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화섬직물· 경기 니트직물, 동반붕괴 불보듯
수입사 의존, 가격 폭등, 납기지연 직격탄 자초
친환경 신소재 획기적 개발 안되면 산업 공멸
소재 혁명 안되면 한국 섬유산업 지리멸렬
단체· 연구소· 업계 소재개발 비대위 구성 시급

폴리에스테르사를 주종으로 한 한국의 화섬산업에 사실상 조종(弔鐘)이 울렸다.

국내 섬유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대들보가 규모경쟁에서 중국에 치받고 차별화에서 대만에 밀려 추풍낙엽 위기에 몰린 것이다.

돌파구인 차별화, 친환경 신소재 개발 경쟁에서도 밀려 범용사 위주의 천수답 경영에 안주하다 결국 삶은 개구리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폴리에스테르사 80년을 울궈 먹으면서 사실상 일반 레귤러사의 수명이 끝나가는 상황이다.

세계는 친환경 생분해성 리사이클 섬유로 급격히 변해 가는데도 우리 업계는 이같은 변곡점의 꼭대기에 오기까지 변화에 둔감한 채 범용 폴리에스테르사에 의존해 왔다.

더욱이 세계 화섬업계는 폴리에스테르사 부문에서 모두 적자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규모경쟁으로 천하를 호령해온 중국 화섬업계도 폴리에스테르사 부문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 못지않은 인도마저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가격 경쟁력을 잃은 한국 화섬메이커가 생존을 위협받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3년전 코오롱FM이 코오롱그룹 모태사업인 폴리에스테르사 사업을 포기했고 KP케미칼도 폴리에스테르 일반사 생산을 접었다.

직방사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던 성안합섬도 시난고난 산업은행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M&A시장에 내놨다.

현존 6대 화섬메이커가 이대로 가면 2~3년내 절반이 줄어들 절체절명에 놓였다.

이미 중국산 화섬사에 국내 시장의 60%를 내어준 화섬시장에는 중국산 수입사의 운동장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동안 한국의 화섬산업이 이만큼 수명을 늘여 오는데는 이웃 일본의 차별화, 기능사를 모방하거나 카피해서 겨우 견디어 온 것이 부인못할 사실이다.

일본 소재의 카피도 이미 한계상황을 맞았다.

중언부언하지만 화섬메이커의 신소재 개발을 수없이 주문했지만 개발능력이 사라졌다. 우선 적자구조에서 신소재 개발 의욕이 사라졌고 자연히 투자 여력이 없어졌다.

중국의 1개 메이커 생산능력이 연산 800만톤인데 비해 우리는 6대 메이커 전부 합쳐도 연간 50만톤이다. 중국업체 한곳이 창고를 비워 헐값으로 팔면 한국 업계는 그순간 사망이다.

화섬산업의 위기에 대한 경고는 십수년전부터 제기돼왔다.

대책을 빨리 세우지 않으면 화섬메이커 자체의 공멸은 물론 여기에 의존하고 있는 대구 화섬직물 산업도 결딴난다는 경고음이 계속돼왔다.

그럼에도 설마설마하다 요모양 요꼴로 추락한 것이다.

명색이 세계 7대 섬유대국이고 4대 소재강국이라는 허울좋은 명성에 안주하면서 친환경 자연섬유 개발에 뒷짐져왔다.

렌징의 경우를 보라. 밤나무 소재의 모달, 텐셀 소재인 라이오셀을 꾸준히 키우면서 난공불락의 친환경 자연섬유 메이커로 우뚝 섰다.

렌징의 매출규모는 연간 5조원에 달한다.

세계시장을 석권한 렌징의 성장사를 뻔히 지켜보면서 한국형 섬유 신소재 개발은 뒷전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자연섬유 추세에 맞춰 옥수수, 대나무, 심지어 잎은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대마의 줄기를 이용한 친환경섬유의 상용화를 못하고 엉거주춤하고 있다.

원료 확보와 공급능력도 어렵지만 의지를 갖고 연구개발하는 투자가 부진했다.

유니클로가 세계시장을 석권하는데는 도레이의 차별화 소재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의 패션브랜드의 세계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것은 소재의 차별화에서 뒤진 화섬메이커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어찌됐건 이제 한국의 섬유산업 대들보인 화섬산업이 자칫 수명을 다해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화섬이면서도 면·모달·텐셀 성능과 기능, 촉감이 비슷한 융복합소재, 여기에 친환경 자연섬유 또는 생분해성 섬유의 고도화 전략이 발등의 불이다.

지금과 같은 생분해성 리사이클 섬유는 원료 확보와 규모, 경쟁력 모든 면에서 중국·대만과 자웅을 겨룰수는 없다. 실제 무늬만 친환경 리사이클이지 시장성이 떨어져 가능성이 희박하다.

화섬메이커의 자체 연구개발능력은 이미 상실됐고 연구소가 여러곳 있어도 당장 운영을 위한 과제 확보에 매달리는 상황이다.

화섬메이커가 하나둘 소멸되면 대구 화섬직물과 경기 니트직물이 동반 소멸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 위기의 국내 화섬산업을 살려야 한다. 대구 직물업계부터 수입사 선호를 탈피해야 한다. 자신들에게 돌아올 도미노 현상을 명심해야 한다.

그 바탕에서 마지막 한모금 남은 물을 모래밭에 쏟기전에 자연섬유를 비롯 친환경 신소재 개발을 위한 섬유산업의 비상대책이 발등의 불이다.

수많은 섬유패션 단체·연구소·화섬메이커가 섬유패션스트림이 동참하는 소재개발 특별대책기구를 만들어 기사회생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방심하거나 기다릴 여유가 없다. 죽은 나무는 물을 줘도 못살린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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