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 팔리는 것은 바이든이 아니라 우리 정치다. 여야를 불문하고 갈라치기 정치의 화신들이 설쳐된다. 난세의 영웅인지 혹세미문의 선동가인지 당최 알수가 없다. 이들의 세치 혀에는 도끼자루가 들어 있다.

우리 국군보다 성능이 좋다는 북한 미사일이 연일 하늘을 날은다. 국민은 공포와 불안에 오금이 저린다. 한·미·일 3국의 합동군사작전은 안보를 위해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 판국에 야당 대표가 반일만 외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못본 것이다.

그렇다고 “조선이 망한 것은 내부가 썩어 문드러졌기 때문이지 일본이 전쟁한 것은 아니다”는 여당 대표의 역사관은 소가 웃을 일이다. 조선을 침탈한 일본에 36년간 나라없는 설움을 겪은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망언이다.

대화와 타협·협치를 걷어찬 무너진 정치에 국민의 가슴은 화석으로 변했다. 극단주의의 포퓰리즘과 가짜뉴스가 진영간의 적대를 증폭시키고 있다. 여야간 악에 받친 충돌이 일상화되면서 시쳇말로 더욱 쪽 팔리는 것은 우리 정치권이다.

벤텍스가 패션업체 거래 포기한 이유

우리 얘기로 돌아가 다양한 특수 기능성 원단을 많이 개발해 국내 패션 브랜드에 공급하던 벤텍스가 3년전 갑자기 이 사업을 전격 포기했다. 원단을 국내 유명 패션 브랜드와 거래하면서 저속한 표현으로 ‘양아치’ 같은 거래행태에 환멸을 느끼며 사업을 자진 포기했다는 것이다.

패션 브랜드에 원단을 공급하면 계산서를 해당 브랜드 본사에 끊는 것이 아니라 협력 컨버터 업체 명의로 끊게 했다. 법적으로 원단 납품후 45일만에 대금결제를 하도록 돼있으나 납품후 2개월만에 컨버터로부터 2~3개월짜리 어음으로 받는다. 그나마 어음이 제대로 결제가 되면 다행이지만 어음 발행자가 부도를 내고 ‘날으사’하면 통째로 손해를 본다. 물론 패션 브랜드 본사에서는 컨버터에 대금을 정상 지급했다.

더욱 분통 터진 것은 패션 완제품 판매가 잘되면 몰라도 재고가 남으면 어음 결제시기에 엉뚱한 품질 클레임을 치는게 다반사였다. 그것도 원단 납품값을 기준한 것이 아니고 부자재까지 포함시킨 완제품 가격으로 클레임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결국 납품가의 30% 내외를 클레임으로 처리하고 나머지만 겨우 챙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패션 브랜드나 컨버터는 제조원가에 아예 클레임을 산정해 원가를 책정하는 갑질 횡포가 만연해 있다는 소문이다.

벤텍스는 이런 사업을 해서는 ‘회사 망하기 딱이다’는 결론을 내리고 패션업체 상대 원단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주특기를 살려 바이오 사업으로 전환했다. 처음에는 직원을 구조조정하고 축소정리하는 과정에 고통이 컸지만 결국 바이오 사업으로 성공을 거둬 승승장구하고 있다. 판교에 어엿한 자체 사옥도 마련하고 코로나 사태에 필요한 방역용 바이오 제품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고경찬 대표는 그때 용단을 내려 “패션 브랜드 상대 원단사업 접기를 아주 잘한 선택”이라고 회고하고 있다.

물론 정당하게 거래질서를 지키는 투명하고 양심적인 패션 브랜드가 있는 것은 부인 못할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이같은 구태와 폐습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패션 브랜드들이 아직도 아주 고약한 관습을 버리지 못하는 것 중에는 샘플 차지는 주지 않고 공짜로 요구하는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원단 샘플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원사 구매와 제·편직, 염색가공 등의 공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적잖은 돈과 시간, 인력이 소요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시한 샘플에 비용은 공짜로 챙기고 아예 줄 생각을 안한다. 샘플이 제대로 채택돼 본 오더로 이어질 경우는 이해할 수 있다. 10가지중 한두가지가 채택되면 다행인 상황에서 원단 공급업체는 거래를 위해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이나 이태리, 심지어 중국에 의뢰한 샘플도 정상적으로 샘플 차지를 지불하고 있다. 국제적인 거래관습에서 샘플 차지를 안주면 아예 제작하지 않는 것이다. 국내 패션 브랜드만 샘플 차지를 공짜로 여기는 고약한 버릇이 관행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국내 산업과 동반성장하겠다는 기본자세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같은 값이면 국산소재를 사용해 함께 가겠다는 최소한의 양식마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부분 패션 브랜드들은 국산 원단은 가격이 비싸다는 선입견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유와 변명에 불과하다. 아웃도어의 경우 원창과 신한산업, 혜원통상 같은 상당수 업체는 미국 노스페이스와도 대량 거래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고아텍스 아성을 제치고 다양한 원단을 개발, 대체하고 있다. 가격이 비싸면 노스페이스 같은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가 구매할리 없다. 물론 품질에서도 손색이 없고 오히려 비교우위를 확인받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중국·대만산 원단 물량규모는 엄청나다. 그 많은 물량을 생산하면 원가는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소규모 물량과 대형거래와는 제조원가가 천양지차다. 수량과 품질, 가격은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 소량 발주와 대량 발주와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비싸다는 선입견으로 수입원단을 선호하는 것은 섬유패션산업이 함께 가야한다는 동질성을 상실한 것이다.

또 하나, 디자이너와 MD들 사이에서 무슨 야로가 있는지 국산소재를 백안시하는 경향이 많다. 편하게 거래하는 컨버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경향과 함께 음습한 커넥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시즌에 수십만 수백만 야드를 사용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국산 원단을 사용하겠다는 의지와 철학이 없어 중국·대만산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산원단 비싸다’는 선입견 버려야

이 문제 해결은 패션 브랜드 오너나 CEO의 철학과 의지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한두차례 말로 지시한 것으로는 개선되지 않는다. 패션 브랜드들이 국산 소재를 사용해야 국내 섬유산업이 생존할 수 있다. 대구나 경기북부 산지는 오더가 없어 피골이 상접해 줄초상을 맞고 있다. 대구와 경기북부 섬유업계가 내수 패션 브랜드와 거래하고 싶어도 앞에서 지적한대로 견딜수 없는 갑질 때문에 어려운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돈이 안남지만 배에 실으면 네고가 가능한 수출쪽에 매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웃도어에 비해 수량이 작은 물량은 광저우에 가서 손쉽게 완제품을 사서 내수시장에 쏟아붓는 것도 국내산업에는 악재다.

물량이 큰 아웃도어 브랜드부터 국산원단 사용에 의지를 갖고 노력해야 한다. 섬유패션 단체장들이 패션업계 오너나 CEO 간담회를 하거나 직접 방문해 설득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찾아야 한다. 내수 패션업계가 의지와 철학을 갖고 국산원단을 사용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섬유업계와 패션업계가 함께 멀리 가야 한다. 국내 섬유산업이 붕괴되면 직격탄이 득달같이 패션업계에 날아 온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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