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폐가 있지만 아주 괴이쩍은 현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직무수행 지지도가 대선 득표율보다 떨어졌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42%에 불과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비율은 45%였다.(지난 22일 발표)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45%보다 떨어진 이변 아닌 이변이다. 특유의 자신감에 찬 어퍼컷을 날려봐도 여론의 지지도는 싸늘할 뿐이다. 가장 큰 원인은 총리를 포함한 19명의 각료 중 상당수가 떳떳지 못한 행적이 고구마 넝쿨처럼 드러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에 덧씌워진 제식구 감싸기와 피장파장이라는 것이다. 서육남(서울대·60대·남성)에 부실검증, 정실인사, 내로남불이란 혹평이 쏟아질 정도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에선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전국에서 사생결단하고 있는 여야 지방선거 후보자들과는 달리 섬유산지 대구는 선거열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말뚝만 박아도 당선확정인 지역특성상 거물 홍준표 후보가 이미 당선된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국 최고득표율을 노리는 홍 후보는 사실상 벌써 시장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 대구시장 섬유중흥정책 기대

대구 섬유업계가 홍 시장후보에 거는 기대는 권 시장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현 권 시장은 2014년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 직후 “섬유도시 대구를 확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득달같이 “대구시 섬유과를 폐지하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구 섬유업계 중진들이 분기충천해 대구시 의회를 설득해 섬유과 폐지는 없던 일로 만들었다. 가뜩이나 시난고난한 대구 섬유업계가 권 시장의 이런 사고에 적잖이 분개한 것이다.

홍 후보가 시장에 취임하면 섬유산업 중흥책을 어떻게 설정할지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유력 대선주자급인 홍 후보는 경남지사 재임 시절 산업별 특성과 진면목을 제대로 파악하고 도정을 밀어부친 밀어붙인 뚝심을 감안할 때 강한 섬유산업 중흥정책을 기대해 볼만하다. 어줍짢은 일부 정치인이나 행정관료의 성급한 섬유사양론에 편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가급적 대구 섬유업계 원로·중진들이 홍 시장과 자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파격적인 중흥책을 마련하도록 기획하고 준비할 것을 제안하다. 홍 시장의 무게로 봐 대구시가 섬유산업 중흥책에 불을 지피면 중앙정부의 태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석이다.

화제를 바꿔 섬유패션 상장·비상장 기업을 포함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반도체 못지않은 우량기업들이 많아 화제가 되고 있다. 영원무역 그룹과 효성티앤씨, F&F, 휠라코리아, 세아상역 등 우량기업들이 수천억 또는 조단위 영업이익을 올려 재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F&F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하고 영원무역과 효성티앤씨, 휠라코리아 등의 영업이익률이 16% 내외를 자랑하고 있다.

사양이니 한계산업이니 하며 우습게 봤던 섬유의류기업들이 노다지 금맥을 캐고 있다는 점에서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신조어가 생기고 있다. 하기에 따라서는 섬유패션산업도 금맥을 캐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증으로 국내 섬유패션기업 중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가장 높은 난공불락의 강소기업은 부산 소재 신발원단업체 동진섬유다. 연결기준 연매출 2000억원에 영업이익이 500억원에 달한 초우량기업이다. 이 회사가 최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팔렸다. 인수대금은 계열 경진섬유를 포함해 78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비롯 글로벌 신발회사의 3대 협력사로서 신발섬유 원단분야의 1등 기업이다. 비결은 첨단신기종이 개발됐다하면 가장 먼저 도입한다. 신발용 차별화 원단을 제값 받고 팔고있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25%를 30년간 지속하고 있다. 생산성과 품질 차별화의 비교우위를 세계적으로 공인받고 있는 것이다.

초우량 강소기업 동진섬유 오너가 왜 매각을 결정했는지 속사정을 알 수 없지만 소문은 창업주 3세가 제조업 승계를 원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기업의 성장성과 안정성, 지속성을 유리알처럼 들여다 보고 있는 사모펀드가 거액을 주고 인수한 것은 그만큼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누가 인수하든 기업공개를 통해 회사 가치를 크게 늘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섬유업계가 철지난 경기탓 그만하고 동진섬유의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국내 섬유산업이 공멸의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은 부인못할 사실이다. 국내 섬유산업이라야 대구 화섬직물과 경기북부 니트산업이 거의 전부다. 고임금과 인력난, 노후설비, 소재 빈곤, 사방팔방이 막다른 길이다. 진즉 거덜이 났어야 함에도 이정도 명맥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기적같은 일이다.

그나마 코카콜라 진출국보다 많은 글로벌시장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어렵사리 오더를 유지하지만 생산인력이 없다. 오더를 받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공포는 납기를 맞추지 못해 책임져야할 클레임 공포다. 2년 이상 진을 뺀 코로나 와중에 현장을 지키는 외국인근로자마저 고갈돼 멀쩡한 설비를 세워놓고 있다. 올들어 인력도입을 맡고 있는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이 도입인력을 늘리고 있지만 적체된 인력수요가 너무 많아 현장에는 감감무소식이다. 올 1월과 4월에 신청한 외국인근로자가 기업현장에 오기까지는 연말경이나 가능한 상황이다. “죽 쒀서 식힐 시간이 없을 정도”로 당장 급한 인력난을 또다시 연말까지 기다려야할 상황에 기업현장이 고통스럽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섬유패션산업 전망이 어두워서가 아니라 타개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꾸준히 신소재가 개발되고 신사업영역이 발전되고 진화하는 유망산업임에도 “가망이 없다”고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거나 체념하기 때문이다. 의류용뿐 아니라 자동차, 항공, 에너지, 정보통신기술 등과 접목된 첨단산업용 소재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혁신성장 강소기업 동진섬유서 배우자

세계적으로 ESG경영이 화두에 오르며 기후위기, 탄소중립, 자원순환 등에 부합된 상품개발은 물론 친환경 소재로의 전환이 필수다. 코로나19 펜데믹은 디지털 전환, 친환경 등 새로운 시대를 불러온 것과 때를 같이해 섬유패션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위기를 기회로 살려 섬유패션을 새로운 신수출산업 동력,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면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효성티앤씨, 영원무역, F&F, 휠라코리아, 세아상역 등이 요술로 주체못할 뭉퉁이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강소기업 동진섬유가 요술로 오늘의 위치에 오른 것은 아니다. 남보다 한발 앞서 규모경쟁의 과감한 투자를 했거나 철저한 차별화 전략이 명중했기 때문이다. 중언부언하지만 세계 섬유패션 시장규모는 반도체의 2배반이다. 가능성은 무한하다. 삽질하지 않고 물이 고이기를 바라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박수무당의 굿판과 다를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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