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는 왕이다.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누지 않는다. TV드라마처럼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의 치열한 권력싸움과 음모가 웅변으로 말해준다. 하물며 남남끼리 권력을 나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동정권 공동정부는 미사어구이자 빛 좋은 개살구다. 대선 6일전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철썩같이 약속한 공동정부 역시 코미디성 해프닝일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자의 1,2차 18개 부처 내각 인선에서 안철수는 물을 먹었다. 그것도 철저하게 구정물을 먹은 셈이다.

단일화때 “종이 쪼가리 말고 나를 믿어라”는 당선인의 약속은 허언이 되고 말았다. 약속을 믿었다면 안철수가 순진한 것이고 몰랐다면 난청이고 난독이다.

공동정부 운영의 선례가 없었던건 아니다. DJP 연합 정부때 DJ대통령은 총리 JP에게 경제부처 장관 재청권을 일임했다. 공동정부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DJ의 용병술은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 국민통합을 위해 경쟁자인 이회창계의 이헌재씨를 금융감독원장으로 발탁했다. 왕보수 강인덕씨를 통일부 장관에, 보수의 상징 TK의 김중권씨를 비서실장으로 기용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내각 인선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인사가 만사다.

반도체 부럽잖은 섬유패션 영업이익률

본질문제로 돌아가 12월 결산 섬유패션 상장사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기업에 따라 반도체를 능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 와중에 수많은 섬유패션기업들이 맷돌에 갈려 찢기고 부서지는 아픔과 달리 영업이익이 수천억대로 수식상승한 우량기업들의 실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코스피 상장 30개 섬유패션기업 중 영업이익률이 10%를 넘는 기업이 9개사에 달하고 이중 최고 이익률이 높은 기업은 29.6%라는 경이적인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영업이익률이 5% 이상인 기업도 9개사에 달하고 1%에서 5%까지도 6개사에 달했다.

유명 패션브랜드 회사와 아웃도어 1등 기업, 세계 최대 스팍덱스 기업들이 15%에서 29%까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올려 폭풍성장을 기록했다. 10년 불황을 딛고 일취월장한 면방업체와 중대형 의류 수출벤더들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어렵고 힘들다는 섬유패션기업들이 이같이 내용이 알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우리가 어디로 가야한다는 미래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들 고수익 회사들은 패션과 아웃도어 OEM기업, 일반벤더, 세계 1위 스판덱스 메이커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패션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해외에 생산기반을 갖고 있는 회사다. 효성과 영원무역, 한세실업은 물론 면방까지 해외생산으로 전환했다. 상대적으로 국내생산 비중이 높은 화섬이나 직물, 니트원단 등 국내 산업은 피골이 상접한 상태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고임금과 인력난 등의 구조적인 악재에 시달린 기업은 영업이익률이 제로상태다. 대구 산지나 경기북부 산지 기업은 이같은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국내 섬유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책과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나 업계가 섬유산업 재도약을 아무리 외쳐도 下山길을 멈출 재간이 없다.

중언부언하지만 섬유패션기업 중 영업이익이 주체못한 기업은 대구나 경기 산지 기업이 아닌 패션 브랜드 또는 해외생산 기업들이다. 국내산업의 공멸은 지금 이순간도 빠르게 진행형이다. 대구 산지와 경기북부 산지가 붕괴되면 한국의 섬유산업은 그대로 소멸이다. 정부의 산업정책이 있고 수많은 단체·연구소가 있어도 소멸을 막는 효율적인 대안이 없다.

원인은 중간재인 직물산업 중심의 국내 섬유산업이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키울수도 없고, 특별한 소재의 차별성도 없는 어중간한 제품의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개발의 핵심축인 화섬 메이커 자체가 시난고난 축소지향으로 과거 전성기 설비의 3분의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당장 돈이 되지않는 차별화 소재개발 투자를 기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직과 편직 업체가 아무리 차별화에 노력해도 소재가 따라주지 않으면 그 밥에 그 나물일 수 밖에 없다.

대구와 경기도 산지의 기업규모나 구조가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시장이 별로 없다. 풍부한 인력에 한국 임금의 10분의1, 5분의1인 중국, 베트남과 비슷한 제품으로 경쟁하는 것은 뻔한 결론이다. 우리끼리 카피경쟁에 치고받는 가격싸움을 몇십년 계속하고 있으니 종착역이 어디인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다.

설상가상 대형벤더나 패션기업들이 다소 비싸도 국산 원단·소재를 사용하려는 애국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가격을 더 후려쳐 숨만 쉬게하거나 적자를 감수하도록 강요하는 갑질이 일상화 돼있다. 규모경쟁의 취약점은 불가피하지만 같은 값에 품질 손색이 없어도 비싸다는 선입감을 갖고 국산소재를 철저히 외면하는 고약한 풍토가 만연해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대구산지와 경기북부가 구조를 어떻게 고도화 시킬것인가가 발등의 불이다. 중간재 기능의 직물산업의 생산구조, 소재개발, 판로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립이 시급하다. 이제와서 소용없는 얘기이지만 과거 대구 밀라노 프로젝트 과정에서 어패럴 벨리를 조성하려는 시도도 대구 직물의 안정적인 현지 판매를 염두에 두고 패션과 직물의 동반성장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방법을 달리해 차별화된 원단을 고도성장하는 벤더와 국내 패션 브랜드를 공략하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국산원단을 사주지 않는다고 뒤에서 원망할 것이 아니라 패션 브랜드나 의류벤더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산소재를 사용하도록 멍석을 깔아야 한다. 패션 브랜드와 의류벤더들은 매년 늘어나는 시장 수요만큼 원단·원사 사용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집토끼부터 잡고 봐야지 산토끼 잡으려고 소모전을 벌일 필요가 있는냐한 것이다.

구조고도화 집토끼 공략 새로 쓰자

때마침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구의 빅프로젝트를 포함한 다양한 중흥책이 거론되고 있다. 섬산련이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R&D자금 5900억원을 포함 대구염색단지 수소연료화에 1조원 지원 등의 프로젝트가 논의되고 있다. 국방섬유 국산화에 이은 정부 공공기관 구매 확대와 뿌리산업 지정 등 다각적인 지원책이 논의되는 시점이다. 노후화된 설비의 현대화 지원과 탄소저감, 그린섬유 등 과거에 보기 힘든 섬유산업 중흥책이 폭넓게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정책이 아무리 친섬유정책 방향으로 흘러가도 업계 스스로의 구조고도화 노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백방으로 지혜를 모아 경쟁국보다 유리한 가격과 품질, 생산구조의 고도화 및 소재 차별화와 함께 패션 브랜드와 의류벤더 공략을 통한 안정적인 판매구조를 구축하는 문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대로 가면 섬유산업 소멸을 막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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