어느날 인사담당자를 다시 불러서 “그 아픈 직원의 일은 직원의 일일까. 당신의 일일까. 우리 회사 직원들은 아픈 직원만의 일이라고 생각할까. 내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까”라고 얘기하며 예외를 만들어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그런 환경속에서 절대적인 신뢰관계가 배양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조 회장의 생각이다.

또한 그는 “일을 하다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나도 실수하니깐. 그런데 그걸 가지고 나무라면 안된다는게 내 경영철학. 실수를 하면 이런 실수가 있었는데 예방책은 어떤게 있겠냐고 사내 오픈 커뮤니케이션에 올리면 여러군데서 엄청 좋은 답이 돌아온다. 그래서 그 답을 가지고 하나의 예방 솔루션을 만들고 다시 직원들과 공유한다. 실수를 나무라지 않고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통해 업무 프로세스와 솔루션을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안해서 그렇지. 실수를 한 직원들은 얼마나 고마워 할까”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일 안하면 실수도 안 생긴다. 일을 하기 때문에 실수가 발생하는 것. 그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지식화 또 제도화, 이걸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회사에 기여도가 높은 사람이다. 손해끼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되며 그 사람의 힘에 의해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 그러니 실수를 했다고 해서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일체 없다. 장담한다.”

 

경영철학 “모자를 만든게 아니라 사람을 관리 주인의식 갖게해”
유풍 경영은 사람, 봉급외에 상여금· 성과금 연 1000% 지급해도 성장
오픈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전 직원 업무공유 지식공유
2021년 매출 40% 증가 영업이익 300% 폭풍성장
섬유사양론 군맹무상(群盲撫象) 근거없는 주장 경계를

유풍은 2019년부터 3년간 매출액 연평균증가율(CAGR)은 8.6%, 영업이익은 15.1%에 달할 정도로 성장을 지속해 왔다. 2021년에는 매출은 40% 증가, 영업이익은 3배나 뛰었다. 이런 유풍의 성장과 관련한 강연에서도 그의 철학을 엿볼수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능력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래서 한사람 또는 하나의 모임이 1년에 하나의 연구과제를 가지고 고민하고 제출하게끔 했다. 10년 이상 이 제도를 시행하니 희한한게 많이 나왔다. 예를 들면 MZ세대가 어떻고 하는데 우리와 상관없는 것들이지만 새로운 상식과 지식에 눈을 뜨게 된다. 심지어 우리에게 쌓인 지식을 체계화시키고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도록 했다”며 이 제도로 연구과제는 1년에 100가지씩, 10년에 1000개가 넘는다고 밝혔다.

“그것이 매뉴얼화되고 지식화되고 그걸 시행하고 또 뜯어 고치고... 이런 일을 해왔다. 모자를 만들어 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사실 사람을 다루어 오며 회사를 운영하고 성장시켜 온 것 같다.”

또한 조 회장은 임원을 비롯 직원들 모두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회사가 잘되면 좋아하고 이익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주인처럼 일하는 회사를 만들까하는 고민 속에 성과급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유풍은 상여금을 400% 월급 같은 상여금을 지급한다. 설날, 추석, 연말, 여름휴가때 100%씩, 그 외에 성과급이 최대 600% 배정되어 있다.

“경영혁신팀과 함께 각 부서에 목표를 세우고 배점도 만든다. KPI(주요성과지표, Key Performance Index)를 만들고 매달 한번씩 회의를 통해 점검하고 자신 뿐만 아니라 부서, 회사의 KPI는 어느 정도인지 전부 공개된다. 나는 유풍이 섬유업계에서 최상위권으로 급여를 주고 있다고 자신하는데 이렇게 상여금과 성과급을 합치면 1000%가 된다”며 그 과정에서 국가적 위기가 찾아왔지만 회사 실적은 10%, 20%, 30%씩 신장해 왔음을 말했다.

“12월 하순이면 일년에 1천만타를 돌파하는 기록이 나온다. 모자업계에서 생길수 없는 기록이다. 세계 2위가 미국 회사인데 380만타를 기록한다. 3등은 중국 회사로 320만타, 4등은 약 200만타이다. 2~4등 모두 합쳐도 유풍을 넘지 못한다.”

조 회장은 이런게 가능했던 이유로 본인이 모자를 잘 만들었다기 보다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고 주인의식을 가지도록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모자산업이 사양산업이라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4~5년이 지나면 6억불 될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치며 “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니고 우리가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점점 사회가 발전되면 사람들은 더 멋있는 옷을 찾게 될 것이다. 발가벗고 다닐 수는 없지 않는가. 다양화되어 가는 사회속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 이것이 기업인들의 숙제고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부산으로 갈 때 고속도로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에는 목적지와 함께 100Km, 200Km 등 거리도 함께 나온다. 사회로 보면 실적과 이익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정표는 그저 이정표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열정을 가지고 함께 움직이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숫자가 목표가 되는 것은 1900년대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여러분이 하고 계신 것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잘 살면 잘 살수록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섬유산업은 기본적으로 첨단문화를 가지고 있다. 첨단문화가 바탕인데 어떻게 사양산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한번 해봅시다!!!”며 그 날의 강연을 마무리했다.

<정리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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