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선 화섬, 날염 줄도산 충격

거목 삼성물산 섬유업 종료, 에스에스섬유에 업무 넘겨
멈추어선 국방 섬유 본지 국방위원 설득 경종 울려

1. 벼랑 끝 선 화섬업계, 앞뒤 막막

국내 섬유산업 대들보 역할을 하는 화섬산업이 붕괴 일보 직전까지 내몰리면서 굴지의 화섬회사 임직원들도 진퇴에 명암이 엇갈리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차별화와 친환경 신소재 개발 경쟁에서도 밀려 범용사 위주의 천수답 경영에 안주하다 결국 삶은 개구리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폴리에스테르사 80년을 울궈 먹으면서 사실상 일반 레귤러사의 수명이 끝나가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세계는 친환경 생분해성 리사이클 섬유로 급격히 변해 가는데도 우리 업계는 이같은 변곡점의 꼭대기에 오기까지 변화에 둔감한 채 범용 폴리에스테르사에 의존해 왔던 것이 화근이 됐다.

화섬산업의 위기에 대한 경고는 십수년전부터 제기돼왔다.

중국산 수입사와 가격 경쟁력에 밀리면서 출혈경쟁으로 맞선데 따른 적자가 누적되고 국내 시장의 60%를 중국산 등 수입사에 내놓은 처지에서 강도 높은 감산을 실시 했지만 재고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 국산 면사 값 세계서 가장 싸, 임금 협상은 조기타결

화섬 산업이 고전하는 사이 면방 경기도 그리 좋지 못했다. 국제 원면값은 날개없이 추락하고 덩달아 면사값이 바닥 밑으로 추락하면서 생산에 투입되는 원면은 최고가를 사용하면서 적자폭이 상상을 초월한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 속 한국산 면사값이 세계에서 가장 싸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국의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면사 수요는 줄고 상대적으로 재고는 체화돼 출혈경쟁이 나타난 원인이 컸다. 결과적으로 판매가가 제조원가의 45%까지 추락한 전대미문의 혼란상을 맞았다

한편 매년 난항을 겪었던 면방업계의 단체 임금협상이 이번에는 예상외로 조기에 타결됐다.

한국노총 산하 섬유유통노동조합연맹 면방부회와 사용자를 대리한 대한방직협회는 노조측 안과 사용자측 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해 최저임금자 인상률 5%를 제외한 직원의 인상률을 4%로 최종 합의했다.

3. 멈추어 선 국방섬유 국산화, 본지 국방위원 설득 큰 반향

국방섬유 국산화가 답보상태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가운데 본지가 국회 차원에서 국방섬유 국산화 촉구에 나서 경종을 울렸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된 국방섬유 국산화 정책은 시범사업인 전투복에 한해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 군복 정장을 비롯한 타 피복류에는 한발도 내딛지 못했다. 답답한 실정에서 본지가 국회 임병헌 의원(국민의힘, 대구 중·남구)을 통해 실정은 알렸고, 임 의원은 이종섭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국회 현안 질의과정에서 국방섬유 국산화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우리나라도 ‘메이드 인 USA’가 아니면 어떤 솜 한톨 실 한오라기 하나라도 허용하지 않는 미국처럼 피복류 전반에 걸쳐 모든 국방섬유를 ‘메이드 인 코리아’로 선택해야 할 것”을 강도 높게 주장했다.

임병헌 의원의 국방섬유 국산화의 시급성과 당위성 주장에 대해 이종섭 장관은 “현재는 전투복만 국산화가 돼있을 뿐 피복류 등 타 국방섬유는 수입산 원단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국산화를 위해 검토하겠다고 답변함으로써 진척의 여지를 보였다.

4. 신기술 R&D 본예타 좌초 충격, 망연자실

섬유패션업계가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신기술 R&D사업의 국비 예산지원이 결국 수포로 돌아가며 업계가 실망했다.

미래대응 섬유 고부가 전략기술 개발사업이 좌초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섬산련에 의해 진행된 국비 4182억원(70%), 민자 1720억3000만원(30%) 등 총 5902억 규모로 추진되던 이 사업은 1차 예타를 성공적으로 통과한 후 본예타 통과를 잔뜩 기대했지만 결국 본예타 심의 과정에서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탈락되는 불운을 맞았다.

이 사업은 섬산련이 산업부 지원 아래 지난 2019년으로 일몰된 연간 400억원 규모의 섬유패션스트림간 기술개발사업의 부활을 위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7년간 연간 700억~1000억 규모로 시행할 프로젝트였다.

이 사업의 1차 예타와 본예타는 과기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국가지원 타당성과 적합성·기대효과의 까다로운 심사가 진행된 가운데 종합심사 결과 “섬유산업 분야별·단계별 핵심 이슈 및 문제점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과제범위를 구체화 하는데 미흡했다”고 본예타 심사결의 탈락 이유를 들었다.

5. 경기북부 동시다발 날염업체 줄도산, 업계 경악

경기침체에 따른 오더 급감과 자금부담 등 경영 악화로 경기북부 니트산지 수출과 내수의 고부가가치를 주도하던 날염업계가 집단으로 줄파산하는 초유의 참사가 빚어지며 충격을 안겼다.

포천시 신북면 소재 중견 날염업체 청강실업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2022년 9월말로 자진 폐업했다. 또 다른 양주 소재 중견 날염업체 금호실업도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법정관리에 들어간지 7개월만에 도산했다. 이 회사는 수출업체의 로컬거래와 내수용 날염 전문기업이었지만 경영난 악화로 문을 닫았다. 양주시 소재 40년 전통 중견 날염전문업체 창진날염 역시 폐업 수순을 밟아야 했다. 중견 날염전문업체 동보나염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역시 양주 소재 중견 날염업체 동진나염도 화의를 신청하는 등 경기북부 소재 중견 날염전문업체 5~6개사가 거의 동시에 문을 닫거나 법정관리·화의 신청의 비운을 겪었다.

