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란 깃털처럼 가벼워 금방 날아간다. 한번 뱉으면 주워 담을수 없다. 하지만 말에도 지문이 남는다. 아무리 감추려해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정치인의 세치 혀는 자칫 치명적인 몰락을 자초한다. 수많은 정치인이 설화(舌禍) 사건으로 정치생명이 끝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중 불거진 비속어 파문이 일파만파 끝간데 없이 번지고 있다. 국민 과반수 이상은 ‘이XX’ ‘쪽 팔린다’의 진앙지를 윤 대통령으로 보고 “파문의 출발점 또한 본인에게서 비롯됐다”고 믿고 있다. 대통령도 사람이기에 실언할 수 있다. “의도와 달리 어패가 있게 들릴 수 있다”며 유감표명 한마디면 망각할 수 있는 사안이다. 언론, 야당과 팽팽한 소모전을 벌일 일이 아니다. 국민을 이긴 대통령은 없다.

“재벌은 핏줄이 망치고 대통령은 측근이 망친다”고 했다.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하는 궤변과 요설의 측근 참모를 경계해야 한다. 지금 국민은 불안하다. 북한 미사일이 하루 한번꼴로 하늘을 날고, 글로벌 경제는 복합위기로 치닫고 있다. 안보위기, 경제위기가 동시다발로 닥쳐오고 있다. 국익에 도움이 안되는 비속어 파문은 이제 넌덜머리 난다. 결자해지가 정답이다.

제조원가 30% 전기료 폭탄 충격

본질문제로 돌아가 구조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그나마 제조업의 경쟁력을 지탱하는데는 전기료가 한몫 했다. 유럽에 비해 한국의 전기료가 조금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국인 중국과 대만에 비해 한국의 전력료는 더 비싸다. 베트남보다 비싸지만 최근 베트남도 올라 한국과 비슷하다.

웬만한 뿌리산업은 예외가 아니지만 섬유산업중 면방과 가연·연사분야는 전기료가 제조원가의 30%에 달한다. 더구나 여름 3개월과 겨울 4개월 연중 7개월은 피크제가 적용돼 여름에는 평소보다 18%, 겨울에는 25%가 추가된다. 여기에 전력산업기반기금 3.7%가 별도로 부과된다.

이같이 제조원가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전력료가 이달에 10%나 급등했다. 지난 4월 Kwh당 6.9원, 6월에 5원, 10월에 11.9원이 올라 올해만 23.6원이 올랐다. 중소업체인 대구 소재 가연업체는 조그만 공장 두곳에 월 2000만원을 더 부담하게 됐다. 내년 초에 또 20~30% 올린다는 설까지 나돌아 제조업 기업인들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중국·베트남보다 임금은 5~10배가 더 비싸고 그마저 사람이 없어 설비의 30~40%를 세워놓고 있는 섬유 제·편직, 염색업체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얼마나 열이 받치고 분통이 터지면 그분들이 그토록 저주하던 “문재인 정권 때가 좋았다”고 악에 받친 불만을 털어놓고 있겠는가.

말인즉 탈원전으로 인한 한전의 만성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런식의 정치나 행정은 아무나 할수 있다”는 불만이다. 산업 경쟁력의 바로미터인 전력료를 올리기 전에 신의 직장 한전의 구조조정부터 먼저 단행하고 그 다음에 수요자를 설득하는 것이 순서다. 이번 전력료를 인상하면서 언필칭 “합리적인 전력소비를 유도하겠다”고 하지만 공장 모터를 돌리는데 전기를 어떻게 절약할 수 있는지 소가 웃을 소리를 하고 있다.

한전이 망해서도 안되지만 신의 직장 한전 배불리기 위해 국내 중소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망해 없어져야 하는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미 국내 제조업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외로 대탈출한 행렬이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섬유부문에서 벌써 6000개 가까운 엑소더스가 발생한데 이어 남은 기업들도 해외탈출에 더욱 가속이 붙을 수밖에 없다. 국내 제조업 공장에는 거미줄과 곰팡이만 가득한 참상은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과도한 전기료 인상은 국내 제조업을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말을 바꿔 잘하니 못하니 해도 우리나라 섬유패션산업의 싱크탱크 역할은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하고 있다. 과거 섬유 전성기때 산업부에 3개과가 건재하면서 섬유패션산업 육성책을 강화하던 시절이 지나가고 그나마 정부 역할을 대행하는 곳이 섬산련이다. 서울 강남 삼성동에 금싸라기 건물을 소유하고 50여명의 사무국 직원들이 나름대로 섬유산업 성장동력을 겨냥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섬유패션 단체중에는 신의 직장으로 불릴만큼 처우도 좋고 맨파워도 있다.

사무국을 책임지고 이끄는 상근 부회장은 산업부 실·국장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온다. 여기에 상무 1명이 추가로 내려오고 있다. 정부와 업계와의 가교역할을 위해서나 대정부 아쉬운 소리를 할 때 아무래도 전직 고위관료 출신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상근부회장의 역할과 비중이 막중함을 부인할 수 없다.

그동안 수많은 전직 고위관료가 낙하산으로 내려와 나름대로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상당수는 3년 임기동안 고액 연봉을 받고 안주하며 다음 자리를 의식해 친정인 산업부의 눈치를 보고 충성해왔다. 섬유패션산업에 대한 소양도 지식도 없는 생짜배기 인사들이 내려와 안주하고 떠나기 십상이었다. 심지어 연봉 2억5000만원의 고액 임금을 받는 금수저 직책임에도 임기의 절반도 못채우고 더 좋은 자리를 향해 미련없이 떠나는 낙하산 인사도 있다.

망망대해 편주 처지인 섬유산업의 절박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강한 소명의식을 갖고 25시를 뛰어야할 상근부회장이 도돌이표 사고양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업계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과거 경세호 회장 재임 시절 섬유패션업계가 ‘섬유패션 특별법’ 제정을 위해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일 때였다. 당시 1급 출신인 하 某 상근부회장이 후배 섬유국장으로부터 “선배님 뭐하는 짓입니까. 업계가 할려고 해도 산업부가 반대하는 특별법 서명운동을 말리지 않고 동조하면 되겠습니까”하며 심하게 다그쳤다. 당시 하 某 부회장은 후배 국장에게 “이봐 김국장, 나는 이미 업계 사람일세. 업계가 요구하면 적극 지원할 수밖에 없어...” 소신있게 답변했다. 이런 소신있는 인사가 필요하다.

주소령 상근부회장 전폭 환영한다

지난 8월 임기중 타 직장으로 전직한 김기준 부회장 후임으로 주소령 산업부 기술표준원 표준국장이 선임됐다. 그는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섬유 전문가다. 27년전 박사출신 특채로 공직에 들어가 산업부 섬유과장, 기표원 표준국장까지 27년간 공직생활을 한 전문가다. 무엇보다 평생을 섬유패션산업에 강한 애착과 신념을 갖고 있는 소신있는 공직자 출신이다. 섬유패션산업 전문가이자 섬유를 가장 사랑하는 인사로 정평이 나있다.

오랜만에 섬산련 상근부회장에 능력과 자질, 철학을 갖춘 적임자가 등장했다. 여성 공직자 출신으로 강단과 추진력이 탁월한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섬유패션산업의 전분야 전문가이면서도 그룹업무의 만기침람으로 시간에 쫓긴 이상운 섬산련 회장을 제대로 보좌할 적임자다. 주소령 상근부회장이 벼랑 끝에 몰린 섬유패션산업의 구원투수 역할을 제대로 할것으로 기대한다. 벌써부터 섬유패션업계가 그의 부임을 전폭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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