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기지연 시즌 지난 섬유의류 쓰레기 될뻔
글로벌 경기불황 어렵게 모은 수출오더 사장될 뻔
납기지연 클레임, 섬유의류 선적 문턱서 막혀 비명
파업기간 세계 전지역 컨테이너 운행 막아 올스톱

국민경제를 볼모로 강경 투쟁하던 화물연대 총파업이 8일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하지만 2조원의 산업피해뿐 아니라 전 국민에 충격과 깊은 상처를 안긴 후유증은 쉽게 치유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파업기간이 2~3일만 더 길어졌다면 섬유산업 곳곳에 공장문을 닫아야 하는 전대미문의 위기로 치닫을뻔 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화물연대 총파업이 몰고온 파국직전의 상황을 간추려본다.

화물연대파업 7일째인 지난 13일 낮 미국 출장중인 섬유업계 한 중진인사가 본지에 전화를 걸어와 숨넘어가는 듯 다급한 목소리로 절규했다. 2개월전 출국해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중남미를 거쳐 미국에서 직물원단 세일즈 활동을 전개중인 그는 천신만고 끝에 40피트짜리 컨테이너 2대 물량의 원단오더를 받아 선적하려는 순간 “난데없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부산항으로 가는 길이 막혔다”고 비분강개했다.

중남미는 물론 주 시장인 미국의 섬유패션 경기가 급속히 냉각돼 현지 유통업체들의 재고가 쌓이고 있는 가운데 직물원단 오더가 씨가 마른 상태에서 어렵게 긁어모은 오더의 선적길이 막혀 납기를 맞출 수 없는 참담한 상황에 몰렸다는 것이다.

컨테이너 이동이 막혀 선적이 막히고 이로 인해 선적과 동시에 수출대금을 네고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 “부도위기에 몰렸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때마침 화물연대 파업으로 “자동차·타이어·반도체 등에서 조단위 피해를 입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자동차·타이어·반도체 등은 재고가 달려 납기가 늦어도 팔리는데 문제가 없지만 섬유·의류 제품은 납기가 2주만 지나도 라인 차지에 클레임은 예사고 결국 쓰레기 처리밖에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이다.

부산항에서 선적후 LA 롱비치항에 접안해 통관을 거쳐 트럭으로 운반하기까지 지난해 해운대란 시절 3개월 걸리던 기간이 최근 2개월로 단축됐지만 아직도 롱비치항 접안후 통관절차를 거쳐 트럭으로 딜리버리 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어 이번 화물대란으로 납기를 못맞춰 쓰레기 처분될 섬유·의류 제품은 수출회사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수출용뿐 아니다. 라마단이 끝나고 다른 지역보다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중동의 전통 의상용 아바야(포멀블랙) 제품의 선적 대기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의 파업이 일주일 이상 진행되면서 대중동 섬유원단 수출도 직격탄을 맞고 말았다.

정부나 언론에서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덩치 큰 산업 피해만 부각시킬 뿐 납기가 지연되면 봉제라인 클레임 차지는 물론 시즌 제품의 특성상 쓸모없는 쓰레기화가 불가피한 섬유·의류 피해는 아예 안중에도 없어 섬유의류 업계가 분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섬유수출입협회(회장 민은기)는 글로벌 경기불황속에 어렵게 모은 직물 수출오더를 적기에 선적할 수 없도록 한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피해 실태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섬유·의류 제품의 완제품 선적을 막는 화물연대 파업이 길어지면 이로 인한 수출기업들의 생존에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고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특히 화물연대 파업은 수출품 선적불가는 물론 화섬메이커의 원사 생산차질에 이어 화섬직물과 니트직물 업체에 대한 화섬사 공급까지 막아 이번주 중반부터는 제·편직용 원사가 없는 직물업체의 공장가동도 멈춰설 수밖에 없는 위기상황을 맞기도 했다. 불행중 다행으로 화물연대가 극적으로 파업을 끝냈지만 근본문제 해결이 아닌 임시봉합 미봉책이란 점에서 산업계에 가연성 불안심리가 팽배하고 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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