결국 양·포·동(양주·포천·동두천) 소재 중견 날염업체 14개사 중 절반이 도산 또는 화의·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비운의 해를 보내게 됐다.

6. 초일류 의류밴더 글로벌세아그룹이 날았다

국내 초일류 의류수출벤더인 세아상역(회장 김웅기)이 중남미 진격 작전을 파죽지세 속도전을 펼치는 것에서 더 나이가 2022년 8월 18일(현지시간) 중미 코스타리카에서 제2방적공장 준공식을 갖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10월에는 쌍용건설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더니 이종 업종으로 사업 영역 확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식음료(F&B)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의식주를 망라하겠다는 야심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1월에 글로벌세아그룹이 파인 레스토랑 ‘르쏠’을 오픈했다.

파격적인 혁신 바람을 일으키는 글로벌세아그룹은 2025년까지 대망의 10조원 매출을 향해 도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섬유와 제지, 건설에 이은 식음료까지 그로벌세아그룹의 무한질주가 어디까지 미칠지 자못 기대된다.

이 경이로운 경영의 중심에는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사업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에도 뛰어난 감각과 조예가 깊다. 한국적 서정주의를 서양의 모더니즘에 접목해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정립한 거장 김환기의 대표작의 소장주로 확인된 후 재계는 물론 대중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7. 거목 삼성물산 60년 만 ‘섬유산업’ 접다

종합상사 중 유일하게 섬유사업부를 끝까지 유지해온 삼성물산이 급기야 섬유사업에서 손을 뗐다.

지난 63년 전 삼성상회에서 삼성물산으로 전환하며 섬유 수출입 사업을 전개해온 삼성물산이 거의 60년만에 섬유산업의 전성기와 쇠퇴기를 거치며 섬유사업을 접기로 함에 따라 업계를 놀라게 했다.

초창기 섬유사업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삼성물산의 섬유사업이 축소일로를 걷다가 결국 화학사업부 내 섬유그룹으로 명맥을 유지하며 직원 8명이 화섬사와 방적사, CVC, 스판덱스를 수입해 국내 원단업체에 여신을 제공하며 지원 공급해왔지만 결국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섬유사업팀이 운영해온 해외 원사와 방적사, 스판덱스 수입공급 업무는 대부분 전 삼성물산 섬유사업부장 출신인 조경구 에스에스섬유 대표이사 등이 인수해 기존의 공급업무에는 문제가 없도록 하고 있다.

8. 섬유제조 최악 인력 가뭄, 설비가 멈춰섰다

정부가 산업현장의 피말리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근로자 도입 쿼터를 늘리면서 외국인력 배정이 조금씩 늘어 났지만 현장에서는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가뭄에 콩나듯 이루어진 외국인근로자 배정으로는 산업현장의 절박한 인력부족을 해소할 수 없어 도입쿼터 전면 폐지 등 고용허가제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는 농어촌과 제조업 인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2022년 전체 외국인근로자 도입쿼터를 당초 5만9000명에서 6만9000명으로 확대했고, 이중 제조업은 쿼터를 신규 2만4280명 재입국 2만2200명 등 4만4500명에서 6800명을 늘린 5만1300명으로 확대한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 2년전 신청했던 외국인근로자의 산업체 배정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으나 찔끔 배정으로는 생산현장 설비 가동에 필요한 인력의 절대수가 부족해 설비를 부분 가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9. 불황 속 의류 수출, 패션상장사 웃었다

세계적인 고금리와 고물가, 고환율 속에서도 패션업계는 웃었다.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리오프닝 효과, 달러 강세, 아웃도어·골프웨어 수요증가, 프리미엄 브랜드 선호 추세 등으로 의류 수출기업과 패션업체는 건실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패션 관련 주요 상장기업 2022년 12월 결산법인 68개사의 3분기까지 누적 경영실적(연결 재무제표)을 분석한 결과 누적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78%에 달하는 53개사에 달했고, 이 중 14개사는 10~30%의 양호한 수익률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누적 영업이익률 1위를 차지한 곳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MLB, 듀베티카, 수프라 등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패션전문기업 F&F로 29.4%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영원무역도 지주회사인 영원무역홀딩스로 2022년 3분기말 누적 영업이익률이 22.3%에 달해 7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는 기염을 토했다.

휠라홀딩스는 13.3%의 영업이익률로 전년 동기대비 다소 감소한 44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경방은 10.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BYC, 패션플랫폼, 코데즈콤바인, 삼양통상, 백산, 토박스코리아 등이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보여 K-패션의 위력을 보여준 한 해였다.

10. 무역수지 효자산업 옛 말, 역대 최대 71억불 적자

2022년 섬유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71억불로 역대급을 기록했다.

특히 섬유 수출이 2022년 6월부터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반면 처음으로 수입이 감소하는 현상을 보인 한 해 였다.

이러한 추세 속에 2022년 11월 우리나라의 수출실적은 9억5300만 달러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20.0%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섬유 수입 감소 현상 속에 14억6400만 달러로 2021년 11월보다 16.7% 감소해 11월 한 달 섬유류 무역수지는 5억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2022년 연말을 맞는 11월말 섬유류 무역수지는 71억1100만 달러 누적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한편 글로벌 복합위기 지속, 미국 시장경기 침체 우려와 이에 따른 오더 감소, 설비 가동율 하락, 노동력 부족 등으로 2022년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80억불을 목전에 두는 현상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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